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먼저 두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제목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측은 그동안 판문점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문점 선언 제목에는 ’비핵화‘ 대목은 간 데 없다. 다만 ‘비핵화’에 관해선 선언문 맨 끝에서 몇 줄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며 북측의 ‘주동적인 조치’를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이처럼 판문점 선언은 ‘북한 핵’ 명시 대신 ‘한반도의 비핵화’로 표기함으로써 북한이 핵을 보유한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을 반대할 수 있게 했다. 
그나마 ‘비핵화’ 내용은 전체 판문점 선언에서 11분의 1 정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판문점 정상회담의 중심이 딴 데 있었음을 반영한다. 한국 5000만이 갈구했던 ‘비핵화’는 평화·번영·통일, 이산가족상봉, 종전선언, 평화협정,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남북정상간의 직통전화 가설 등 핵과 관련 없는 엉뚱한 문구들에 밀려났다. 문 대통령이 북핵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루려 했었으나 그것을 반대한 김정은에게 밀렸음을 엿보게 한다.  
김정은의 판문점 정상회담 저의는 뻔하다. 미국의 대북 제재로 곤경에 처하게 되자 좌편향 문 대통령과 회동, “민족은 하나” 등 민족 연대를 내세워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빚어내려는 데 있다. 김은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고모부도, 이복형도 죽이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이다. 그런 사람이 이젠 대북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짝 웃어가며 한·미 두 나라 지도자들을 기망하려 든다. 문 대통령은 김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가졌다며 홍보해 주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불신하는 미국과 일본 지도자들에게 대북 문턱을 낮춰주도록 설득하는 김정은의 “특사” 또는 ‘가교 역할’을 한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서로 끌어안고 산책도 함께 하며 평화 무드를 시각적으로 한껏 부풀렸다. 공영방송 KBS는 연일 남북 간의 화해분위기를 띄웠다. 2000년과 2007년 1, 2차 정상회담 때 그랬던 것처럼 남북한간에 태평천국이 펼쳐질 것 같은 환상에 젖어들게 했다. 그러나 1, 2차 남북정상회담 후 북한은 6차례나 핵무기를 실험했고, 우리 해군 참수리호 격침,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을 도발했다. 김정은은 북한 군수뇌부에게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대1 핵군축을 주장하며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의 베이징 회동에서 밝힌 대로 “단계별 비핵화”를 주장, 단계별로 경제지원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은 ‘체제만 보장’된다면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할 수 있다며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요구, 주한미군 철수로 몰아갈게 분명하다.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1968년부터 공언했던 대로 핵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시키려는 계획이 완성되어가는 단계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기망적 술책에 넘어가지 않고 북핵을 폐기하는 길은 단 하나 밖에 없다. “선 북핵 폐기 – 후 보상” 원칙을 지켜 가는 것 그것뿐이다. 김정은의 “특사”가 아니라 북핵 폐기 “해결사”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가짜 평화 공세에 말려들지 않고 북핵 폐기를 자신의 말 대로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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