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하는 상사들 욕설 난무하는 회의 시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일부 재벌들의 상식을 벗어난 폭언, 폭행 등 갑(甲)질 행태를 놓고 국민들의 비난과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인격이 덜 형성된 것 같다’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일부의 직장인들은 “오히려 일반적인 직장 내 폭언이나 폭행 등 갑질이 더욱 심하다. 재벌에게 당하면 사회적으로 고발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일반 상사들의 괴롭힘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토로한다.

직장인 중 97% “상사 갑질 경험한 바 있어”
“나는 심부름꾼, 욕받이, 개인 기사로 일했다”


서울시 용산구 소재의 한 회사에서 근무했던 직장인 이모씨는 근무 중 반복되는 상사들의 욕설과 폭언 등으로 결국 이직을 선택했다. 또 그는 “잘나고 돈 많은 재벌들만 ‘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직장의 상사들은 ‘갑’이며, 갑질을 하려 한다”고 토로했다.

이 씨뿐만이 아니라 실제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한 직장의 노동조합은 “내가 사장이면 너희를 다 잘라버리고 XXX를 XX하고 싶다”는 폭언을 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또 다른 한 직장인은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너는 왜 그렇게 멍청하냐’부터 말이 욕설로 시작해 욕설로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욱 심할 때는 머리를 손으로 치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일례로 한 유명 기업의 회의 시간은 ‘직장 언어’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평소 기획 회의 등에서도 욕설이 난무하지만 직원들이 잘못이라도 하는 날에는 앉은 자리에서 한참 동안 비하 발언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폭행 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참다못한 부하 직원이 상사를 폭행하는 경우도 있고 화를 절제하지 못한 상사가 폭행까지 동반했다 고소를 당하는 일도 있다.

폭언이나 폭행 등 원시적인 상사의 괴롭힘도 문제지만 ‘지능형 괴롭히기’를 자주 활용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타 부서의 업무를 지시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심부름을 시켜 정작 본인의 일을 하지 못해 야근을 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후배 직원을 ‘개인 기사’처럼 사용하는 황당한 사례도 접할 수 있다. 한 회사원은 “상사와 출장을 갈 때마다 차를 가지고 상사의 집에 가서 데리고 출장을 다녀와서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기를 반복했다. 자발적인 내 호의가 아닌, 분명히 상사의 강요였다”고 전했다.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면 비아냥거림이 시작되고 집단따돌림을 종용하는 일도 존재했다. 자신이 담당할 업무가 아님을 밝히자 “법을 그렇게 잘 아시나”라는 식의 말을 일삼다가 “아무도 업무를 전달하지 마라”고 해 사무실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직장 상사가 만취해 연락해서 욕설을 한다’, ‘조금만 기분을 나쁘게 하면 내 말에 아예 대꾸를 해주지 않는다’, ‘밤이고 새벽이고 생각날 때마다 업무 지시를 하면서 신경쓰지 말라더라’는 등의 갑질 백태를 들을 수 있었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대표 서미영)에서도 직장인 898명을 대상으로 ‘갑질 상사 유형’에 대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무려 97%의 직장인들이 상사의 갑질을 경험했고, 그러한 경험은 근무 의욕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인들이 손꼽은 ‘갑질 상사’의 유형으로는 ‘본인의 기분에 따라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기분파형’과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미꾸라지형’이 각각 20%를 차지했다.

‘이랬다 저랬다 말 바꾸는 변덕쟁이형’이 19%, ‘사사건건 감시하고 지적하는 지적형’이 15%, ‘상사의 명령이나 의견에 무조건 순응하는 형’ 13%, ‘자신과 코드가 맞으면 OK, 아니면 NO인 사내정치 조장형’이 11%로 뒤를 이었다.

또 부하직원의 성과를 본인이 한 것처럼 조작하는 ‘성과 가로채기’형, 일 안하고 월급 받는 ‘월급루팡’형 또는 ‘베짱이’형, 한번 회의를 시작하면 기본 2시간을 이어가는 ‘회의주의자’형 등 업무 관련 사례가 많았다.

특히 주관식 답변을 통해 제보한 상사들의 갑질 유형은 더욱 다양했다. 상사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시키는 ‘무개념’형, 직위를 이용해 성추행, 외모 지적을 일삼는 ‘변태’형, 모든 대화에 욕설이 난무하는 ‘욕쟁이’형 등 사례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직원들은 대처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문제가 있는 상사와 일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냐는 질문에 ▲‘가능한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가 과반수에 달하는 46%로 1위를 차지했다.

▲‘일할 때는 친한 척, 뒤에서는 뒷담화를 한다’(16%) ▲ ‘본인이 이직한다’(15%)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상사에게 직접 토로한다’(9%) 및 ‘상사보다 더 윗분에게 말씀 드린다’(4%) 등 상황을 직접 알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비율은 현저히 적었다.

직장인들은 사업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덜 알려졌을 때 더욱 구제받기가 어려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의 사례나 재벌들의 갑질일 경우 철저한 진상조사와 강력한 제재조치가 이루어지는 반면 5인 이하 사업장 등에서 피해 대책은 ‘그림의 떡’이라는 이야기다.

한 재계의 관계자는 “사실 일 자체가 힘들어서 이직을 원하는 경우보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직장을 옮기는 일이 더 많다”면서 “가십거리로 ‘어떤 재벌이 이랬다더라’보다 실질적인 상사들의 갑질을 근절시키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반대로 부하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상사 상(像)은 무엇일까. 인쿠르트의 조사결과 많은 응답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24%)’을 가장 좋아하는 직장 상사 유형으로 꼽았다.

‘팀원과의 수평적 소통 관계를 이끄는 모습(21%)’이나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한 모습’ 및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각 15%),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는 모습(14%)’ 등도 상사들에게서 바라는 모습이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 일부 총수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기업의 위험 요인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수직적인 사내 분위기와 직급의 권력화가 일상인 대한민국 기업문화에 대한 자정노력이 여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라고 설문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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