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대표적 정치인 3인방이 있다. 바로 이인영·우상호 의원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일컫는다. 1기~6기 출신 중 가장 주목받는 인사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시장 경선을 거치면서 이들 3인방에게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의원과 부의장 출신인 우상호 의원·임종석 비서실장이 소원해졌다는 말이 무성하다. 임 의원은 3기 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강철대오’라는 전대협 전선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이인영 전대 출마? 원대 출마? 오락가락 ‘왜’
- 서울시장 경선 출마 우상호 -‘두문불출’ 이인영

 
 
이인영 의원과 우상호 의원, 그리고 임종석 실장간 이상 기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임종석 전 의원은 국정 2인자인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임 비서실장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정계에 입문, 18대 총선 낙선에 이어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반납하고 사무총장으로 나섰으나 새누리당에게 과반을 내주며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불운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정치적 운명 갈린 3인방
 

2016년 총선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성동구 출마 대신 은평을 경선에 나섰다가 강병원 의원에게 패해 출마를 못했다. 2014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무부시장으로 영입해 박원순 사람이 됐으나 2016년 10월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합류한 뒤 박 시장 측근에서 신친문 핵심 인사로 돌아섰다.
 
지금은 4.27 남북정상회담을 치르면서 국정 2인자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전대협 출신 중 가장 선두에서 차세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실장의 전대협 선배이자 막역한 친구이기도 한 우상호 의원 역시 대선 당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야당에서 여당 원내 대표로 임기를 마친 우 의원은 원내 대표를 거치면서 원만한 리더십을 발휘해 의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개성이 강한 김종인·추미애 전·현직 대표와 손발을 맞추며 원내를 원만하게 이끌어갔다. 또한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해 3위를 차지했지만 신친문 인사로 문재인 정부 2기 입각 대상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의원은 2017년 8월 12박 13일간 335km 민통선 통일걷기 운동을 한 이후 이렇다 할 정치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당시만 해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출마를 안했다.
 
지난해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도 무대 밖으로 물러나야만 했다. 당초 박원순 서울시장을 측면 지원했으나 불출마하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친문 주류도 아니고 비주류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3인방의 2차 이상기류는 박원순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박 시장에 맞서 이 의원과 우 의원의 역할분담론이 나왔다. 2017년말까지 ‘이인영 서울시장-우상호 당대표론’이 부상했다. 이때만 해도 박 시장의 3선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고 친문 주류에서도 ‘박원순 흔들기’가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시기였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거들고 나섰다. 임 실장은 지난 연말 박영선 의원과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시장이 3선 하지 않고 대선 출마로 바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의원님도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다. 박 의원이 나와 중심을 잡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이 공개됐다.
 
사실상 청와대의 기류가 박 시장 3선 반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여당과 청와대에서는 ‘임 실장 개인적이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슷한 시기에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박원순 시장을 만나 노골적으로 경남지사 출마를 종용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시 “박시장이 영남(경남 창년) 사람인지 모른다. 지역기반을 가지셔야 한다”,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려면 당을 위한 희생도 필요하다”는 요지로 설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시장은 거절했다. 두 인사 만남 이후 ‘박원순 경남지사 차출론’이 급속하게 퍼졌고 급기야 박 시장은 언론사 간담회장에서 공식적으로 ‘경남지사 불출마’ 의사를 밝혀야 했다.
 
박 시장이 청와대와 친문으로부터 두 번씩이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전달받을 당시 ‘이인영 서울시장-우상호 당대표’ 역할분담이 그럴듯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3선 도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두 사람의 역할이 반대로 흘러갔다.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경선에 뛰어들었고 이인영 의원은 당 대표 출마로 선회했다.
 
이 의원은 평소 박 시장과의 정치적 인간적인 도리를 들어 출마를 꺼려 했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서면 자신은 출마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과 이 의원의 관계는 38년전으로 돌아간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이인영 의원이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법정에 섰을 때 박원순 당시 변호사가 변호를 담당했다.
 
