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공석이 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공항공사측이 사상 처음으로 사장을 공모해 선임하겠다고 밝혔으나, 벌써 세 차례 무산됐기 때문이다. 정부 주요 공기업의 수장 인선이 세 차례나 무산되고, 또 이로인해 사장석이 50일간 공석이라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공항공사는 현재 4차 공모를 진행 중이며, 이번에는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지원자도 받겠다고 밝힌 상황.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공사 사장 인선을 두고 ‘낙하산 인사’ 시비와 ‘내정자가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낙마했다’는 등의 얘기들이 끊임없이 나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공항공사는 지난 99년 2월 신규 공항의 건설 및 연구, 조사를 위해 건교부가 100% 출자해 설립된 기구다.

공사의 설립 목적은 항공 운송의 원활화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것. 공항공사의 경영 실적은 무척 좋다. 지난 2004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공항공사의 자산은 6조2,700억원이고, 같은 해 매출 7,050억, 순익이 1,490억원을 기록했다. 이 공사를 이끄는 사장 자리 역시 여러 정부 공기업 중에서 핵심 요직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장의 연봉은 대략 2억7,000만원 선. 어지간한 대기업의 사장 연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더구나 이 외에도 이 자리는 대표적인 명예직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얼마 전 물러난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도 과거 공항공사 사장을 지내다가 관직에 오른 케이스고, 조우현 전임 공사 사장은 건교부 차관 출신. 이렇다보니 공항공사 사장 인선 시즌이 되면 업계에는 갖가지 말들이 돌았다.

A항공사의 관계자는 “공사 사장 자리는 늘 건교부 출신이 차지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었다”며 “인천공항을 동북 아시아의 ‘허브’로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공항 전문가가 사장이 된 적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매번 ‘낙하산 인사’ 시비에 시달리다보니 공항공사측은 이번에는 투명하게 뽑겠다며 ‘사장 공개모집’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던 것. 하지만 공사측이 ‘사장 공모’를 선언한 것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세 차례나 공모가 무산되고, 사장자리가 무려 50일째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정가에서는 이번 혼란이 가중된 이유 중 하나는 사실 이 자리에 내정됐던 전직장관 C씨 때문이라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다른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공개 모집의 형식을 띠었지만, 사실상 건교부가 찜한 사람이 올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분위기였다”며 “C씨가 거의 내정이 된 것처럼 보는 분위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 몇 신문기사에는 C씨가 사실상 공사 사장직으로 올 것이라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오던 상황이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특정인에 대해서 거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세번째 공모) 주총이 열려 선임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예 주총이 소집조차 되지 않아 의아했다”고 전했다.사장추천위원회에서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C씨를 최종적으로 추천했으나, 최종 승인을 해야 할 건교부가 파토를 놨다는 얘기다. 공항공사는 건교부가 100% 출자한 곳이기 때문에, 주총을 통해 선임돼야 한다는 말은 결국 건교부에서 허가를 해야 한다는 말과 똑같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C씨의 선임이 무산되자마자 여러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C씨가 이번 인선에서 낙마한 이유는 단순히 공사 사장석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인사 시스템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그 것. 노 정부는 최근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정부의 고위 기관에 앉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한마디로 이번 C씨의 경우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정부의 ‘냉가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실제로 C씨는 과거에 공항공사가 추진한 사업의 특혜시비에 휘말렸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공사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골프장 사업이 그 것. 지난 2001년 공항공사는 수익사업의 하나로 공항 인근에 ‘스카이 72’(개발 계획당시 이름은 ‘에어포트 72’였다)라는 이름의 골프장 사업을 허가했다. 이 골프장은 18홀짜리 골프코스 4개 규모인데, 거의 공사를 마친 상태이며 올해 안에 일반인에게 개장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골프장 사업은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곧장 특혜시비에 휘말렸던 곳이다. 골프장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가 C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C씨는 당시 건교부 장관을 맡고 있었다. C씨가 사실상 공항공사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보니, 이 사건은 특혜비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됐던 것. 하지만 지난해 12월 1일 특혜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던 당시 청와대 행정관에게 무죄가 선언되면서,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C씨 역시 그간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결국 C씨는 공항공사의 사장 자리에 지원을 하게 됐다. 물론 C씨가 본인의 뜻에 따라 공모에 응한 것인지, 아니면 사실상 건교부로부터 낙점된 상황에서 지원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C씨는 최종 단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고, 또 그 이유에 대해 여러 말이 나도는 것으로 보아 과거의 ‘사건’이 아직도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차 사장 공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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