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코오롱캐피탈(현 하나캐피탈) 횡령 파문에 또다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오롱캐피탈 횡령파문은 금융업계 사상 최고의 횡령액인 473억원을 5년여에 걸쳐 횡령했다 적발된 사건. 특히 해당기간동안 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은 물론 ㈜코오롱조차 감지 못했다가, 경영권이 하나금융그룹에 넘어간 지 단 이틀 만에 범행이 드러나 재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이 사건을 놓고 1년 만에 이해당사자였던 코오롱그룹과 삼일회계법인이 다시 소송을 시작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216억원의 소송을 재기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1년이 지난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삼일회계, 216억원을 배상하라”

코오롱그룹은 지난달 8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216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있었던 ‘473억원 코오롱캐피탈 횡령 파문’과 관련 “삼일회계법인의 부실감사로 인해 천문학적 금액의 횡령사건이 발생했다”며 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년 만에 다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473억원의 코오롱캐피탈 횡령’ 파문은 지난해 9월 이 회사의 경영권이 코오롱그룹에서 하나금융그룹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적발된 금융권 최대의 사건. 당시 이 사건으로 인해 코오롱그룹은 하나금융그룹 측에 총 473억원의 횡령비용 전액을 보전해 줬으며(㈜코오롱-251억원·코오롱건설-68억원·코오롱제약-58억원·코오롱글로텍-53억원·이웅렬 회장-43억원) 사고를 일으킨 정모 상무가 한동안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수난을 겪었다. 문제는 당시 이 횡령사건이 무려 5년여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코오롱그룹은 삼일회계법인이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코오롱 관계자는 “물론 회사측이 내부 감사를 잘 못한 책임도 있지만, 5년여 동안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이 이를 바로 잡았다면 횡령금액이 이처럼 불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의 의무를 태만히 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뜬금없는 배상소송, 도대체 ‘왜’

재계 관계자들이 의아해 하는 점은 바로 ‘소송시기’와 ‘배상규모’다. 횡령사건 이후 코오롱그룹은 경영권을 인수한 하나금융그룹에 횡령액을 보전해 주었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나 뜬금없이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삼일회계법인에 청구한 배상금액 역시 216억원으로 횡령금액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 “코오롱이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자신들이 배상해준 횡령금액의 절반을 삼일회계법인에 청구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횡령사건을 일으켰던 정모 상무가 검찰조사에서 ‘회사 지시로 횡령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한동안 검찰과 금융당국의 치밀한 조사를 받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재 정모 상무는 지난달 대법원 항소심에서 징역8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이 문제와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코오롱그룹이 횡령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를 벗었기 때문에 감사의무를 태만히 한 삼일회계법인에 216억원의 배상금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또한 배상금과 관련해서는 감사의무를 소홀이 함으로써 발생한 만큼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부적으로 산출한 것이라는 게 코오롱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재계관계자들은 이번 코오롱그룹의 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주주나 채권자가 아닌 해당기업이 최초로 감사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상이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 김&장 vs 화우 “우리가 최고”

국내 최대 법무법인으로 알려진 ‘김&장’과 법무법인 ‘화우’가 올 가을 두 차례 숙명적인 대결을 앞두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법무법인은 ‘코오롱캐피탈 횡령 파문’에 이어 삼성차 채권단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이해당사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 지정돼 국내 ‘최고의 로펌’ 자리를 놓고 실력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972년 김영무·장수길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김&장’은 일찌감치 증권발행 등 금융ㆍ기업 자문시장에 뛰어들어 국내 최고 로펌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해외 기업은 물론 국내 대형 기업들과 30년 넘게 쌓은 신뢰관계 덕택에 기업의 생사가 걸려있는 M&A 등 굵직한 일감들은 상당수가 김&장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반면 ‘김&장’의 천하에 도전장을 낸 법무법인 ‘화우’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급성장한 케이스. 특히 조대현 헌법재판관이 몸담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3년 2월 법무법인 ‘화백’과 ‘우방’의 합병으로 탄생한 ‘화우’는 탄핵정국 당시 노무현 대통령 대리인단의 중심축을 이루며 세간의 이목을 받았다. 박영무 사법연수원장, 변재승 전 대법관, 강보현 변호사(노무현 대통령과 17회사시 동기), ‘이용호게이트’의 차정일 특별검사 등이 포진해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미국 연수 중) 역시 이곳에 몸을 담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김&장과 화우의 이번 가을 두 차례 소송대결에 대해 “기업 전문 소송에 대해 경험이 많은 김&장이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화우 소속 변호사들 역시 녹록치 않은 실력들을 갖고 있어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면서 “이 법무법인 중 소송을 이겨내는 쪽이 국내 최고의 로펌이란 칭송을 차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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