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식 원장의 정신건강 이야기] 정신질환동반 쉬운 알코올관련장애 치료법
[권호식 원장의 정신건강 이야기] 정신질환동반 쉬운 알코올관련장애 치료법
  • 정리=김정아 기자
  • 입력 2018-04-16 10:55
  • 승인 2018.04.16 10:55
  • 호수 1250
  • 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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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술을 먹었어도 애주가라 불리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술 중독자라고 낙인찍히는 경우가 있다. 술은 적당히 섭취하여 기호식품으로 간주되면 마시는 양과 종류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 직업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술중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술 문제로 외래를 방문하여서도 환자와 가족 사이에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지 술이 좋아서 마신다는 환자 자신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술자리로  음주를 하는 것뿐이지 술은 언제라도 자제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단정 짓는다.

반면 가족 입장에서는 환자가 당뇨나 고혈압 등의 건강 문제가 있는데도 계속 술을 마시고, 술로 인해 필름이 끊겨 어떻게 집에 들어 왔는지도 모르며 과격한 행동을 보인다면 불안해지고 이대로는 같이 살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병적인 음주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음주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 즉 자유의지로는 조절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내적인 욕구와 충동에 따라 음주를 습관적으로 하게 되며 술을 먹을 때마다 건강상의 문제나 직업적, 사회적 그리고 법적인 문제 등을 일으키며 스스로 조절이 안 되는 상태인 것이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으로 혼용되던 것을 통합해 만들어진 진단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매일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는 경우, 주말 등 특정 시간에 집중하여 과음을 하는 패턴을 규칙적으로 보이는 경우, 어느 정도 금주하다가 수주 혹은 수개월 동안 폭음하는 경우들은 알코올 의존이나 남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외에도 술을 줄이거나 끊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거나 과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절제하려고 반복해서 노력했던 일이 있거나 최소 이틀 이상 하루 종일 취해 있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또 주취 상태에서의 일시적기억상실(blackouts)이 있거나, 음주 시 악화되는 심각한 신체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음주하는 경우 등이 이 진단기준에 포함된다. 

결국에는 알코올사용장애에 노출되면 사회적 직업적으로 취중 폭력이나 결근, 실직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또  취중 행위로 구속되거나 음주운전 등으로 법적인 문제가 생기고, 지나친 음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투거나 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알코올사용장애는 평생 유병율이 13.4%로 우리나라 주요 정신질환 중에 가장 높으며, 남자20.7%, 여성6.1%로 남성에서 3.4배 높았다. 일년 유병율은 남녀 모두 미혼에서 높았고, 고위험 음주율은 남성에서는 감소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는 증가하고 있어 여성 알코올 관련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알코올사용장애로 인한 질병 치료비, 생산성 감소, 사고로 인한 재산피해 등 사회 경제적 비용도 약20조에 달한다고 한다. 

알코올관련장애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이는 알코올중독 발생 위험도의 60%를 차지하며, 나머지 40%는 사회문화적 요인을 포함하는 환경적 요인이 차지하고 있다. 알코올관련장애와 흔히 동반되는 정신질환으로는 다른 물질 관련 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이다. 알코올관련장애 환자의 30~40%에서 주요우울장애가 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 알코올관련장애 환자에서 우울증이 더 잘 생긴다. 조울증이 있어도 알코올관련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며, 알코올관련장애 환자의 25~50%에서 불안장애가 있는데, 광장공포나 사회공포증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 완화의 목적으로 음주하는 경우가 많고,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에서는 알코올관련장애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알코올사용장애의 치료는 끈기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환자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환자로 하여금 쉽게 좌절하지 않고 치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하나 하나 치료의 실마리를 찾아가게 되고 치료에 대한 동기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단주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게 된다. 약물치료로는 날트렉손이나 아캄프로세이트 등의 항갈망제가 도움이 된다. 특히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들 중에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고 이로 인해 술을 마시는 행동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불면증을 해결해 주는 것이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또 동반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도 알코올사용장애 환자의 예후에 중요하며 기분장애나 조현병 및 불안장애가 동반되어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addiction)이라는 용어는 일상 언어에서 중독자(addict)라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지 않는다. 알코올사용장애는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알코올 문제를 부정하려고 하며, 음주를 합리화하려는 태도가 강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따라서 치료 초기에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를 어떻게 하면 치료과정에 참여시키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환자와 치료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