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키워놓고 이제와 나가라니vs합법과 대립 못 해” 강동 고덕전통시장 철거 논란
[현장] “키워놓고 이제와 나가라니vs합법과 대립 못 해” 강동 고덕전통시장 철거 논란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8-04-17 07:07
  • 승인 2018.04.17 0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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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청 주변에서 집회 중인 고덕전통시장 상인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전통시장을 둘러싼 상인들과 구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상인들은 인근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따른 도로 공사 등으로 내쫓길 위기에 처하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그간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해온 강동구청이 돌연 퇴거 통보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반면 구청은 재건축 사업 계획에 따라 철거가 불가피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현재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자 향후 물리적 충돌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고덕시장에 무슨 일이
 
현재 시장 주변에는 고덕주공2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9년 9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5000여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시장 상인들의 일터가 재건축 사업에 따른 도로 확장(2→4차선)과 인도 및 자전거 도로 공사를 위한 개발 구역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구청은 사업 계획과 절차, 토지 소유권 등에 따라 이들 점포에 대해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상인들은 이전과 다른 구청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며 ‘생존권’을 외치는 상황이다.
 
철거 대상이 된 상인들은 ‘디자인 상가’라고 불리는 디자인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이다. 재건축 아파트 담장 바로 옆에 약 230m 길이로 56개 점포가 일렬로 들어서 있다. 한 점포 당 크기는 가로 2.2m에 2~3평 남짓으로, 100여명의 상인들이 이 곳에서 청과, 수산, 정육, 식료품 등을 팔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점포마다 매년 30~40만 원의 도로점용료를 내고 구청으로부터 허가증을 받아 점포를 운영한다. 2009년 4월 제정된 ‘서울특별시 강동구 디자인 노점 관리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점용 기간은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이며, 매년 갱신해 운영한다.
 
고덕전통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별 탈 없이 허가를 갱신해 왔다. 그런데 올해도 마찬가지로 허가를 신청했지만 구청이 이를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구청 측에 문의하자 재건축 사업을 이유로 올해부터 허가증을 내줄 수 없고, 도로 확장 공사 등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철거해야 한다는 얘기를 그 때 처음 들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상인들은 지난달 말부터 장사를 접고 거리로 나섰다. 대부분 중‧노년층에 속하는 이들은 매일 평일 11시부터 1시까지 구청 앞에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규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고덕시장에서 16년간 생선가게를 운영했다는 최재수(49)씨는 “재건축 결정으로 (2015년 12월 무렵부터) 동네 주민들이 이주를 해 (그간) 손님이 없어 큰 손해를 봤지만, 몇 년 후를 기대하며 희망을 가졌었다”며 “그런데 올 초 갑자기 나가라고 해서 정말 황당했다. 고정손님이 줄다보니 손실이 쌓여 현재 수 천만 원까지 대출한 상황”이라고 착잡해 했다.
 
상인회 이상영 회장은 “이제와서 정식 인정시장을 없애고 과거 구청 주관으로 진행돼 만들어진 어닝(차양막)을 철거하겠다는 것은 분명히 구청의 업무과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거 대상이 된 디자인 점포가 위치한 구역(빨간 부분, 네이버 지도)
  과거 각종 ‘고덕시장 살리기’ 나섰던 구청
 
그간 구청은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고덕시장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예컨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방문객 급감으로 전통시장 침체가 우려되자 국비‧시비를 지원 받아 고덕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판촉행사를 진행했고, 2016년엔 지역 국회의원의 도움으로 고덕시장에 어닝정비사업 등 시장환경 개선을 추진했다.
 
지난해엔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지원 등을 명분으로 ‘2017 청년 야시장’을 운영했으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함께 2014년부터는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상인 대학’을 운영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이제와서 나가라고 하느냐”며 현재 자리에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요구하고 있다. 만약 다른 곳으로 점포를 이동해야 한다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구청, 철거 불가피 입장 “이견 좁힐 것”

반면 구청은 재건축 사업 계획에 따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청은 적어도 현재의 56개 점포를 30개로 축소해 주변의 일정 구역으로 이동하는 등 조정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테면 230여m의 중간 지점에 아파트 진입로 설치가 예정돼 있어 이 지점을 기준으로 점포가 모두 위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2차선이지만 상인들의 도로 점유로 사실상 1차선의 일방통행으로 돼 있어 이에 따른 주민 불편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주변 땅을 재건축조합으로부터 기부채납(사유재산 무상양도) 받고, 교통영향평가도 거친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구청은 우선 상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간다는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존치했다고 해서 합법과 (불법이) 대립할 수는 없다”며 “그렇지만 대화를 계속해 이견의 폭을 좁혀 해결해 나가겠다.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주 금요일쯤에 설명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 측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측 관계자는 “양쪽 의견 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때문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으려고 구청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저희도 그런 쪽으로(합의로) 요청을 하거나 압박할 부분이 있으면 압박하고,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디자인 노점 조례에 따르면 올해까지는 점용 허가 갱신이 가능하다. 다만 구청장이 구민의 보행환경 및 가로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점포 위치 조정을 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하면 허가 취소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전통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