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 본다” 비판 속 수사 결과는?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대하는 검찰과 경찰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금융계좌와 휴대폰 통신 내역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씨의 금융계좌와 통신내역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날과 같은 날이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 발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김 의원에 대해 신청한 금융계좌와 통신 내역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 등의 문제로 대립 중인 상태다. 조직의 명운이 걸린 만큼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검찰이 반려해
‘댓글 조작’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의원 논의했나?


김경수 의원은 4일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도 김 의원의 소환조사를 두고 특검을 실시하라며 강하게 압박했던 만큼 경찰은 진전된 수사결과를 내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소환조사 받은 김경수 의원
“의혹 없도록 밝히겠다”


현재 드루킹 김 씨는 컴퓨터 등 장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김 씨는 우모(32)씨, 양모(35)씨와 함께 지난 1월 17일 오후 10시 2분께부터 다음날 오전 2시 45분께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공감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김 씨 등 3명의 1차 공판에서 김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직접 되묻자 김 씨도 “인정한다”고 대답했다. 함께 기소된 양모씨, 우모씨 역시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추가기소 가능성이 거론됐다.
경찰 조사가 계속 이어짐에 따라 추가 기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 사건 피의자는 모두 9명이다. 

먼저 드루킹 김 씨 등 3명 이외에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느릅나무의 공동대표이자, 느릅나무의 비누판매 업체인 '플로랄맘' 대표 박모(31·필명 서유기)가 구속됐다. 성원 김 씨와 경공모의 자금관리책으로 지목된 다른 김모(49·파로스)씨 또한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 씨는 드루킹 김 씨 일당의 정치권 연계 의혹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최근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와는 별도로 김 씨 일당의 인사 청탁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윤모(46) 변호사와 도모(61) 변호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경찰은 경공모의 운영비용 조달 흐름, 조직적 여론 조작 개입 의혹 등을 들여다보면서 필요한 경우 조사 대상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거나 긴급체포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치권 개입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경우, 관련자 소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현재 경찰은 김 의원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 의원 측은 여론 조작 개입 논란과 관련해 부인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조사를 받게 될 경우 성실하게 임해 의혹을 벗고자 한다는 의사를 거듭 내비쳐 왔다.

김 의원은 4일 경찰에 출석하면서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그리고 당당하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밝히겠다” “특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댓글 여론 조작 사실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달 19일에도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쟁 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필요하다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필요하면 경찰 소환에 얼마든지 응하겠다” “이 문제에 대한 의혹을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털어내겠다” “다시 한 번 경찰의 조속한 조사와 수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또 21일에는 김 씨와 보좌관 사이에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입장 자료를 내어 “보좌관이 5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경찰 조사를 통해 당사자가 해명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신속한 조사를 통해 확인되기를 바란다”면서 거듭 의혹과 거리를 뒀다.

김 의원 개입 여부
인사 청탁 여부 주목


경찰은 김 의원을 상대로 댓글 공감수 조작 사건 개입 여부와 함께 김 씨의 인사청탁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김 씨 측과 김 의원이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과 시그널을 통해 기사 URL을 포함한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김 의원에게 2016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3000여건에 달하는 기사 URL을 포함한 메시지 115개를 전송했다. 같은 기간 김 의원은 총 14개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기사URL과 함께 “홍보해주세요” “네이버 댓글은 원래 그런가요” 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씨는 김 의원이 보낸 URL과 관련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시그널 메신저를 통해서는 대선 준비 기간인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총 55차례 대화가 이뤄졌다. 다만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대화 가운데 기사 주소 전달 또는 인사 청탁 등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경찰은 김 씨 측과 김 의원 전 보좌관 한 씨 사이에 있었던 500만 원 거래와 김 씨의 인사청탁 관련성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의 전 보좌관인 한 씨는 지난해 9월 드루킹 측 인사 ‘성원’ 김 씨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건네받았다. 이후 김 씨는 김 의원에게 자신의 측근인 변호사 두 명을 각각 일본 오사카총영사직과 청와대 행정관직에 추천했다.

드루킹 김 씨는 지난 3월 오사카총영사직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500만 원 거래를 언급하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두 차례 직접 답장을 했다.

지난달 30일 있었던 조사에서 한 씨는 “빌린 것은 아니고 편하게 쓰라고 해서 받았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김 의원은 500만원 거래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의원 또한 “당사자가 해명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과의 관련성에는 선을 그었다.

한편 경찰은 김 씨 일당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 조사를 진행하면서 김 의원 측과의 접점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김 씨 일당과 김 의원 측에서 기사와 관련해 논의를 주고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검찰·경찰청장
차라리 특검 요청하라”


정치권에서는 연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 속에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냐는 비판과 함께 정권 실세가 연관된 만큼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자유한국당은 4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한 데 대해 “김 의원의 경찰 출두 모습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출두 때보다 더 오만방자한 황제 출두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수사 은폐·축소 혐의로 특검 대상인 경찰이 헌정농단 사건 특검 대상인 김 의원을 수사하고 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 의원은 개선장군이 아니라 댓글조작·여론공작이라는 국기 문란 사건 의혹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라며 “대국민 사과는커녕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바로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선 제1야당을 비난하며 경찰 조사실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교만함과 오만방자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피의자 신분이어야 할 김 의원은 출두할 때 까지도 참고인 신분이었으며 권력을 등에 업고 뻔뻔하게 선거운동까지 해왔다”며 “권력 실세, 대통령의 복심을 맞이하느라 애쓰는 경찰의 모습 또한 눈물겹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30일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이번 수사를 하기가 무섭고 두렵다면 차라리 문 대통령에게 특검을 공개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이 도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존재하며, 어느 나라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드루킹 사건에는 김경수라는 정권 실세가 관여 돼 있고 나아가 대선 부정 의혹까지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여권 즉 청와대와 여당이 앞장서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청해야 한다”며 “그런데 오히려 검찰과 경찰을 내세워 증거조작을 지시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렇게 수사 의지가 없는 검찰과 경찰을 보며 과연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을 이대로 둬도 되는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된다”며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선 생쥐 역할을 하고 죽은 권력 앞에선 호랑이 역할을 해 왔는데 문재인 정권에 들어와서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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