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급변… 노벨평화상 향방 주목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쏟은 노력으로 인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논의가 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잔뜩 들뜬 모양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토록 만들고 한국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은 노벨상을 받을 만한 기념비적인 업적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다 우방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벨평화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으면 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며 현재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功)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아주 좋게 말해준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세계 주요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폭스뉴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영국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많은 유명 매체에서 문 대통령 발언을 톱뉴스로 다루며 관심을 나타냈다.

정치가에게 큰 영광인 노벨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자는 최근의 일부 여론은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켜 ‘꼬마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면서 북한 핵 위협이 지속되면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함으로써 세계를 일촉즉발의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던 지난해 상황과는 영 딴판이다. 트럼프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가 2009년 수상한 바 있는 노벨평화상의 후보로 트럼프가 추천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가능하다고 미국 언론은 전한다. 하지만 올해 추천 마감은 2월 1일로 끝났다. 이 날은 트럼프-김정은 회담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다. 따라서 트럼프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그 시기는 2019년일 가능성이 있다. 노벨평화상 후보로는 누구든 추천될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8개 범주 가운데 하나에 속하는 누군가에 의해 추천돼야 한다. 자격을 갖춘 추천자로는 먼저 주권국가 의회나 정부 각료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스스로를 추천할 수는 없다. 이런 원칙 때문에 트럼프는 스스로를 추천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 국회의원이나 행정부 장관들은 트럼프를 추천할 수 있다. 추천권을 가진 또 다른 범주들은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들 ▲역시 헤이그에 있는 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들 ▲국제법학회 회원들 ▲대학에서 역사·사회과학·법률·철학·신학을 가르치는 교수들 ▲대학의 평화연구소 또는 외교정책 연구소 책임자들 ▲과거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과거 노벨상 수상자인 기관 이사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전현직 위원들 ▲노벨위원회의 전(前) 고문들이다.

피(被)추천인 명단은 공식적으로 50년간 비밀이 유지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내가 아무개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며 추천 사실을 공개하면 피추천인의 신원이 공개되기도 한다. 매년 2월 1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추천 접수를 마감하고 피추천자 명단을 압축한다. 노르웨이 의회에 의해 지명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노벨위원회는 압축된 명단에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해 그 사실을 매년 10월 공표한다. 올해 노벨평화상 피(被)추천 대상은 330건인데 그 가운데 216건은 개인이며 나머지 114건은 기관이다.

트럼프는 올해에도 지난해에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그 공개 추천이 위조로 보인다면서 두 건의 추천 모두를 노르웨이 경찰에 이첩했다. 노벨평화상에서는 정치가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차지해 왔다. 비록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노벨위원회가 트럼프를 콕 찍어 평화상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워싱턴 DC 소재 정치컨설팅 회사인 내비게이터즈 글로벌의 파트너이면서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의 국가안보팀에서 일했던 앤디 카이저는 “손에 잡히는 실적이 없다면 그들이 그에게 그것을 주는 것이 편치 않을 것”이라면서 “설사 준다고 해도 그것은 트럼프, 문재인, 김정은 세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말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은 ‘핵무기폐지국제운동(ICAN)’에 돌아갔다. 트럼프가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베아트리세 핀 ICAN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 모두의 핵무기를 감축하기 위해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력한다면 그녀는 트럼프를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별도 설명에서 ICAN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한국을 더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CAN은 남북 정상회담 당일 발표한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의 위험한 언설(言說)은 우리를 핵전쟁의 벼랑으로 몰고 갔으며, 오직 한국의 주의 깊은 외교만이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되돌렸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공화당의 루크 메서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그는 트럼프를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규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한반도 평화가 성사되면 트럼프가 노벨상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28일 미시건 주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서 트럼프가 북한을 언급하자 청중은 자발적으로 ‘노벨’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연설을 잠시 중지하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예상해보는 웹사이트인 영국의 래드브로크스(Ladbrokes)는 올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공동으로 수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그 뒤를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2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에서 분쟁과 대결을 극복하고, 새로운 평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라고 이 웹사이트는 밝혔다. 그러나 한국 측이 이런 평화 정착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어 트럼프가 그들의 뒤를 이어 유력한 후보로 올랐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명 출판사인 코랄은 올해 노벨평화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꼽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두 사람이 수상할 확률은 50%라고 이 출판사가 밝혔다. 이 출판사는 두 사람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나 유엔난민기구(UNHCR)를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남북 정상회담에 성공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공동 수상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 매거진’은 트럼프와 함께 김 위원장도 노벨상 후보에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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