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문가 없는 공론화위, 우려 시각 많아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위원들. 왼쪽부터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김영란 위원장,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 김학린 단국대 협상학과 교수, 심준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에 현장 교원, 대입 전문가 등 교육 관련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인 것이다.

공론화위 7명, 갈등관리·조사통계·소통 전문가···김영란 위원장 발탁
공론화위-대입특위 역할 중첩···의견 수렴 중복으로 행정‧재정 낭비 비판도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추진할 공론화위가 지난달 29일 구성됐으나 교육 관련 전문가가 빠져 있어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공론화위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의제 선정부터 공론화 과정 설계·운영, 공론화 결과 도출까지 관여하는 만큼 현장 교사, 대입 전문가 없는 의견수렴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 현장과 대입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것.

위원장을 포함해 총 7명의 위원들은 교육과는 상관없는 갈등관리, 조사통계, 소통 등의 전문가들이다.

위원장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선임됐다. 김 위원장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로 근무 중이지만, 대입제도와 관련된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발탁된 이력이 있다.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내린 존엄사 문제를 다룬 ‘김 할머니 사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 ‘포털 사이트 명예훼손 논란’,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판결로 잘 알려져 있다. 대법원 내에서 뚜렷한 진보 성향을 띤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등의 대법관들과 함께 ‘독수리 5형제’라고 불렸다.

특히 지난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당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이른바 ‘벤츠검사’, ‘스폰서 검사’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부정청탁의 뿌리를 뽑기 위해 이 법안을 발의했다.

국가교육회의는 “위원장은 30년간 법조계에서 국민 권익 보호에 노력해 왔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해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한 경력에 비추어 볼 때 여러 주장과 갈등이 제기되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대입과는 상관없는 법학, 통계, 언론학, 사회학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조사통계 분야에선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가 위촉됐다. 박 교수는 한국통계학회에서 CSAM 공동 편집 위원장을 맡고 있고,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린 조사통계 전문가다.

갈등관리 분야에선 김학린 단국대 경영대학원 협상학과 교수, 심준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심 교수는 2015년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민간 전문가그룹 ‘원자력에너지미래포럼’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해 출범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교수는 국무조정실 갈등관리실태 점검평가 민간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언론 분야에선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위촉됐다. 한 교수는 지난해 9월 공영방송 정상화와 관련해 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으로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 소속 언론학자들과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김영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모두 발언을 통해 “공론화위원회는 조사·통계, 사회적 갈등관리, 소통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 분들을 위원으로 모셨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로부터 독립된 심의의결기구로 설치됐으며 그렇게 운영될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찬반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던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재개 여부도 공정하고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바 있다”며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역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된다면 우리 교육에 대한 국민의 소중한 의견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훌륭한 의견수렴 및 소통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 오인성 전남도교육감 예비후보는 지난달 30일 이와 관련해 “더 이상 중학교 3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예비후보는 “공론화위가 국민적 여론 수렴 등 사실상의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들어내는 데 대입제도에 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반영할 현장교원 인사가 전무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1년이 멀다하고 바뀌는 대학입시 정책 때문에 오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으로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중3 학생들은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고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고 특목고를 염두에 뒀던 학생들은 깜깜이 고입을 치를 수도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오는 12월 초부터 입시가 시작되는 자사고와 외고, 일반고는 개편안 발표 후 3개월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입시전략을 세워야 하는 등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가 이번 혼란의 중심에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문성과 현장성이 요구되는 공론화위에 현장교사와 전문가가 참여해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공론화를 담보해야 한다”며 “불신 해소를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담당하는 공론화위와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이하 대입 특위)간 역할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의견수렴 과정에서 행정과 재정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구성된 대입 특위는 공청회, 협의회, 좌담회, 온라인 의견 제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의견 수렴에 나서는데, 공론화위와 명패만 바꿔 달았을 뿐 상당부분 중첩된다.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의견수렴이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대입제도 개편 최종안을 발표해야 하는 8월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실효성 있고 합리적인 방안 도출이 중요하다”며 “현장성과 전문성을 보강하고 대입특위와 공론화위 간 역할 중복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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