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국적 맹위에 ‘서울의 영남’ 서초·강남·송파도 ‘흔들’

왼쪽부터 박춘희 송파구청장, 신연희 강남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자유한국당의 문전옥답(門前沃畓)인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의 기류가 심상찮다. 강남 3구는 20년간 출신 단 한 명의 민주당 출신 구청장을 배출했을 만큼 우파 정당의 텃밭이다. 하지만 이번 6.13지방선거에선 수몰 위기를 맞았다. ‘탄핵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의 첫 민선이고, 여기에 한국당 소속인 현직 구청장의 구속 수감 등 악재가 겹쳤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번엔 장담 못한다”며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보수 표심의 유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정당을 꿈꾸는 민주당과 보수 대안을 자처하는 바른미래당에 맞서 한국당이 ‘강남 사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권 교체 후 첫 민선에 현 구청장 구속 등 악재 잇따라
보수층 결집 실패 시 바른미래당과 표 분산 최대 경계 대상


강남3구는 ‘서울의 영남’으로 불릴 만큼 보수 성향이 짙다. 강남3구 자치구청장 선거는 3~6기를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더불어민주당 출신 구청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민선 1~2기에서 김성순 송파구청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는 ‘강남3구도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높은 당 지지율을 기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 만큼 이곳 역시 보수의 절대 우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최근 몇 년간 지역 동향을 보더라도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에는 민주당 소속 전현희·최명길·남인순 의원이 서울 강남을·송파을·송파병에 당선되며 지각변동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첫 민선이기 때문에 표심의 향방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당은 보수층의 분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바른미래당과 표가 갈리면 민주당에게 어부지리로 승리를 넘겨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남

한국당으로선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구속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신 구청장은 지난 2월 28일 업무상 횡령·직권남용·강요 등 복수의 혐의로 구속됐다. 당 지도부는 다급히 기획재정부 출신의 장영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을 공천했지만, 지역 정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장 전 사장이 ‘현직 구청장의 비리 낙마’라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강남 불패 신화를 이어나갈 만큼의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의 경우 6.13지방선거를 위해 대부분 지역에서 공천 및 경선을 마무리했지만, 강남구청 후보는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이번 선거가 보수 정당의 문전옥답인 강남3구에 입성할 절호의 기회인 만큼 유독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신연희 저격수’로 통하는 여선웅 강남구의원을 비롯해 김명신·이판국 예비후보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지만, 지도부가 ‘필승’을 위한 전략공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12일 강남구청장 후보로 김상채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영입했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생각에 엉터리 공천을 거듭해 온 자유한국당의 강남 3구 공천을 (김 전 판사가)통렬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서초

한국당은 현역인 조은희 구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다만 지도부가 막판까지 후보를 확정짓지 못하며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시각이 많다. 새 인물을 내세우려다 마지못해 조 구청장을 다시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로서는 조 구청장의 우위가 점쳐진다. 다만 바른미래당이 내세운 김용석 시의원의 선전 여부가 한국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김 시의원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측근으로,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선전하면 김 시의원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는 ‘시장-구청장-시의원’을 같은 당으로 연달아 찍은 ‘줄투표’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정근 서울시당 여성위원장이 단수 공천됐다.

#송파

송파구는 강남3구 중에서도 민주당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 2016년 총선의 경우 송파을·송파병에서 모두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고, 특히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강남·서초에서 2위 후보에 약 3만 표 앞섰는데, 송파구에서는 약 8만 표의 큰 차이로 승리했다.
이렇다 보니 현재로서는 현역인 박춘희 송파구청장의 우위가 점쳐지지만, 유동적인 표심에 따라 민주당 박성수 후보가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기에 송파구는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도 치러지는 만큼 변수가 다양하다. 민주당 후보로 ‘문재인의 복심’으로 거론되는 최재성 전 의원이 나선 가운데, 한국당에서는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나섰다. 바른미래당에서는 박종진 전 채널A 앵커가 후보로 나섰다.
송파을 재선거의 경우 현 정권의 언론탄압에 대한 심판이 될 공산이 높다. 배 전 앵커의 ‘언론탄압 피해자’라는 강변이 여론의 공감을 얻는다면 한국당이 승리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맹위를 잠재울 카드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한편 여러 악재에도 강남3구만큼은 한국당이 무난히 수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서초·송파는 두 여성 구청장이 정치색과 별개로 복지·교육 등에서 안정적인 행정을 펼쳤다. 구정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인 편”이라며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구속이 뼈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강남구는 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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