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리더십 ‘맑음’ 인사·협치 ‘흐림’ 민생 경제 ‘숙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오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는다. 굵직굵직한 현안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탓에 ‘벌써 1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숨 가빴던 1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분출된 전방위적 개혁 요구와 대내외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이 보여주듯 1년 성과에 대해 호평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다만 인사나 협치 문제, 일자리로 대표되는 민생 문제 등 향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드 보복·北 도발’ 가시밭길 외교 안보 →정상회담 ‘봇물’
평화 정착 노력 ‘호평’…낮은 경호·열린 소통 ‘탈권위 리더십’
고위공직자 낙마 8명 역대 최다…여소야대 돌파 ‘협치’ 필요
“경제 문제 호전되지 않으면 지지율 출렁거릴 수밖에”

 
지난해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5·9대선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부정부패 척결, 일자리·소득 주도 성장, 남북 평화구상 등을 국정 어젠다로 제시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은 70여 년간 이어졌던 북한과의 적대 관계를 풀고 진정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에 대해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 80%대의 높은 지지율이 나왔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취임 초 북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등 가시밭길을 걷던 1년 전 외교안보 환경과 다른 ‘반전’을 이끈 노력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군(軍) 출신인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대북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현재까지의 남북관계는 잘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도 “현재까지 보면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어느 정권보다 가시적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진짜 평화가 오고 해빙 무드가 정착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점은 연령대가 높은 세대들과 보수층의 지지까지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달 말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마무리 지을 만한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평가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제를 복잡하게 하지 않고, 3개의 패키지(현재·미래핵, 과거핵, ICBM)으로 나누어 일괄 타결하고, 나머지 쟁점들은 별도의 회담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소통 능력과 리더십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정상과도
‘뚝심 소통’ 해결 주도

 
과거 정부에 비해 열린 소통을 추구하는 ‘탈권위 리더십’은 국민 다수의 호평을 받았다. 취임 초 문 대통령이 출근길 주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청와대 참모와 커피산책을 하거나 정부 기념식에서 유족을 안아주는 모습 등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또 국가에 헌신한 애국선열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 수준을 높이는 등 예우를 하는 모습은 진보 측뿐 아니라 보수 측 마음도 움직였다는 평이 나온다. 각종 정부 기념식에서 경찰의 통제나 경호태세를 낮춤으로써 국민들과의 교감 수준을 높인 ‘낮은 경호’도 대표적인 열린 소통으로 꼽힌다.
 
이러한 방침은 문 대통령의 소탈한 성품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반대 진영에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문 대통령 성품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치고 참 부드럽고 비교적 진솔한 사람”, “문 대통령에게는 (인간적) 호감을 느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소통과 관련해서도 높은 점수가 나온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여부 등 찬반이 첨예하게 격돌하는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해 공론화위원회 구성이나 국민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든 점 등은 대표적인 정책 소통으로 꼽힌다. 엄경영 소장은 “소통 측면에서 과거 정부와 양적·질적 둘 다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외적으로도 소통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사드 배치 문제로 냉각기를 맞았던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고, ‘아메리카 퍼스트’(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내걸었던 트럼프 미 대통령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돼 선제 타격 등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줄기차게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을 호소했다. 이러한 과정은 역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명문화하는 성과를 이뤘다.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역사적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적폐청산’ 진행 中
평가는 엇갈려

 
부정부패 척결, 권력기관 개혁, 갑을 관계 개선 등 적폐청산을 누고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특히 야당 정치권과 전문가 사이에선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달 20일부터 11일간 경영·행정·경제·정치·법학 등 각 분야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추진 국정과제 중 잘한 정책으로 ‘적폐청산’(74.0%)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북정책’(63.4%)보다도 높았다.
 
