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꽂은 여당, 뒷짐 진 야당… 피해는 유권자 몫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한때 불꽃 튀는 격전지였던 전북이 여당이 깃발 꼽으면 승리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2013년 4.13총선 때만 해도 전북 지역에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의 날개가 꺾이면서부터다. 국민의당이 진 자리에 마땅한 대항마가 나타나지 못한 탓에 민주당의 독주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이번 6.13지방선거 전북지사 선거에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 후보들은 현재까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민주평화당이 공천 작업에 스퍼트를 내고 있지만 민주당의 기세를 꺾을 만한 인물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공천한 송하진 후보의 독주체제가 끝까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野, 출마자 윤곽조차 안 나와 “사실상 포기” 관측까지
민주당 경선 ‘흑색전’에도 마땅한 대항마 없어 실망감 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전북지사 후보자 공천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 지역 내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70%를 넘는 반면, 야4당은 한 자릿수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정당 지지율이 승패를 좌우한다. 이에 각 당은 지선이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인물난 속에 출마자의 윤곽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최근 전북지사 등 지역 각급 선거에 대한 예비후보자 공모를 실시했지만 응모자가 전혀 없었다고 알려진다. 여기에 6.13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핵심인 한국당 전북도당위원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인 점은 더욱 뼈아프다. ‘중간 허리’가 없으니 중앙당의 관심도 직접적으로 미치지 못해 사실상 한국당이 전북지사 공천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현재 한국당 내부에서는 인재 영입에 실패할 경우 당협위원장들이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최악의 상황에는 후보조차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본선 후보 등록 전까지 인재 영입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7일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총 16명 후보자가 공천 신청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이 중 전북지사 자리를 포함한 5개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바른미래당은 해당 5개 지역에 대해 추가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선거판을 뒤흔들 만한 인물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나마 야당 중에서 공천 절차에 열을 내고 있는 곳은 전북이 근거지인 민주평화당이다.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은 지난 18일부터 공천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평화당은 이날 1차 공천신청자에 대한 면접 심사를 시작으로, 지난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차 신청을 받는다.
평화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압도하며 전북 제1당으로서 입지를 다진 바 있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도 전북 지역에 총력을 기울여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다짐이 굳세다.
 
정진숙 민주평화당 전북도당 사무처장은 “정당의 존재 목적은 선거에 후보를 공천해 승리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지사후보로 현역 국회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특정인을 지정해 추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민주당 독주 체제에 평화당도 인물난을 겪긴 마찬가지다. 공천 신청을 받고 있지만 전북지사 출마자 확정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에는 직접 전직 고위공무원 또는 국회의원, 기업인 등을 상대로 영입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정의당은 권태홍 도당위원장, 민중당은 이광석 전북진보연대 상임대표를 각각 후보로 내세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때 격전지였던 전북 선거가 다소 시시해졌다. 사실상 민주당의 독주체제가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직인 송하진 전북지사를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했다. 송 지사는 지난 15일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김춘진 예비후보를 제치고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김 예비후보는 초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43.09%를 득표하며 선전했지만 송 지사가 56.92%를 획득하며 무리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경선 과정 중 지나친 과열 양상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예비후보는 송 지사의 건강 이상설 등을 제기했을뿐만 아니라 불법선거사무실 설치 등을 이유로 2차례에 검찰 고발까지 감행했다. 김 예비후보는 송 후보의 출마가 확정된 후에도 “총체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경선이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흑색선전을 지속했다.
 
이처럼 민주당 경선에서 서로에 대한 비방전이 난무했던 터라 이들에 대적할 야권의 인물이 없다는 데 대한 유권자들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특히 민주당의 독주체제로 굳어질 경우 정책 대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깃발 꽂으면 승리하는 게임으로 전락하게 된다. 지난 2013년 4.13총선 때 만해도 국민의당이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전북 지역을 장악, 민주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경선 열기를 달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야4당을 통틀어 민주당에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는 것이다. 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이 우여곡절 끝에 출마자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민주당의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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