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문 마케팅’ 당협위원장 ‘밥그릇’ 싸움, 두 번 운다
- 높은 지지율 기대 ‘갑질 공천’ 계속되면 ‘후폭풍’ 불 것
 

더불어민주당의 전국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접입가경이다. ‘공천=본선 승리’ 방정식이 일반화되면서 경선이 본선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과 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 오만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단 되고 보자’는 심산이다. 게다가 보수 진영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되면서 여권 후보로서 이번 선거만큼 호재가 따로 없다.
 
무엇보다 친문 마케팅이 성행하면서 비주류 출마자들의 설움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최성 민주당 고양 시장 후보의 경우 지난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렀지만 컷오프되는 수모를 당했다. 경선 참여도 못하는 현역 시장이 된것이다. 전남 광주시장도 마찬가지다. 윤장현 시장은 ‘안철수맨’이라는 꼬리표가 문제였다. 결국 민주당 출신 현역 광주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람이 아니다’는 압박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처럼 민주당 경선이 본선보다 뜨거운 대표적인 지역이 호남과 수도권이다. 여권 후보는 인물이 넘쳐나는 데다 야당 후보는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너도 나도 공천을 받기 위해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호남의 경우를 보자. 윤장현 광주시장이 불출마한 배경에는 호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작용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호남은 그야말로 ‘공천=당선’인 지역이다. 경쟁 당인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심지어 민주평화당마저 제대로 된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1당 독주 체제’다. 게다가 호남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80%에 육박하고 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니 민주당 출마자 경선전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광주시장의 경우 현역 시장이 불출마하면서 혼탁 그 자체다. 정책 대결은 실종된 지 오래다. 오히려 당원명부 유출사건으로 고소·고발전은 이용섭 후보가 확정된 이후에도 진행중이다. 광주의 5개 구청장 선거도 혼탁하기는 마찬가지다.
 
동구는 3인 경선 원칙에도 불구하고 4인 경선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서구는 현직 구청장이 컷오프와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난장판이다. 남구는 후보 자격 문제로 중앙당이 아예 보류 지역으로 지정해 경선 일정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북구는 후보 간 단일화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광산구도 컷오프된 4명의 후보 중 3명이 반발해 재심 청구로 중앙당에서 김삼호 예비후보가 구제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선 심사에서 탈락한 일부 후보는 ‘불공정 경선’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후유증이 크다. 임우진 광주서구청장과 권오봉 여수시장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공천이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갈 경우 호남에서 무소속 출마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남 역시 경선이 혼탁하다. 전남 선관위가 이번 선거와 관련해 조치한 건수는 103건으로 이중 고발이 20건, 경고가 83건이다. 대다수가 민주당 경선 잡음으로 인한 것들이다.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호남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비슷한 양상이다.
 
광주 서구갑과 전남 무안·영암·신안 등 2곳에서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야 한다. 광주 서구갑의 경우 전대협 의장 출신인 송갑석 후보가 중앙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해 중앙당 항의방문과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경쟁 상대인 박혜자 후보도 지지자들을 통해 중앙당 방침 수용을 요구하면서 송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무안·영암·신안 선거구도 경선 결과 발표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연기됐다. 서삼석 예비후보의 대리투표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백재욱 후보는 서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후보간 경선 갈등은 ‘공천이 사실상 당선’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다.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80%를 상회하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원팀 경선’이라는 구호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자기 당 후보끼리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 후보 간 갈등은 지역 주민들에게 ‘그들만의 잔치’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특성상 투표율이 50%대 중반인 점을 감안할 때 호남에서 같은 편끼리 치고받는 모습은 정치 혐오를 가져올 공산이 높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호남처럼 치열한 지역이 수도권이다. 서울, 경기, 인천 광역단체장 선거 역시 여당 후보가 강세다. 기초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해 여당 단체장들이 대다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현역기초단체장에 맞서 민주당 후보군의 이전투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마케팅’이 효과를 보면서 비주류 후보나 정치 신인들이 설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다. 당초 추미애 당 대표가 영입한 송기호 변호사가 진작부터 터를 잡고 출마를 준비했지만 경기도 남양주에서 3선을 한 최재성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다. 경선 내내 ‘문재인 복심’, ‘친문’이라고 ‘친문 마케팅’을 벌인 게 주효했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기초단체장 경선 역시 친문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서철모 후보가 폭력 전과 문제로 당내 경쟁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서 후보는 사퇴를 일축하고 ‘친문 마케팅’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당내 경선이 혼탁해지고 있지만 중앙당은 뒷짐지고 모르는 체하고 있다. 오히려 4.27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틈타 경선 후유증을 덮고 가려는 꼼수도 엿보인다. 면접에 여론조사까지 마쳤음에도 차일피일 발표를 미루는 배경이다.
 
실제로 전국 17개시도 광역단체장 후보군 역시 친문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광주 이용섭 인천 박남춘, 대전 박영순, 전남 김영록, 제주 문대림, 울산 송철호, 경남 김경수 등 6곳이 친문이다. 친문이지만 인지도가 턱없이 낮아 경선에서 탈락한 인사는 전해철 의원이 유일하다. 서울은 친문 후보가 부재해 박원순 현 시장의 공천이 확정됐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경선이 과열 양상을 빚는 원인은 비단 비주류를 솎아내기 위한 ‘친문 마케팅’뿐만이 아니다. 전현직 지역구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외형상 시도당 공심위가 있지만 허울뿐이고 해당 지역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막후에서 경선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결국 민주당 기초단체장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컷오프’ 당한 비주류 후보는 본지 기자에게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에 기대 지역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공천 갑질’을 계속 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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