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부터 영남까지… 홍준표 ‘비토론’
- 당권에 연연하는 모습 보이다간 '보수 폭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일도양단’식(一刀兩斷 한칼로 쳐서 두 동강이를 낸다) 발언으로 재차 리더십에 위기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안으로는 지방선거 출마자들로부터 ‘선거 왕따’를 당할 처지에 몰렸고 밖으로는 지방선거 패배가 현실화될 위기에 몰렸다.
 
4.27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성공적이라는 국민적 평가가 높지만 홍 대표만이 ‘딴죽’을 걸고 있다. ‘위장 평화쇼’, ‘주사파들 간 숨은 합의’, ‘대통령의 감성팔이’라며 연일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참다못한 한국당 출신 단체장 출마자들이 나섰다. 김태호 경남지사부터, 남경필 경기지사에 이어 그동안 ‘친박계 핵심’이라는 낙인 때문에 침묵하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까지 나서 홍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뜩이나 여당 후보들이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당의 지지율과 함께 우세가 점쳐지고 있어 선거운동이 힘든데 당대표라는 사람이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손’이 돼 선거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단체장들은 홍 대표가 선거지원을 나서는 것에 대해 ‘보이콧 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단체장들뿐만 아니라 홍 대표로부터 ‘연탄가스’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았던 당내 중진들도 들고 일어날 기세다. 당 중진들은 홍 대표가 마지막 권력인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한 이상 더 눈치 볼 일이 없다는 판단이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전 2선 후퇴론’마저 언론에 흘리고 있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홍준표 흔들기’라는 음모론도 있지만 홍 대표 간판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속내가 더 엿보인다.
 
지방선거가 임박할수록 ‘홍준표 기피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다. 대구, 경남 등 보수 텃밭뿐만 아니라 충청· 수도권에 강원·제주까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호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충남에 출마하는 이인제 후보의 경우 ‘올드 보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충남 민심은 전국 민심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 ‘충청 대망론’을 이어가던 ‘반기문-안희정’ 두 유력 카드가 사라지면서 충청권은 인물부재론에 빠진 상황이다. 이 후보가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진 않지만 충청도 ‘어른’으로서 역할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독설가’이자 ‘막말’로 유명한 홍 대표의 선거 지원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이유다.
 
경남 김태호 지사도 마찬가지다. 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보다 높은 인물 지지도를 갖고 있는 마당에 홍 대표가 경남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선거에 긍정적이라고 생각지 않는 모습이다.
 
수도권도 매한가지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홍 대표가 직접 지은 지방선거 메인 슬로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구호에 대해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홍준표 대표와 당 지도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통적인 보수 지역인 강원도도 비슷한 분위기다. 원래 접경지역 특성상 보수 색채가 강해 한국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곳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경제 교류가 활발해져 ‘개발 호재’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여권에 우호적인 태도로 바뀌고 있다.
 
그나마 부산시장에 출마한 서병수 후보와 서울시장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가 홍 대표의 거친 남북정상회담 평가에 대해 호불호를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본격화될 경우 ‘홍준표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문제는 홍준표 당대표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90%를 상회하고 10% 미만의 국민들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이들에 기대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박근혜 탄핵이 ‘우연’이 아닌 시대의 흐름이듯 한국당이 지지율 20%를 못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구를 도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있지만 수명을 다하면 지상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다른 선택이 없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성패를 차기 공천권을 휘두르기 위한 당권 다툼의 장으로 활용한다면 그 끝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미 홍 대표는 2011년 이를 경험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치러진 7.4전당대회에 나서 당대표가 된 바 있지만 임기를 채우질 못했다. 홍 대표는 당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2위 유승민, 4위 원희룡, 5인 남경필 최고가 잇따라 자진사퇴하면서 그해 12월 9일 취임 150여일 만에 자신 사퇴한 바 있다.
 
왜 물러나야 했는지는 그 이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출현으로 분명해졌지만 당시에는 홍 대표가 버티는 것이 결과적으로 맞았다. 중도 사퇴가 한이 돼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 반대로 버티는 것이 오히려 ‘보수의 폭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권에 연연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지방선거이후 벌어질 조기 전당대회가 지금의 한국당 모습으로 치러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수도권과 영남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의당으로 분열되고 다시 국민의당이 다시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된 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당이 흔적조차 없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때다.
 
슬로건도 바꿔야 한다. ‘통째로 넘기겠습니까’라는 질문은 무인도에서 ‘나홀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으로 비춰지는 현실이다. 오히려 냉소적인 보수지지층이 ‘차라리 넘기겠다’고 반발할 수도 있는 도발적인 슬로건이다.
 
시대의 흐름에 응답하지 못하는 정치인, 정당은 도태당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우연이 아니듯 현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한국당의 지리멸렬 역시 결코 ‘우연’이 아님을 홍 대표는 깨달아야 한다. ‘홍준표’가 ‘홍감표’로 불리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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