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은 과연 사고팔 수 있는 것인가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성매매 혹은 매춘(賣春)은 성을 파고 사는, 즉 거래한다는 뜻이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성은 교환재가 아닌 고유의 인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공공연히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고, 성매매 여성은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성 구매자, 포주, 알선자를 처벌한다는 취지의 노르딕 모델은 성매매 여성이 ‘성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주목한다.


스웨덴에서 제정…가장 효과적인 성매매 근절법 평가
정미례 대표 “성을 사는 행위에 대해 면죄부 주면 안 돼”



결론부터 밝히자면 성은 사고팔 수 없고, 사고파는 것이 아니다. 성의 문제는 인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성매매 특별법을 통해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능에서는 ‘여자들은 모르는 남자들만의 세계가 있다’며 성매수를 암시하는 말을 우스갯소리 삼고, ‘딱지 뗀다’는 식의 성매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발언, 각종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성의 대상화 등 성매매에 대한 현 사회의 낮은 경각심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성매매에 대한 바른 인식
아직 멀었다

 
지난달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효과적인 성매매 근절을 위하여 포주와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을 도입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은 “2016년 4월 6일 프랑스가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이어 포주와 성매수자만을 처벌하는 성매매법(노르딕 모델)을 도입했다”고 전하면서 “노르딕 모델은 현존하는 제도 중 성매매 근절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청원자는 “포주, 성매수자, 알선자만을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이 도입된다면 성산업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성산업에서 보다 쉽게 벗어날 수 있으며 신고도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청원자는 성매매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문란한 성생활 비난’으로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 대한 권리를 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2일에 마감됐으며 총 8만 2185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 명에 도달하지 못해 지난 2일부터 청원을 다시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5만 1472명(19일 기준)이 동의를 표했다.
 
현행법은 과도기적
‘성 사는 것은 범죄’

 
노르딕 모델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와 유선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정 대표는 “(이러한 제도의) 출발은 1999년도 스웨덴”이라고 말하면서 “(스웨덴에서) 성산업 확장을 막아내기 위해 어떤 정책이 적절한가를 논의하다 보니 성별불평등에서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은 여성인데, (이들이) 성을 판매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처벌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 성을 파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관해서는 처벌하지 않도록 비범죄화했다”고 배경을 말했다.

이는 성매매 여성은 구조적인 차별, 젠더불평등의 희생자이며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보고 처벌이 아닌 사회복지적으로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성적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성구매를 하는 이들을 정당한 거래로 인정할 수 없으며, 이들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규제하는 게 옳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게 성구매자 처벌법”이라고 설명했다.

후에 인근 국가들이 이 방식으로 법 정책을 바꿔가면서 스웨덴 모델이 전파가 됐는데,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스웨덴 모델’ 또는 ‘노르딕 모델’이라 불리게 됐다.

현재 한국에서 성매매를 관리·규제하는 법안은 성매매 특별법으로, 2004년 3월 22일 제정됐으며 같은 해 9월 23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해당 법안에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포함됐다.

하지만 현행법상 강제 강요된 이들만 성매매 피해자로 구분하기 때문에 알선자 없이 혼자 하는 성매매 여성이 성구매자에게 폭행이나 학대를 당해 신고하게 될 경우 함께 처벌받게 된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현재 시행 중인 성매매 특별법엔 과도기적 측면이 있어 “여성단체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게끔 하는 성구매자 처벌법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성매매 인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그는 “성을 사는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거나, 괜찮다 말해선 안 된다”면서 “성을 사는 게 어떤 권리이거나 (해도) 괜찮은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범죄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성매매 여성들을 분리시키고, ‘돈 벌려 (성매매)한다’는 식으로 치부한다. 그런데 이 여성들의 몸을 산 사람은 누군가. (그들이) 접대, 상납이라는 성폭력의 다른 이름 하에서 여성을 소유하고 여성에게 지배력을 행사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많은 국가들이 노르딕 모델을 이상적으로 삼지만, 이에 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세계적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8월 11일 아일랜드에서 연 국제 대의원 총회에서 실시한 표결을 통해 성매매 관련자 모두를 처벌하지 말자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관해 한국앰네스티는 홈페이지를 통해 “노르딕 모델에서 성노동자는 처벌받지 않지만 성구매자, 알선업자, 임대인, 경호원 등 성노동 관련 모든 사람이 처벌받는다”면서 “성을 구매하거나 성노동을 조직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들은 현실에서 성노동자에게 해롭게 작용한다. 이러한 법들로 인해 성노동자는 성구매자를 경찰의 단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표결 당시 마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은 “여성이 자유롭게 성매매를 택해 행복하게 일한다는 건 신화 같은 이야기다. 포주와 성구매자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비판했다. 많은 여성단체들 역시 엠네스티 측 주장에 반기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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