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승용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장점을 합쳐놓은 크로스오버차량(CUV·Cross-over Utility Vehicle)이 뜨고 있다. 세단의 안락함과 SUV의 역동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국내외 업체들도 잇따라 독창적인 CUV를 선보이고 있다. CUV의 부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자동차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레저용 차량(RV)→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콤팩트형 SUV…. 요즘은 전통적인 자동차 개념을 모호하게 만드는 크로스오버차량(CUV)까지 선보였다.

시장 변화와 소비자 수요에 맞춰 자동차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CUV)가 대거 출시돼 관심을 끌었다. CUV는 장르가 다른 차들의 특성을 섞어놓은 차를 말하는데, 갈수록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CUV의 출시는 주로 SUV와 미니밴, 트럭 등 비(非) 세단을 주 차종으로 하는 회사에서 두드러진다. 고유가의 영향으로 점차 대형차에 대한 수요가 줄고 소비자 성향이 점차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SUV나 미니밴을 기본으로 세단의 승차감이 강조된 CUV가 많다.

수입차 국내시장 잠식 우려

수입차업체들은 국내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차원에서 CUV 출시에 더 적극적이다.볼보코리아가 지난달 내놓은 크로스컨트리 XC70의 경우 세단과 왜건의 특징을 살려 뒷좌석의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고급 세단 S80의 플랫폼(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특히 뒷좌석에 싣는 짐의 크기와 양에 따라 좌석을 이동해 다양한 형태의 좌석 배치가 가능하다. 포드코리아는 지난달 21일 정통 CUV로 꼽히는 프리스타일(3000cc,206마력)의 신차 발표회를 열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이 차량은 ‘정숙한 세단의 승차감’ ‘SUV의 넓은 시야와 안전성’ ‘미니밴의 적재능력과 공간 활용성’ 등을 두루 갖췄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7인승 좌석구조를 변형,10여가지 이상의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며 고급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안전 시스템을 장착한 것도 특징.무단 변속기(CVT)를 장착해 연비와 가속 능력도 뛰어나다.

프리스타일은 미국에서 작년에만 7만6천여대가 팔린 인기모델이다.GM코리아는 이달 초 프리미엄 중형 CUV인 사브 9-3 스포츠콤비(2000cc,175마력)를 선보였다. 세단과 컨버터블로 이뤄진 사브 라인업에 처음으로 더해지는 CUV 타입이다.스포츠 세단 같은 주행성능에 널찍한 적재공간을 가미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 GM코리아는 또 럭셔리 CUV인 캐딜락 SRX도 판매하고 있다. 좌석을 세단보다는 높고 SUV보다는 낮게 설계, 승차감을 높였다.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으로 유명한 푸조의 407SW도 빼놓을 수 없는 CUV의 대표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407SW는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레저 피플들을 위해 푸조가 내놓은 페밀리형 CUV(Cross over Utility Vehicle)이다.

수려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함과 동시에, 미니밴과 왜건의 특징을 결합하여 실용성이 더욱 강조된 차량이다. 여가시에는 레저용으로, 평상시에는 일반 승용차로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는 2.0ℓ(최고출력 138마력)짜리 가솔린 엔진 모델과 디젤 모델이 시판되고 있다.또 볼보가 지난달 크로스오버 차량으로 왜건형에 가까운 XC70을 출시한 데 이어 사브와 포드가 지난 2월에 왜건형을 선보이고 폭스바겐코리아도 4월에 왜건형을 추가할 계획이다.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워낙 세단과 SUV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CUV의 판매가 부진하지만 갈수록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승용차의 안락함과 스포츠카의 속도감을 가미한 CUV차종도 늘고 있어 판매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산차 CUV ‘가속페달’

지난달 23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완성차 중에는 CUV 개념에 딱 들어맞는 차가 없었다. 기아차의 카렌스나 GM대우의 레조 등이 있지만 이들 차량을 정통 CUV로 보기는 어렵고 CUV 성격을 가미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쌍용자동차가 지난해 발표한 카이런과 액티언은 국내에서는 가장 진화되고 본격적인 CUV라고 할 수 있다. 회사측은 카이런이 CUV이면서 SAV라는 새로운 영역의 차량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카이런은 스포츠쿠페와 세단 그리고 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차량으로 세단 수준의 정숙성, 승차감 및 스포츠쿠페의 역동성, SUV의 강력한 주행성능을 겸비하도록 개발되었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GM대우자동차도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SUV와 쿠페형 스포츠카의 장점을 결합해서 CUV를 표방한 미래형 컨셉트카 T2X를 전시했었다. 현대차는 2008년 2분기께 정통 CUV인 PO(프로젝트명)를 국내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CUV 스타일의 컨셉트카 HCD-9을 선보였다.기아자동차도 4월에 본격적으로 CUV를 내놓는다. 기아차가 카렌스 후속으로 개발한 UN(프로젝트명)은 소형 미니밴인 카렌스와 달리 SUV의 장점인 넓은 시야와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차고를 높이고 차폭도 넓혀 세단의 승차감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세단과 SUV, MPV 등 웬만한 차종의 장점은 모두 흡수한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는 미니밴이나 SUV 등 하나의 특징만을 가진 차는 소비자의 시선을 잡기 힘들다”면서 “갈수록 여러 차종의 장점을 개발한 CUV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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