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태원 SK(주)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경영을 운동에 빗대어 설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 회장의 얘기에 따르면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은 스포츠에 다 있다는 것. 이렇듯 그룹 회장들은 종종 회사 경영 방법을 운동과 비교해 말을 하곤 한다. 이해가 쉬울 뿐더러, 본인 스스로도 운동에 심취해있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4대그룹’ 재벌 회장들은 얼굴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 운동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들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측근들에 따르면 재벌 회장들은 일반인들 못지 않게 ‘스포츠광’인 사람이 허다하다고 한다. 재벌가 회장들은 주로 어떤 운동을 좋아하며, 어떤 스토리가 숨겨져 있을까.최태원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테니스광’이다. 그는 이번에 SK그룹 연수원인 SK아카데미에서 ‘운동경기 리더십’에 대해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당시 그의 머릿 속에는 테니스에 대한 생각이 스쳤을 것이라는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 실제로 그의 테니스 사랑은 정평이 나있을 정도다. 최 회장이 얼마나 테니스를 즐겨하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 두 가지.최 회장은 지난 2003년 2월, SK글로벌의 분식 회계 사태로 인해 한차례 구속된 적이 있었다. 그는 구속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보석으로 풀려나왔는데,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놀랍게도 테니스 코트였다. 최 회장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보석으로 풀려난 주의 일요일 아침, 주위의 우려를 뒤로 한 채 테니스화와 옷가지 등을 챙겨 곧장 워커힐호텔 테니스코트로 직행했다고 한다. 그가 다른 곳을 마다하고 굳이 워커힐호텔로 직행한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최 회장은 외국 출장 일정이 없을 경우 매주 주말마다 워커힐 호텔에서 테니스 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은 아무나 끼일 수 없는 모임으로 참가 멤버가 정해져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단 한 명도 끼여있지 않다. 이 멤버는 최 회장이 미국 유학시절에 만났던 지인들과 동문들이 대다수. 최 회장은 시카고대학에서 MBA를 했는데, 이 모임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시카고, 보스턴, 뉴욕 등 인근지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까지 모 방송국에서 경제 뉴스를 진행했던 P교수, 창투사의 K사장 등이 이 멤버. 최 회장으로서는 이들 테니스 모임의 멤버들이 회사 관계자도 아닌데다, 또 유학시절에 만난 동창들이어서 심적인 부담이 덜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설명. 최 회장은 주로 주말 오전에 이 모임에 나와 테니스를 즐기는데, 경기방식은 주로 토너먼트라고 한다. 1대1 경기보다는 2대2로 짝을 지어 게임을 하는 경기방식을 즐긴다는 것. 그가 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회사 경영을 운동경기에 빗대어 설명한 것도, 평소 그가 맨투맨 운동보다는 다같이 즐기는 운동을 선호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 테니스 모임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의 실력은 멤버 중에서도 단연코 최고수준. 멤버들 모두 준프로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최 회장의 강속구 앞에서는 기가 죽는단다.

최 회장의 ‘테니스 사랑’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예는 지난해 있었던 일본 출장. 그와 절친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일본에 출장을 떠났는데, 차로 이동을 하던 도중에 테니스 코트를 발견하고는 당장 테니스화를 사오라고 주문했을 정도라고 한다. 구본무LG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골프 마니아다. 재계 회장들 중에서 골프 마니아들이 많지만, 구 회장만큼 매너가 훌륭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 구 회장이 가장 자주 찾는 골프장은 LG그룹 소유인 곤지암C.C. 구 회장은 주말을 이용해 한 달에 2~3번씩 이곳을 찾는데, 이곳에서 자주 운동을 한 덕분에 코스를 외우다시피 할 정도라고 한다. 그와 함께 라운딩을 했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구 회장은 때로 캐디보다도 더 정확하게 코스를 읽는다는 것. 특히 그는 함께 한 멤버들에게 일일이 코스를 설명해주는 등 완벽한 골프 매너를 자랑한다고 한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97년 이후 전경련 회의에 일체 나오고 있지 않지만, 몇 년전 전경련 회장단을 모두 골프 모임에 초대해 직접 에스코트를 했을 정도로 골프 사랑이 남다르다. 구 회장은 이제 초등학생이 된 늦둥이 막내딸을 간간이 이 곳에 데려오기도 한다. 그의 스코어는 핸디 8 정도로 준 프로급.정몽구현대차 회장 역시 운동을 즐긴다. 외부에는 정 회장의 경우 골프를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무척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다만 정 회장의 경우는 서울 인근 지역에서 골프를 하기 보다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골프를 즐기는 스타일. 정 회장이 주로 찾는 곳은 현대차 계열사인 제주도 해비치리조트.그러나 정 회장이 골프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등산이다. 하지만 정 회장과 직접 등산을 한 그룹 관계자들은 극소수다.

정 회장은 등산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남의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해 주로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설명. 특히 정 회장은 외국 출장에서도 등산을 할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고 한다. 정 회장은 임직원과 산에 오르지는 않지만, 대신에 우회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에게도 등산을 권유한다. 그는 지난 2002년 양재동 본사 사옥 입주 1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등산을 권유하며 전직원의 식비를 챙겨줄 정도다. 알아주는 골프광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요즘 과격한 운동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한 때 이 회장은 골프를 할 때 먼 곳에 떨어져있는 과녁을 작은 골프공으로 맞힐 수 있을 정도로 마니아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 이 회장은 집 인근에 있는 한남동을 산책하거나, 요가를 하는 등 정적인 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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