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EMQ’등… 의미는 다양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기업 임직원들끼리만 통하는 그들만의 호칭이 새삼 화제다. 재계에서는 이를 ‘코드네임’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너 회장을 지칭하는 코드네임이 외부로 알려진 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번 대한항공 파문에서 조현민 전무를 ‘EMQ’라고 부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다른 기업에서 사용하는 코드네임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오너 이름 함부로 부르기 힘들고 원활한 대화나 보안 필요성 때문
회장 코드네임 공개 기업들 사용 여부 ‘부정’…‘과거 이야기’ 주장도


한 매체는 지난 16일 조현민 전무를 비롯한 대한항공 오너들의 코드명에 관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직원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직원 김 씨는 “본사 6층(조현민의 집무실이 있는 층)에 EMQ가 뜨면 모두가 긴장한다. 매주 월요일이면 6층 전체에 욕설 섞인 고함이 울려퍼진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오너 일가를 부르는 영문 이니셜이 주목받고 있다.

‘코드네임’의 비밀
 
  일단 대한항공 임원들은 영어 문자 3개를 조합해 코드를 만들어 쓴다고 알려진다. 특히 오너 일가는 고유 코드를 부여받는다.

오너나 CEO급은 ‘DD’가 붙는데 DD는 경영자를 뜻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조양호 회장은 DDY, 조현아 칼호텔네트웍스 사장은 DDA, 조원태 사장은 DDW다. 조 전무는 DD를 쓰지 않고 직접 지은 코드명을 쓴다고 한다. 조현민 전무가 쓰는 EMQ는 조 전문의 영문명 ‘에밀리(Emily)’에 마케팅 여왕(Marketing Queen)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옛 한진해운 회장 시절, ‘DD’에 마담(madame)을 뜻하는 ‘M’을 조합해 ‘DDM’으로 불렸다. 최 회장의 경우 특별히 ‘스페셜 원’ 대우를 하거나 보안상 필요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항공·해운업계 특성 때문에 사용하던 것이 별칭으로 굳어진 예다. 과거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쓰는 표현이 외부에 알려진 것”이라며 “당시의 회사 내부 문서 등에는 DDM이라고 쓰였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코드명을 쓰는 이유에 대해 1970년대 영문 텔렉스를 통해 해외지사에 전문을 보낼 때 요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당시 조중훈 회장이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텔렉스가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메일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된 이후에도 임직원들은 내부 보안을 위해 코드명을 계속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과거 ‘A’’로 통했다. 이 회장이 영문 대문자 ‘A’로 통하는 데서 파생됐다는 것이다.

이건희-홍라희 부부를 대문자 A로 표기한 것과 달리 자제들에게는 하나같이 영문이름 이니셜을 사용했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JY’, 차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BJ’,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SH’라고 통칭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톱 매니지먼트(TOP managemen t)’의 약자인 ‘톱(TOP)’과 이름의 이니셜을 합쳐 ‘TC’로 불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체어맨(Chair Man)’의 약자를 따 ‘CM’으로 불리며 김승연 회장의 부인 서영민 씨는 그룹 내부에서 ‘SM’으로 통한다. 김 회장의 코드네임 CM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모(님)’의 영문 이니셜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1’으로 불린다. CJ 관계자는 “회장이 ‘C1’, 부회장이 ‘C2’로 불리는 등 그룹명인 ‘C’ 다음부터 서열 순으로 숫자가 붙는다”고 전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영어 이니셜 ‘MK’로 통하며, 정 회장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도 이니셜을 따 ‘ES’라는 명칭이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인데,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고문은 사장 시절, 회사의 항공 코드인 OZ에 ‘DD’, 프레지던트(president)의 ‘P’를 더해 ‘OZDDP’란 코드네임을 썼다. 아시아나항공을 계열사로 둔 금호아시아나그룹 총괄 회장인 박삼구 회장에 대해서는 ‘CCC’라는 코드를 사용한다.

이런 코드네임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성을 꼽는다. 외부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대외 업무가 많은 홍보팀이나 영업팀 직원이 많이 쓴다. 내부 직원들 역시 동료끼리만 알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오너 회장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 힘든 이유도 있고 원활한 대화나 보안의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오너 회장을 지칭하는 코드네임이 외부로 알려진 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룹 내부 문서에 적시돼 있고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코드네임으로 통하고 있다

한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오너가 없는 임원 회의의 경우, 대부분 코드네임으로 오너를 지칭한다”며 “심지어 내부 공식 문서에도 이런 코드네임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