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복권(온라인연합복권)이 출범 3년만에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특히 로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당시 전 정권의 실세인사 개입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재계에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최근 로또 사업자 선정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검찰에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려져 정·재계에 ‘로또게이트’ 파문이 예고되고 있다.로또복권은 범양건영의 자회사인 코리아로터리서비스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2002년 1월29일 연합복권시스템 구축 및 운영용역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 컨소시엄에는 디지틀조선일보, SBSi, 중앙M&S, 케이디미디어 등 4개 언론사를 비롯해 삼성SDS, KT 등이 참여했다.복권 발행이 개시된 것은 2002년 11월2일. 로또 발매에는 건설교통부ㆍ행정자치부ㆍ과학기술부ㆍ노동부ㆍ산림청ㆍ중소기업청ㆍ제주도 등 7개 기관이 먼저 참여했고, 나중에 문화관광부ㆍ보건복지부ㆍ국가보훈처 등 3개 부처까지 합세했다.

과연 로또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무엇일까.정부는 로또 출범 당시 복권 운영주체는 국민은행이 맡고, 발매시스템 운영은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라는 기업에 맡겼다. ‘황금알을 낳는 복권사업자’로 국민은행이 선정된 배경에 대해서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항간에는 당시 DJ 정부와 상당한 교감을 가지고 있던 김정태 행장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의혹은 복권사업을 담당한 주관은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누군가 맡아야 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이 사업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린 것은 사실이다. 또다른 의문은 KLS라는 곳. 복권운영 시스템을 맡은 이 회사는 1988년 설립된 후 1990년부터 즉석복권, 기술복권, 주택복권 등을 개발해 다양한 복권시스템을 운영해온 곳이다. 그러나 2002년 로또복권 시스템을 운영하기 전까지 별로 이름이 없었다가, 그 이후 폭발적인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시스템운영 사업자 선정 당시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탈락한 일부 업체에서 선정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큰 파문이 일었다. 탈락업체들은 KLS와 정부 고위인사의 밀착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제기되는 의문 중 하나는 2002년 당시 정부가 복권발매 시스템의 소유권을 KLS측에 넘겨준 부분이다. 실제로 2002년 6월14일 국민은행과 KLS가 체결한 ‘온라인연합복권 시스템 구축 및 운영용역 계약서’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은행은 수백억원대의 발매시스템 구축비용 전액을 KLS에 제공했음에도 소유권까지 KLS에 넘겼다. 돈도 주고 소유권도 준 이상한 계약이었던 셈이다. 이 계약서 44조 2항에는 “시스템 구축에 소요된 모든 전산기기, 통신기기, 기타 부대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을’(KLS)이 보유하고, 본 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을’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권리 역시 ‘을’이 보유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계약이 끝난 뒤에도 KLS는 시스템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정부는 시스템개발비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는 결국 KLS가 영속적인 사업자로 남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4년 8월까지 790억원대의 시스템개발비를 지불한 것으로 되어 있다.

반면 정부는 지난 2001년 2월에 도입한 스포츠토토 출범시에는 기부채납 방식을 통해 시스템 소유권을 확보했다. 가장 큰 의혹은 시스템 운영업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현재 KLS의 고정 수수료율은 복권판매액의 9.523%로 되어 있다. 이는 미국의 평균 수수료율 4%, 브라질, 홍콩, 뉴질랜드 등(5∼7%)과 비교해서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KLS는 로또복권 도입 첫 해인 2003년에만 3,692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이와 관련해 항간에는 로또 운영관계자가 친인척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실제로 전윤철 감사원장은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해 “KLS에 제공되는 수수료율이 당초 국제관례의 최고 3배에 달하도록 높게 책정되는 등 특혜 의혹이 제기돼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혀 이 문제가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또복권 사업자선정 및 내부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조사에 착수한 것은 올 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사원은 내부관계자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해 상당부분 의혹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검찰에도 같은 내용의 투서가 접수됐고, 대검 정보기획관실에서 내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감사원에서 조사가 이루어진 뒤 본격적인 수사의뢰가 접수되면 이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현재 검찰 주변에서 나도는 얘기로는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관련 업체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권력 실세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 은행관계자 등에게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였다는 루머가 파다하다. 게다가 이 회사가 중소기업인 A사에서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주식로비를 벌였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계속 제기됐었다.

2년반만에 7조 매출 황금알

2002년 12월 첫 발매가 시작된 로또는 그동안 얼마나 팔렸을까. 상한선이 없는 당첨금으로 인해 1등 당첨자의 인생이 한순간에 역전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로또는 대박을 터트렸다. 추첨이 있는 토요일 저녁이면 로또 판매점에는 서민들이 복권구입을 위해 줄까지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또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도 지난 2004년 8월 1개 조합(6개 숫자)당 판매금액이 1,000원으로 인하되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당첨금액이 한순간에 반토막이 나자 서민들의 인생역전에 대한 소망도 한풀 꺾여버린 셈이다.

서민들의 외면이 시작되면서 로또복권 판매율도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민은행 복권사업부에 따르면 로또판매량은 지난 2003년 4조2,000억원을 기록한 후 2004년 3조2,000억원대, 올해에는 2조7,000억원대가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초기보다 금액이 줄긴 했지만 웬만한 재벌그룹의 총매출에 버금갈 정도로 엄청난 매출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또 관련업체들의 수익도 대단했다. 복권시스템업체인 위탁업자인 국민은행은 수수료만으로 연간 수천억원을 올렸고, 시스템 운영업자인 KLS도 1,500억에서 3,000억원대의 대박을 터트렸다. 슬립종이를 공급한 케이디미디어(나중에 사업자가 바뀌었지만)도 수백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 코리아로터리서비스는 어떤 회사?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 ·대표 남기태)는 2002년 로또 등장과 함께 불어닥친 ‘로또 열풍’으로 유명해진 회사다. 이 회사의 주업종은 복권 기자재 및 소프트웨어 제작판매, 즉석식복권 국산화, 복권 판매 및 판매 중개, 복권사업 관련 서비스, 소프트웨어 자문개발 및 공급이었다. 지난 88년 설립된 KLS는 지난 90년부터 즉석식 주택복권을 시작으로 각종 즉석식 복권 및 즉석식 판촉 경품권(Scratch Card)을 제작 납품해왔다. 즉석식 복권 및 즉석식 판촉 경품권 인쇄에 사용되는 인쇄 기술은 보안문제가 매우 중요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남기태 대표이사. 56년생인 그는 서울대경영학과를 나온 뒤 대우실업, 범양건영 기획실장, 범양개발 대표이사를 거쳐 로또 대박을 터트렸다. 그는 90년 초 즉석복권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인물로, 지난 88년 1월 범양개발 대표이사 퇴임 후 KLS를 창업해 현재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이 회사의 지분 15%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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