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이란 메가톤급 격랑에 휩싸인 이번 총선 정국은 민주당의 분당까지 겹쳐 그 어느 때 보다 격전이 예상된다. 당장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총선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던 ‘재신임 국민투표’는 불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내년 선거의 주된 이슈는 ‘현정권의 재신임 여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과 비리’문제를, 열린우리당은 ‘낡은 정치세력과 신진 정치세력’의 대결 구도로 몰아갈 태세다. 각 당의 영호남 물갈이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자금 유용 정치인 수사가 총선 정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민주당 분당으로 촉발된 수도권의 민심 부재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의 5대 관전포인트를 점검해보았다.

1총선 ‘뇌관’, 특검

1월초 출범을 앞둔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은 4·15총선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검의 1차 수사기한은 60일이고, 연장의 필요가 있을 경우 30일 동안 수사를 계속할 수 있는 만큼 총선직전까지 특검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장은 대통령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 이에 따라 수사기한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3월 중순께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연장될 경우 총선과 겹치는 4월 중순께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

결국 수사기한을 연장하지 않든, 연장하게 되든 총선과 맞물려 발표될 특검수사 결과는 노 대통령이나 정신적 여당인 열린 우리당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한편 최근까지 ‘특검’과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은 안희정씨를 구속기소하면서 대통령 측근비리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4개월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아, 남은 과제는 특검 몫으로 넘겨지게 됐다.따라서 특검의 측근 비리 의혹규명 작업은 결국 대선당시 측근들이 행한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실을 노무현 후보가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쪽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2 불법 대선자금

검찰이 ‘파렴치범’으로 규정한 불법 대선자금 관련 유용 정치인은 총선정국에서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수사는 구여권과 신여권, 거대야당의 핵심부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개혁연대 관계자는 “대선자금을 털기위한 정치권 개혁작업이 결국은 여권의 구상이라 해도 여야 모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노심초사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4명의 PK출신 의원과 다른 지역의 의원 4명 등 8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회창 캠프의 핵심멤버가 포함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열린우리당 역시 중진 J 의원을 비롯, 창당핵심인 L, A 의원 등 6명의 혐의가 포착됐다. 열린우리당 역시 대선과 창당에서 상당한 기여를 한 인사들이 거론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3 영호남 지역주의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지역주의 망령이 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되살아나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의 선거구 개편 등 선거법 개정과 관련된 논란을 지켜보면서 현재의 추세대로 나간다면 지역구도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민주당이 2000년부터 당론이었던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대선거구제로 되면 호남에서 열린우리당과 동반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렇게 되면 ‘배신론’의 효과를 극대화해 호남을 독차지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의 경우 영남의 탄탄한 지지세를 기반으로 지역구를 늘려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최대한 유지하되, 상대적으로 열세인 비례대표 증가는 최소화하겠다는 속셈이다. 결국 안정적 의석확보를 위해 이미 ‘지역주의 정당’이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 이와 관련 류동훈 광주·전남개혁연대 사무국장은 “앞으로 가면 갈수록 온갖 저질 공세가 나온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영남이든 호남이든 지역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정당에는 ‘지역감정’을 앞세워 선거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좋기야 하겠지만, 지역민 혹은 지역발전에는 오히려 해가 되는 만큼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 영호남 지역주의

여야 모두 지지기반이 사실상 차이가 없기 때문에 내년 총선의 성패는 인물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양당이 정치신인이나 거물급 인사 영입을 서두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한나라당은 공천기준을 강화, 현역 지역구의원과 원외 지구당위원장을 대상으로 50% 이상 물갈이를 할 방침이다. 특히 영남권 중심의 물갈이가 대폭 이뤄질 것을 예고했다. 민주당도 호남 물갈이론으로 시끄럽다. 박준영 전홍보처장, 조순용 전청와대정무수석과 노관규 당 예결위원장이 유력한 도전자들이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 지지도로 고민 중인 열린우리당은 총선 승부수로 1~2월 중 대대적인 ‘입당 퍼레이드’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윤덕홍 전부총리, 김혁규 전경남지사 입당에 이어 심대평 충남지사의 입당이 거론된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물갈이의 성패는 우리 정치권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증거가 될 것”이라며 “여야 공천의 핵심은 영호남권 물갈이와 신진 인사 영입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5 수도권 민심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볼 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표를 갈라먹을 수도권이 총선전략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했다. 수도권은 평균 6.8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어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치를 전망이다.하지만 이곳 민심은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신당의 지지도가 20~30%대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하게 된다면 과반의석을 차지할 공산이 크며 이후 정국은 야당의 일방 독주로 흐를 게 분명하다.하지만 잠재력을 가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쉽게 물러설 분위기는 아니다.

연합공천이나 합당설이 고개를 드는 것도 맥을 같이한다. 수도권에서는 민주당 분당이후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서울 민심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천과 경기지역도 인구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하면 변수의 진원지라 할 만하다. 만약 한나라당이 분당효과를 업고 수도권 승리를 이끌어 낸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열린우리당이 국회를 장악하면 이른바 ‘노무현식 개혁 드라이브’가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은 각 정당에 대한 수도권 여론의 평가와 구도 등에 비추어 압승 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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