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노동 분야에 대한 제도 개선과 근로자에 대한 보호 규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2017년 10월께 고용노동부가 준비했던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사업장 지도지침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충분한 논의과정이나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다만 고용노동부 차관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한 설명회 과정에서 포괄임금제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포괄임금제 지도 지침을 현재 준비 중이며, 빠르면 6월 정도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시급제 형태가 아닌 월급제나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에서는 포괄임금제 방식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해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나 관련 법령의 제ㆍ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조만간 고용노동부의 포괄임금제 지도지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겠지만, 그 전에 포괄임금제와 관련하여 사업장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이나 반대로 근로자의 입장에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업장이 준비할 사항과 근로자가 알아야 할 내용

근로자와 사용자(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임금과 근로시간에 관한 사항일 것이고 노동법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이 준수돼야 한다. 포괄임금제 방식은 근로시간의 산정이 실제로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업장에서는 임금계산상의 편의, 예상되는 시간외 근로 등을 이유로 하여 근로기준법 상 원칙과 판례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돼 왔다.

사실 ‘포괄임금제’라는 것은 노동법 상 임금의 형태가 아닌, 법원의 판례에 의해 인정되어 온 임금의 형태로서 연장근로수당 등의 법정 제수당을 실제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기본급여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정액으로 지급하는 임금지급 방식을 뜻한다. 이러한 포괄임금제도의 특징으로 인하여 실무적으로는 시간외근로를 하였음에도 별도의 법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시간외근로가 상시화됨에 따라서 장시간 근로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계속하여 발생함으로써 정부(고용노동부)에서는 포괄임금제의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기준법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사업장 지도지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법으로 정해진 임금산정 방식이 아니고,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정착된 개념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 포괄임금제도가 유효한지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판례에 따른 유효요건을 알아야 하고, 향후 고용노동부의 지침에서도 이러한 유효요건에 대하여 명확히 준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며, 반대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면 명시적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효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란 근로시간의 산정이 물리적으로 아예 불가능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하며,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서 인정돼 왔던 ‘계산상의 편의나 직원의 근무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것’은 향후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라도 반드시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근로자의 근로계약서상 포괄임금제가 적용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하고, 특히 포괄임금제라는 문구가 명시되거나 법정수당이 실제 근무와 무관하게 기본급여나 정액수당에 포함되어 지급된다는 내용이 기재돼야만 포괄임금제가 인정될 수 있다.

또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포괄임금제 적용에 대한 근거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개별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서 상에 포괄임금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있어야만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괄임금제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은 결국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하고, 시간외 근로(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를 한 경우 별도의 시간외수당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지와 연관이 있다. 즉, 포괄임금제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면 포괄임금 안에 주휴수당을 비롯하여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한 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미사용 수당(소위 ‘연차수당’)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포괄임금에 포함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포괄임금에 연차수당을 포함하게 되면 연차휴가의 사용권한이 사전에 박탈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지급할 연차수당을 1회가 아니라 12개월로 분할하여 지급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나, 이 경우에는 포괄임금 이외에 별도의 연차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에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포괄임금제 계약이 유효하지 않아서 무효인 경우, 즉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거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라도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 원칙을 적용하여, 법령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경우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미지급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43조 및 제56조 위반에 따른 임금체불로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준비 중인 사업장 지도지침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지도지침이 나오게 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처리되는 임금체불 사건이나 사업장 점검 시에 해당 지침에 따라서 임금체불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 및 임금지급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고용노동부 신고사건 조사과정 또는 사업장 점검 과정에서 위반 사항을 적발하는 경우 연장근로시간 한도 초과 여부나 시간외수당 미지급 등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입건 처리될 수 있다.

영업이나 출장 등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는 근로자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포괄임금제 방식이 아닌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간주근로시간제도’를 활용하거나 업무수행 방식에 대하여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인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58조 제3항에 따른 ‘재량근로시간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근로시간 산정이 실제로 어려워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포괄임금에 포함되는 임금항목과 계산방식 등을 근로계약서(서면)로 명시하여야 하고, 임금대장 및 급여명세서 등에도 이에 대한 사항을 철저히 기재하여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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