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한때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적이 있다.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재명도 흡족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재명은 자신을 ‘업그레이드 노무현’으로 불러 달라면서 스스로가 “노 전 대통령과 생각은 같지만 저는 착하지 않고 영악한 노무현”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이미지를 적극 이용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겠다는 이재명 특유의 욕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런 얄미운 일면이 이재명을 진정성을 재료로 하는 노무현류 정치인과 다른 존재로 만든다.
 
이재명은 친노·친문의 핵심, ‘3철’ 중의 일인인 전해철을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이겼다. 원래도 친노·친문과 거리가 있던 이재명은 이제 루비콘 강에 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가 되기 위해 강을 건너면 친노·친문과 돌아올 수 없는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어쩌면 이미 강은 건넜는지도 모른다. 전해철이 이재명과 선거 승리를 위해 ‘도화결의’를 했다는 시점에도 일부 전해철 지지자들이 이재명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이재명은 포퓰리스트다. 아무리 백만도시라지만 일개 기초단체장이 대권 후보로 도약한 데는 이재명의 포퓰리스트 면모가 크게 작용했다. 이재명의 적극적인 SNS 활용, 화려하고 자극적인 언행, 시혜적 복지정책에서 포퓰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노무현은 포퓰리스트가 아니다. 노무현이 실패한 지점은 그의 원칙주의적인 면모가 작동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지지그룹과 결별을 감수하면서 이라크 파병을 하고 한미FTA를 체결한 정치가를 포퓰리즘과 연관짓기는 어렵다.
 
흔히 한국정치는 경선 불복의 역사라고 한다. 이제는 법 개정으로 97년도 대선 당시의 이인제처럼 당을 뛰쳐나가서 출마하는 식의 극단적인 선택은 어렵게 되었다. 하도 경선 불복이 잦다보니 법으로 경선 불복을 막아보자고 법에 명시했다.
 
하지만 심정적인 경선 불복까지 선거법으로 가로막을 수는 없다. 후보가 아닌 지지그룹이 경선 결과에 실망하고 이반하는 것을 막는 것은 승리한 후보의 역량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은 이 부분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전해철을 지지했던 일부 지지자들 중에서는 “이재명을 찍느니 남경필을 찍겠다”, “전해철이 선대위원장으로 엮이는 것을 반대한다”라는 말들이 나온다. 이들이 비판하는 것은 두 가지인데 노무현, 문재인을 비하한 트윗을 날린 ‘08__hkkim’ 계정이 누구인지 밝히라는 것과 이재명이 일베에 가입한 사실이다.

이런 일들에 연관된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재명이 본선에서 보수 언론과 상대 후보들의 검증 공세에 시달리다 결국 낙선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밉든 곱든 이재명은 경선에서 이긴 후보다. 후단협의 악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재명을 저리 대해도 되는 것일까? 노무현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노무현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 것은 노무현이 후단협에 둘러싸여 몰매를 맞을 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재명은 노무현이 그랬듯 ‘바보처럼’묵묵히 인내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것 같아도 빠뜨리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재명이 책임질 것이 있다면 그의 몫으로 돌아올 것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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