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돈줄 끊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한국 돈줄 끊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 곽상순 언론인
  • 입력 2018-04-16 10:45
  • 승인 2018.04.16 10:45
  • 호수 1250
  •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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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계속 운영키로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날카로운 북한 연구로 정평이 있는 미국 유명대학 부설 연구소가 지도부를 교체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뒤 한국 정부 지원금이 끊기는 바람에 문을 닫게 됐다. 문제의 연구소는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다. USKI는 한국 정부 지원금이 끊겼지만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North)’를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38노스의 공동설립자인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이날 ‘편집인 칼럼’에서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우리의 모 기관인 USKI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뉴스를 봤을 것”이라며 “이는 USKI 역사에 비춰 볼 때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USKI는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한국 전문가 돈 오버도퍼가 설립했으며, 스티븐 보즈워스(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별대사) 등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전직 관리들이 이사장을 맡아온 곳”이라고 소개했다. 조엘 위트는 “현 논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겠다”면서 “USKI가 문을 닫더라도 38노스는 계속 운영될 것이라는 소식을 독자들에게 알린다”고 말했다. 조엘 위트가 밝힌 대로 USKI는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 중단으로 5월 중 문을 닫는다. USKI는 워싱턴 내 한반도 전문 싱크탱크로, 지금까지 KIEP 지원금으로 운영돼 왔다. 조엘 위트는 “현재의 논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38 노스는 USKI의 ‘소멸’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을 계속해 나가리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확인해 주고 싶다. 곧 관련해 추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사진 분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향을 상세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38노스는 국무부 관료 출신인 위트 선임연구원, 구재회 USKI 소장과 함께 한국정부가 퇴진 요구를 한 것으로 지목된 제니 타운 부소장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다. 38노스는 홈페이지에서 운영 목적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동시에 경험 많은 연구진 및 일반 독자들에게 가능한 최고의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북한에 대한 분석은 종종 경험 부족과 부정확한 정보, 형편없는 추론 등이 퍼져 있다”며 기존 북한 관련 사이트의 한계를 지적하고, “정확히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사람은 없지만 최소한 이해해 보려 시도해볼 수는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38노스가 다루는 주제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을 망라하지만 민간위성에서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한 북한의 핵개발 상황 분석에 있어서 특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5년 9월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내 새로운 움직임을 감지하며 4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을 한 발 앞서 경고했다. 또 2016년 4월 영변 핵시설에서 연기 배출이 나타났다며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재처리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보다 두 달 앞서 확인한 것이었다. 이 같은 적중률은 화려한 필진에서도 기인한다. 북한을 수차례 직접 방문한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와 AP통신 전 평양특파원 진 H. 리,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북한 정보기술(IT) 관련 전문 매체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마틴 윌리엄스 등 200명에 가까운 전문가를 기고자로 두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은 9일 AP통신 인터뷰에서 학술적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적으로 부적절한 간섭”을 거부한 뒤 지원이 끊겨 연구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갈루치 이사장은 한국 측의 학문적 연구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한미연구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가 권한이 없는데도 구두와 서면으로 존스홉킨스대 총장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구재회 소장과 제니 타운 부소장 교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갈루치 이사장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 연구가 목적인 기관을 놓고 장난치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한국이 자신의 발을 겨냥하는 데 좀 더 신중할 수는 없었나”고 지적했다. USKI는 한국 문제에 관한 대학원 과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 연구소는 웹사이트 ‘38노스’로 더 유명하다. USKI는 매년 KIEP로부터 약 180만 달러(약 20억 원)를 지원받아 왔다. 이 연구소는 노무현 정부 때였던 2006년 남북한 연구에 박차를 가해 미국 내에서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된 지 12년 된 USKI가 한국 정부 결정에 따라 ‘소멸’됨으로써 한국으로서는 미국 내 소중한 공공외교 자산을 허망하게 날리게 됐다. 북·미 정상회담에다 통상마찰 등으로 한미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USKI가 사라지는 것은 우리 외교에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재영 KIEP 원장은 11일 USKI 폐쇄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원장은 이날 자료를 통해 “USKI 측의 최종 폐지 결정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KIEP는 그간 한미 관계와 공공 외교를 강화하고자 노력해 왔고 이 맥락에서 USKI의 투명성 제고 등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썼다”며 “한국학·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KIEP는 SAIS 측과 조속한 시일 내 한국학·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확대 방안을 모색·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앞으로 SAIS와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그간 서로 오해한 부분은 불식하고 더 긴밀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니 타운 USKI 부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권력 남용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한국의 진보 정부한테서 공격을 받게 될 줄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적었다. 타운 부소장은 5일 밤 페이스북 ‘친구 공개’글을 통해 “북한 이슈를 다루면서 북한의 공격 대상이 될 날이 오리라는 생각은 늘 하고 지냈다”면서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한국 정부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타운 부소장은 이번 사태를 가리켜 “한국의 군사분계선(DMZ)을 둘러싼 진보·보수 양측의 이념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