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장고’인가, 경영권 전쟁의 새 불씨인가. 지난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아버지로부터 퇴출당했던 강문석 전 동아제약 부회장(45)이 경영일선으로 돌아왔다. 그는 1년여의 ‘방황’끝에 동아제약의 계열사인 수석무역 대표이사로 전격 복귀했다. 강씨는 지난 7월 중순경 이 회사에 복직한 후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며 몸을 한껏 낮춰오다가 지난 8월 초순 대표이사로 정식 발령이 났다. 수석무역측은 “강 대표 스스로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무척 꺼려하고 있는 상태이며, (언론에서) 본인과 동아제약을 연결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현 전경련 회장이자 동아제약 회장인 강신호 회장의 차남. 그는 한때 동아제약의 부회장에 올라 차세대 경영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을 정도로 제약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재’로 알려져 있다.

지난 87년 동아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2월 초 갑자기 동아제약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부친 강신호 회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졌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부회장간에 동아제약의 지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이 밝혀지면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부자간의 갈등의 표면상 이유는 박카스의 매출 부진에 따른 문책.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당시 신구 세력간의 갈등에서 나온 희생양이 강 대표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동아제약은 22년 동안 강 회장-손정삼 사장(작고)-유충식 부회장의 3각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이 틈을 강문석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입지가 흔들려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당시 강신호 회장은 아들보다는 가신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강문석 대표는 회사를 떠났다.

강문석 대표가 떠나자 강신호 회장의 4남 강정석 전무(40)가 경영 전면에 급부상했다. 그는 현재 동아제약의 가장 실세 파트인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강 전무의 지분은 0.43%(4만618주). 하지만 이 지분은 개인지분 순위에서 강신호 회장(5.19%)과 강문석 대표(2.84%)에 이어 3위다. 게다가 강 전무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상근 이사로 선임되면서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그를 두고 동아제약 안팎에서는 강 전무를 중심으로 차기 경영권 구도가 짜여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강신호 회장의 자녀중 첫째 강의석씨와 셋째 강우석씨는 동아제약에서 일하고 있지 않아 일찌감치 후계구도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

그러나 최근 강문석 대표가 계열사이긴 하지만 수석무역의 경영에 전격 복귀하면서 동아제약의 후계구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올해로 78세인 강 회장의 나이로 볼 때 조만간 후계자를 확정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강문석 대표가 수석무역을 발판으로 재기를 시도할 경우 동아제약 2세들간의 경영권 전쟁은 본격적으로 표면화될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결국 강문석 대표와 강정석 전무의 한판승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이복형제간인 강 대표와 강 전무는 과거에도 경쟁의식이 강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강문석 대표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수석무역은 외산위스키 J&B를 수입·판매하는 주류업체. 이 회사는 현재 강 대표가 41.91%로 대주주이며, 지난해 390억원대 매출을 올려 3억6,500만원의 순익을 남겼다. 매출이나 순익면에서는 아직 소규모이지만, J&B는 국내 바(Bar) 시장에서 점유율 12%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밝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 15년산 `리저브(Reserve)` 500㎖ 신제품을 내놓고 룸살롱, 단란주점을 공략하는 동시에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바 시장 수요를 확대해 나가는 등 공격경영을 통해 전년대비 20%의 매출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 동아제약, 재기하나? - 발기부전치료제로 ‘기사회생’ 노린다

동아제약은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의 출시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동안 동아제약은 ‘이보다 나빠질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최장수 드링크제이자 동아제약의 주력제품인 ‘박카스’가 지난해부터 광동제약의 ‘비타500’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부자간의 갈등설로 대외적인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기도 했다. 또 얼마 전 박카스를 슈퍼에 불법으로 유통시키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혐의로 입건된 것을 계기로 동대문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까지 받았다.

동아제약측은 ‘제약업계에서는 관행화 된 것’이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지난해 집안 내부의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강 회장으로서는 이번 탈세 의혹에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다행히 바이오벤처 및 부동산 투자회사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동아제약의 발목을 잡았던 부실 자회사인 보고투자개발 지분 56%를 제3자에 매각했고, 출시가 지연됐던 자이데나는 서류상 보완조치를 통해 곧 식약청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기부전제의 발매가 이뤄진다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동아제약이 다시한번 기사회생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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