반면 야당을 중심으로는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은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이 정부는 전(前) 정권에 대한 지나친 정치보복으로 일관해 전 정부와 현 정부 간 심한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경영 소장은 “적폐청산은 제도적·구조적인 측면에서 지속 추진해야 하는데 과거 정권 핵심 인사를 겨냥한 사람 중심 청산으로 보복성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닌가”라며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나 제도 손질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적폐청산이 진행돼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적폐청산과 정치개혁 등 사회 개혁 부분에 대해 방향과 내용에 대해선 긍정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행 여부에 대해선 답보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 핵심으로 추진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관련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참여연대 박근용 집행위원은 지난 3일 문재인 정부 1년 평가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공수처법에 대해 “관련 법안을 정부 자체적으로도 마련해 국회에 설명하는데 까지는 나아갔지만 해당 법안의 내용이 시민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오히려) 공수처 설치가 한국당 반대를 명분으로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포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개헌, 정치개혁 문제에 대해시도 유사한 평가가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강문대 사무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개헌, 정치개혁 등과 관련해서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제기해 왔던 내용을 상당히 많이 담고 있다”며 “(다만) 그 이행에 대해서는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와 경제 문제
부정 평가 1위

 
인사검증 부재나 검증원칙 위배 논란 등 인사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했다고 평가받는 요소다. 취임 후 1년 동안 8명의 고위공직자(차관급 이상)가 낙마했다. 역대 정부 집권 1년차 기준 최다 낙마 기록이다.
 
시기 순으로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낙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이명박 정부 6명, 박근혜 정부 7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관계자는 “(최근 관련 여론조사에서) 최저임금 급격 인상 문제와 인사 문제 이 두 가지가 가장 잘못한 것으로 뽑혔다”고 말했다.
 
취임 초기엔 검찰에서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했던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다거나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던 장하성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영입하는 등 파격 인사, 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청와대가 내놓은 5대 인사 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배 논란이 거듭되면서 인사 문제가 가장 큰 과(過)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1년 평가와 관련, 인사 문제를 상당 시간 할애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역대 최악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라고 혹평했다.
 
박 공동대표는 “인사원칙에 걸렸으면 배제를 해야 할 것 아닌가. 인사채택보고서 채택 안 됐으면 배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김기식 원장처럼 자기편 사람 잘못이 있어도 (정부 여당은) 잘못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적폐청산을 한다고 요란한데 진정한 적폐청산은 스스로부터 잘못된 것을 청산하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잘못한 것은 덮으려 하고 남의 것은 적폐 청산한다고 하고. 그러니 정치보복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은 뛰어나지만 국회, 특히 야당과의 ‘협치’ 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소야대라는 의회 권력 구조와 다당제라는 틀 안에서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이 전향적인 협치의 자세를 보여줘야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간 협치가 엄청나게 필요한 상황임에도 정부 여당은 제대로 못했다”며 “국민 지지율 높지만 소수집권 여당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표결이 필요한 내각 인사나 개헌, 추경 등 굵직한 현안 문제, 검찰 개혁을 위한 공수처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현재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각종 법안이 계속 무산될 경우 개혁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협치’ 문제는 정부 여당이 향후 풀어야 될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문제로 대표되는 민생 경제 문제도 향후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J노믹스’에 대해 반대하는 상황인 만큼 각종 입법, 예산 등에서 정부 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 민생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J노믹스는 ‘소득 주도 성장’이 키워드로, 가계소득을 올려 경제 전반의 활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여야 간 시각은 극명하게 갈리는 상태다.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산업생산이나 실업률 증가, 수출 하락 등 이 정부 들어 경제 상황 더 악화됐다”면서 “세금을 쥐어주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대기업 지원 위주에서 중소기업, 서민을 지원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잘 전환했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제민주화 내세워 당선되지 않았느냐. 맞는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정부여당에게 가장 중요한 분야는 외교안보지만 앞으로는 경제 부분”이라며 “경제 문제가 호전되지 않고서는 민심 역시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했을 때 향후 지지율 전망이 밝긴 하지만 실업률, 수출 문제,양극화 해소 등과 관련해 가시적 성과가 조금씩 나오지 않으면 지지율이 출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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