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발표된 신임 각료 가운데 오명 신임 과학기술부 장관이 포함돼 화제다.오 신임장관은 전 동아일보 회장을 역임했던 언론인 출신.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중량급 언론계 인사를 포용하면서 언론과의 대타협을 시도하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언론과 ‘긴장관계’를 거론하며, 일정거리를 두어온 청와대가 대언론 전략을 수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노무현 대통령의 ‘깜짝 개각’에 이병완 홍보수석이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오 신임 장관 인선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삼고초려(三顧草廬)’ 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1월 초 고건 총리와 함께 막판까지 총리 후보로 경합했고, 첫 내각을 구성할 때에는 교육부총리 후보로 올랐으나 노 대통령 지지그룹이 중심이 된 네티즌들의 반대로 입각이 좌절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오 장관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3차례의 장관 경력에 언론계와 학계에서의 경험을 두루 갖춘 그가 인재풀이 제한된 소수파 정권의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오 명씨는 건교, 교통, 체신부 등 여러부처 장관과 경영인으로 재직하면서 보여준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공직경험 및 능력을 토대로 차세대 산업육성, 과학기술인력의 양성, 연구개발을 위한 성과 평가와 투자재원 배분 등 국가 과학기술혁신 체계를 새로이 정립하고 과학기술계의 현안과제를 원만하게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개각발표 며칠 전 오 신임 장관을 청와대로 직접 초청해 이공계 위기와 함께 과학기술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장관직 수락을 거듭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오 신임 장관은 1987년 체신부 장관을 맡은 이후 ‘컴퓨터와 통신망의 결합’ ‘데이터통신 전문회사 설립’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정보기술(IT) 분야 인프라 구축에 나서 한국을 IT 강국으로 부상시킨 주역이다.이 밖에도 그는 1993년 많은 전문가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대전엑스포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1,000억원이 넘는 흑자 대회로 치러냈다. 작년 6월에는 미국 스토니브룩 소재 뉴욕주립대에 그의 이름을 딴 ‘오명 박사 석좌(Dr. Oh Myung Chair)’가 설립되기도 했다.오 신임 장관은 내정발표 직후 “후배들을 생각할 때도 지금 과기부 장관을 맡을 입장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이 앞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여는 데 있어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입각을 권유해 수락했다”고 밝혔다.

언론인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족벌언론’ ‘선출되지 않은 권력’ 등의 용어를 써가며 보수 신문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왔다”며 “오 명 장관의 입각은 변화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대언론 시각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월에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도한 동아·조선·중앙·한국일보 사장을 상대로 모두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면서 언론과의 관계가 냉각된 바 있다.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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