‘박원순’ 비주류 덫에
갇힌 전대협 1기의장

 
반대로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이 의원이 상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서울시장 당선에 기여했다. 2016년 서울시장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박 시장을 두 번씩이나 서울시장으로 만든 자신이 서울시장에 출마해 박 시장과 경쟁하는 모습을 부담스러워 했다. 박 시장 역시 이 의원 전직 보좌관을 서울시 정무부시장, 서울시설관리공당 상임감사로 기용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반면 전대협 부의장 출신으로 ‘30년 지기’인 우 의원은 이 의원이 서울시장에 나서기를 기대했다. 우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기 전 당내외 전대협 출신 인사들에게 “이 의원이 출마했으면 한다. 86그룹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출마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 의원이 이 의원 대신 서울시장 후보에 참여했다. 임종석 실장은 운동권 선배이자 친구인 우 의원을 보이지 않게 후방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경선 탈락이었다. 특히 대표적인 ‘비문’인 데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갑질 행태로 여론마저 좋지 않았던 박영선 의원에게도 뒤졌다는 점은 아픈 대목이다.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우 의원은 박 시장과 인간적인 관계로 얽혀 있는 이 의원이 얼굴을 한 번도 내비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 실장 입장에서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박영선 의원을 지난 연말에 만나 ‘박원순 3선 도전’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한 배경은 이인영 의원을 출마토록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 의원 출마는 무산되고 우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에 안 나온 것만 못하게 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임 실장이 자신의 ‘대망’ 걸림돌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들 3인방의 세번째 이상 기류는 이 의원이 당권 도전을 접고 원내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당초 우 의원이 당권을 포기하고 서울시장에 나서는 대신 이 의원은 당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정리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4월 초 이 의원이 당권 도전에서 원내 대표 출마로 돌아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권 도전을 포기한 배경은 비주류 출신으로 세력도 없는 데다 인지도마저 높지 않은 점이 한몫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당초 당권 도전을 준비할 때는 경쟁자들중 마땅한 친문 후보가 부재해 도전해 볼 만했다.
 
하지만 ‘대통령 복심’, ‘친문’을 자청하는 최재성 전 의원이 송파을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당선되면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추미애 당대표가 영입하고 박원순 시장이 적극 지지한 민변 출신 송기호 변호사는 경선에서 최 전 의원에게 패했다.
 
8월 전당대회에서도 최 전 의원이 ‘친문 마케팅’을 통해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비주류 이 의원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이 당권 도전에서 원내대표로 기류를 바꾼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또한 우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서 ‘86운동권’에 ‘신친문’임을 내세웠지만 꼴찌를 한 것은 당내 86운동권의 엄연한 현주소다. 서울시장 경선과 마찬가지로 권리 당원·일반 국민을 상대로 하는 당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또 하나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 의원은 최근 측근 인사와 통화하면서 “당권 도전에 나선다. 원내대표 선거에는 관심이 없다”고 입장을 다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도전에서 원내대표, 다시 당권 도전으로 이 의원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의원과 우상호·임종석 전대협 출신들의 엇갈린 정치적 행보로 ‘강철대오’라는 전대협 구호가 무색하게 됐다. 그동안 86운동권으로 대변되는 전대협은 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이끈 주역으로 결성된 지 31년 차나 됐다. 김대중 정부의 정치권 새 피 수혈 전략으로 대거 정치권에 입문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노무현 정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386 세대’는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숨죽여 지내왔던 전대협 3인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대협 출신 다수가 요직에 들어가는 등 제2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대협 출신 ‘제2의 전성시대’
나홀로 ‘이인영’

 
하지만 임종석 비서실장은 우 의원의 표현대로 “30년 전 임종석이 아니다”고 평할 정도로 차세대 리더로서 선두에 서 있다. 우 의원의 경우 이번서울시장 경선에서 3위를 했지만 서울시장 흥행에 한몫하는 등 희생정신은 주류 진영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분위기다.
 
비록 서울시장 후보는 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에 입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우 의원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우 의원 ‘통일부 장관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당시 우 의원은 “입각할 생각이 없다”고 일언지하에 설을 잠재웠다. 운동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뜻이 강했다.
 
반면 3선의 이인영 의원의 경우 정치 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이다. 당권 도전도 원내대표 선거 어느 것도 만만치 않은 가시밭길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등수에 들지 못할 경우 2020년 총선에서 공천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동지’와 소원해지고 ‘주류’에서도 비껴 있는 이 의원의 향후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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