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순위 136위의 중견건설업체인 에이스건설(회장 원수연·사장 김재연)이 영등포 문래동 방림방직 터에 짓는 아파트형 공장 신축 공사현장에서 지난 3월에만 2차례에 걸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특히 에이스건설은 1차사고 이후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여 2차 사고를 내서 물의를 빚고 있다. 때문에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에이스건설이 안전사각 지대를 그대로 방치하고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며 경영진을 구속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고된 산재사고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문래동 아파트형 공장 신축 공사 현장. 이곳은 에이스 건설의 아파트형 공장 신축 공사장이다. 이날 공사현장에서는 대형 인사사고가 발생했다. H빔 4개가 쓰러지면서 갱폼 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들을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근로자 박아무개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진 이아무개 등 2명도 출혈 과다 등으로 숨졌다. 또한 이날 사고로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건설노동자 11명 가운데 김아무개 등 4명도 과다출혈과 장기손상 등 중상을 입어 중태다. 현재 사망자 3명 가운데 2명은 중국 동포이며, 특히 형틀 팀 9명 중 2명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 에이스건설 공장형 아파트 신축 현장에선 지난 3월 4일에도 H빔을 철거하기 위해 크레인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같은 건설현장에서 2주 만에 또 다시 산재사망이 발생한 예견된 사고로 사업주의 안전의식 부재를 여실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노동계는 2차 사고는 예견된 사고임에도 사업주가 안전을 방치하여 사고를 발생케 한 점을 들어 살인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서울건설산업노조는 사주를 구속하고 영업정지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건설산업노조의 최명선 산업안전부장은 “노동부가 사고를 미온적으로 처리하고 안전관리 감독을 부실하게 진행해 보름 만에 대형 사고를 발생케 했다”고 전제한 뒤 “중대재해 사고의 최고 책임자인 건설회사 대표를 즉각 구속하고 해당사에 대한 영업정지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번 사고와 관련, 검찰은 김재연 에이스건설 대표이사 등 원 하청 책임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원청회사인 에이스건설은 산재 책임을 하청기업이나 사고 당사자에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이와 관련, 에이스 건설의 한 관계자는 “18일 사고 역시 하청업체인 삼표ENG에 여러차례 안전작업 지시를 내렸으나 삼표측에서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하청업자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어 그는 “1차적 책임은 하청업체에 있지만 우리도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서울건설산업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난 현장은 밤12시에도 공사를 강행하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며 원청사인 에이스 건설의 책임을 따졌다.에이스건설은 노동계의 안전조치를 취한 뒤 공사를 해야한다는 요구에 한마디도 응하지 않은채 무조건 공사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여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이천 건설현장의 사고사례는 이번 사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천 GS건설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노동부는 사고책임을 물어 해당업체 3개월 영업 정지를 서울시와 송파구청에 요청했다. 하지만 원청업체인 GS건설과 하청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현재까지 그 처분을 미루고 있다. 따라서 노동부는 조만간 두 기업 중에 한 곳의 책임을 물어 영업정지를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에이스건설 사건도 이천 현장의 사고사와 비슷한 경우이기 때문에 영업정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저가 하도급으로 비난 빗발

공장형 아파트 건설의 선두업체인 에이스건설은 저단가 하도급 등으로 전문건설업체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은 회사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에이스건설은 저가 하도급으로 부실 공사를 하고 환경, 안전 등의 문제에 소홀한 기업이란 것이 건설산업 노조측의 주장이다.에이스건설 현장은 저가 하도급을 받은 하도급사들이 고급 기술자를 채용하지 못하고 저임금으로도 일하는 미숙련 중국동포 등을 고용하여 현장작업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에 사고를 당한 인부 3명 중 2명 역시 중국 동포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불법 취업자라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일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중국 동포 등 불법취업 외국인들이 사고를 당할 경우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회사측에서 갖은 수단으로 몇 푼의 돈을 위로금으로 주는 것으로 합의를 끝내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건설 현장노동자 김용대씨는 “불법취업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은 한마디로 개죽음이나 다름없다.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이스건설은 영등포, 구로공단 일대에 공장형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안전미흡으로 여러 차례 건설산업연맹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노동부에 고발된 전력도 가지고 있다.이런 과정에서도 한 번도 안전문제에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에이스건설 경영진에서는 무리한 공사시행으로 부실시공 등의 위험을 안고 공사를 해 왔다고 건설산업 노조측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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