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계속 운영키로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은 9일 AP통신 인터뷰에서 학술적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적으로 부적절한 간섭”을 거부한 뒤 지원이 끊겨 연구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갈루치 이사장은 한국 측의 학문적 연구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한미연구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가 권한이 없는데도 구두와 서면으로 존스홉킨스대 총장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구재회 소장과 제니 타운 부소장 교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갈루치 이사장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 연구가 목적인 기관을 놓고 장난치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한국이 자신의 발을 겨냥하는 데 좀 더 신중할 수는 없었나”고 지적했다. USKI는 한국 문제에 관한 대학원 과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 연구소는 웹사이트 ‘38노스’로 더 유명하다. USKI는 매년 KIEP로부터 약 180만 달러(약 20억 원)를 지원받아 왔다. 이 연구소는 노무현 정부 때였던 2006년 남북한 연구에 박차를 가해 미국 내에서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된 지 12년 된 USKI가 한국 정부 결정에 따라 ‘소멸’됨으로써 한국으로서는 미국 내 소중한 공공외교 자산을 허망하게 날리게 됐다. 북·미 정상회담에다 통상마찰 등으로 한미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USKI가 사라지는 것은 우리 외교에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재영 KIEP 원장은 11일 USKI 폐쇄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원장은 이날 자료를 통해 “USKI 측의 최종 폐지 결정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KIEP는 그간 한미 관계와 공공 외교를 강화하고자 노력해 왔고 이 맥락에서 USKI의 투명성 제고 등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썼다”며 “한국학·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KIEP는 SAIS 측과 조속한 시일 내 한국학·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확대 방안을 모색·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앞으로 SAIS와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그간 서로 오해한 부분은 불식하고 더 긴밀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니 타운 USKI 부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권력 남용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한국의 진보 정부한테서 공격을 받게 될 줄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적었다. 타운 부소장은 5일 밤 페이스북 ‘친구 공개’글을 통해 “북한 이슈를 다루면서 북한의 공격 대상이 될 날이 오리라는 생각은 늘 하고 지냈다”면서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한국 정부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타운 부소장은 이번 사태를 가리켜 “한국의 군사분계선(DMZ)을 둘러싼 진보·보수 양측의 이념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곽상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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