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금호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특히 금호그룹은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에 이어 장남 박성용 명예회장이 그룹경영을 이끌다가 동생 정구씨·삼구씨 등 형제들에게 차례로 그룹경영이 맡겨져온 특이한 경영구도를 형성해왔다. 박 명예회장의 경우 장자임에도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그룹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어서 향후 3세들의 경영구도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금호그룹의 총수를 맡고 있는 사람은 박인천 창업주의 삼남인 박삼구 회장이다. 그는 손위 형인 박정구 회장이 타계한 후 지난 2002년부터 그룹 총수직을 승계했다. 금호그룹의 현경영구도가 흥미로운 점은 장자가인 박성용 명예회장 일가의 경영참여가 거의 없고, 대신 이 자리를 동생인 삼구, 찬구씨가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삼구씨와 찬구씨 이후 금호그룹의 경영권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창업 3세들은 대부분 유학 중이거나 아직 학업중에 있기 때문에 경영 일선에 나서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그렇지만 2005년 5월 말 현재 금호그룹의 지분 구조를 보면 대부분 3세들이 주요 대주주로 올라 있다. 이 점은 조만간 이들 3세들이 경영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향후 3세들간에 어떤 경영분할을 할 것인지와 맞물려 주목된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모으는 사람은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재영(36)씨와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 철완씨, 박삼구 회장의 장남 세창씨, 박찬구 회장의 장남 준경씨 등 4인의 행보다.이들은 현재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의 공동 최대주주로 명단에 올라 있다. 이들은 2002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섰다. 일단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재영씨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박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금호석유화학 지분이 그에게 상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5년 5월 말 현재 그의 지분은 4.16%. 박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이 이루어지면 그의 지분은 8.95%에 이르게 된다.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 철완씨는 이미 박 전 회장이 작고한 뒤 상속을 받아 8.94%의 지분으로 대주주의 명단에 올라 있다. 또 박삼구 현 회장의 장남 세창씨는 자신의 명의로 4.21%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부친인 박 회장의 지분 4.73%를 합치면 8.94%로 재영씨와 동일한 지분을 갖게 될 전망이다. 박찬구 회장의 장남 준경씨 역시 개인명의로 4.21%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박 회장의 지분 4.73%를 합치면 8.94%가 된다. 따라서 집안별로 보면 박재영씨가 8.95%로 지분율이 가장 높지만 나머지 4촌형제 집안과는 0.1%의 차이밖에 없어 독자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같은 지분 상태는 향후 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장손인 재영씨가 단순 대주주로서 그룹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에서 살고 싶어한다는 점으로 인해 그룹경영권은 자칫 혼돈에 빠질 위험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다른 4촌들이 향후 지분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행보를 원할 경우 금호그룹은 분할될 개연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지난 1980년대 중반 그룹경영권을 두고 창업 1세대인 박인천 회장측과 장조카인 박상구 전 부산상호저축은행 회장간에 불협화음이 있었던 터라 다시한번 그룹경영권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 금호가 ‘3세 경영 준비’ 어떻게 되나
3세들 대부분 해외서 경영수업중


금호그룹은 지난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과 장조카 상구(현 부산상호저축은행 회장)씨, 박 회장의 친동생 동복씨(작고)가 막강한 ‘박트리오 경영진’을 형성했다. 그러나 현재는 박인천 선대 회장의 아들 4형제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박 선대 회장은 슬하에 성용(晟容·작고), 경애(敬愛·71), 정구(定求·2002년 작고), 강자(康子·64), 삼구(三求·60), 찬구(贊求·57), 현주(賢珠·52), 종구(鐘求·47) 등 5남3녀를 뒀다. 경영권은 차례로 형제들이 물려받고 있다. 선친의 작고 이후 경영권은 장남인 성용씨가 물려받았다. 그러나 성용씨가 지난 96년 회장직을 물러나면서 차남인 정구씨가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지난 2002년 정구씨가 폐암으로 타계하면서 현재는 삼남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박성용 회장 등 금호 경영에 참여한 4형제는 모두 아들을 한명씩 두고 있다. 그러나 금호가 3세들은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대신 국내외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고 박성용 회장의 아들 재영(35)씨는 본인의 뜻에 따라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철완(27)씨는 현재 미국 경영대학원(MBA) 입학을 준비중이다. 박삼구 현 회장의 아들 세창(30)씨는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고, 박찬구 부회장의 장남 준경(27)씨도 아직 학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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