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어른 돼야”

김승윤 민주평화노인회 이사장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8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까지 가정과 밀접한 기념일이 가득한 5월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세대마다 가정의 달에 관한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가정이 해체되면서 가족의 개념도 변화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이는 독거노인, 고독사 등의 문제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민주평화노인회가 노년세대가 가진 능력과 경험을 오롯이 살려내 다음 세대가 짊어질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세상 밖으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 고령화·주거난·취업난 ‘삼재’에 빠진 대한민국
- “노인이 인구절벽, 빈부 격차 등의 고통을 분담할 때”



2018년 5월, 현재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함께 모여 살며 떠들고 웃고 싸우던 가족은 제 살길 찾기에 바빠진 지 오래다.

혼자 살기도 빠듯해졌다. 청년들은 봄이 오지 않는 취업기후에 제 앞가림도 힘들다. 결혼과 출산은 먼 얘기다.

이에 따라 부모에게서 독립해 1인 거주를 택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가족은 사회의 첫 공동체다.

하지만 가족 해체 현상의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정의 달 5월, 그리고 어버이날을 맞아 김승균 민주평화노인회 이사장에게 독거노인 증가와 가족 해체, 청년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노인 절반이 가난한 나라
국가가 대응 서둘러야

 

노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적 한계로 경제활동능력을 점차 상실하게 되며 사회적으로도 소외된다. 하지만 이렇게 밀려나도 억울함을 토로할 곳은 적다.

이러한 상태에서 노인들의 품위 있는 생활은커녕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자체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타개하겠다는 것이 민주평화노인회 목표다.

김 이사장은 노인들이 무조건 사회에 기대기보다는 먼저 기여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평화노인회는 노인들이 단순한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자존감 있는 존재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단체다. 우리는 노인복지 이전에 국민 전체의 복지를 고민하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로 힘들게 사는 청년세대를 위해 우리 노인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청년세대에게 도움도 되지만 동시에 노인들의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기존 노인 단체들이 노인만을 위한 활동을 했다면 우리 사단법인 민주평화노인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 간 공동체를 지향한다”라고 했다.

최근 독거노인, 고독사 등의 노인 문제를 대응하고 스스로 노인들의 인권을 지키고자 대한노인회, 어버이연합 등의 각종 노인회가 출범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노인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민심의 동향과 동떨어진 행동을 해서는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평화와 통일을 원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촛불 혁명’ 시기다. 이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노인회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독거노인의 가장 큰 문제는 누가 뭐래도 빈곤이다.

국내 노인 인구 3명 중 1명은 노인이며 국내 노인 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극심한 생활고 속 홀로 거주하며 만성노인질환과 심리적 외로움 등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자살 동기는 경제적 어려움이 40.3%, 건강 문제가 24.3%, 소외감이 13.3%를 차지했다.

해법은 없는 걸까.

김 이사장은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주문했다.

그는 “국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노인문제 책임을 떠넘긴다는 인식이 들지 않도록 청년 실업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소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대로 내버려 둘 경우 가족과 사회공동체 문화는 소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족의 해체
흔들리는 대한민국
 


김 이사장은 국가가 그간 노인 문제의 적지 않은 부분을 ‘가족의 선의’에 기대어 해결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지고 있다.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가족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69.4%는 자녀와 따로 살고 있다. 특히 이들 중 77.8%는 향후에도 자녀와 함께 살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 부모 부양 의무는 ‘가족과 정부, 사회’가 져야 한다는 응답이 32.6%나 됐으며 ‘노후는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27.2%였다.

이처럼 가족 해체 현상이 사회에 빠르게 번지면서 부모·자식, 형제 간 교류도 줄어드는 추세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라는 전통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83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9.4%는 ‘올해 추석에 귀향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와 다른 분위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혼자 살아가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다. 주변에 자식과 떨어져 살거나 불가피하게 혼자 사는 동료들이 꽤 있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고통스러워 한다”며 “가족과 더불어 사는 것은 행복의 근원인데 참 아쉬운 변화다”라고 전했다.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
“딱한 요즘 청년들”

 

그는 실업률, 주거난 등에 힘겨운 청춘들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실업자는 지난해 101만2000명이다. 이 가운데 청년층(15~29세)은 40만8000명이다. 30~34세 실업자를 포함하면 전체 실업자의 절반 이상인 51만6000명에 달했다.

주거부담은 더 크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4세 1인 가구 34만 명 중 3분의 1이 넘는 12만 명은 주거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주거 빈곤은 지하나 비닐하우스, 옥탑방, 고시원 등 주택 이외 기타 거처나 주택법에 규정돼 있는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곳에서 사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과거 농촌도 이렇게까지 피폐해지지 않았다. 취업 자리가 전국에 고루 퍼져 있었다”며 “요즘 청년들은 얼마나 딱한 노릇인가. 더욱이 기계화로 인해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적극적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노년세대는 후손에게 아름다운 사회를 물려줄 의무가 있다. 우리의 경험을 살려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등 의식을 바꿔야 한다”며 “앞으로 각 기업체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정부가 예산을 투자하도록 해 노인의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다. 노인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도 함께 늘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노년세대도 일조할 테니 청년들은 용기를 가지고 더욱 삶에 노력하라”고 사회 가장 큰 어른으로서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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