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거센‘여풍’이 불고 있다.주인공은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과 이화경 미디어플렉스 사장. 이들이 정면으로 맞붙은 사업은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꽃’이라고 불리는 멀티플렉스극장 사업이다. 멀티플렉스극장은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극장 뿐 아니라, 휴게 공간, 먹거리, 위락시설 등을 두루 갖춘 최첨단형 극장이다. 투자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이 사업은 지난 98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매년 폭발적인 신장세를 거듭, 업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 이미경
생년월일 :1958년 4월 8일
학 력 : 경기여고 졸업
1981년 서울대 가정교육학과 졸업
1986년 미(美) 하버드대학교 석사
경 력 :1995년 제일제당 입사
1999년 제일제당 CJ엔터테인먼트 상무
2005년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




미디어플렉스 사장 이화경
생년월일 :1956년 2월 15일
학 력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국제디자인대학교 대학원
경 력 :1975년 동양제과 입사
2000년 동양제과 사장
2001년 미디어플렉스

사장이미경 부회장은 씨제이씨지브이(CJ CGV)를, 이화경 사장은 메가박스멀티플렉스(MEGABOX)를 갖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는 각각 따로 있다. 하지만 CJ CGV의 대주주가 CJ엔터테인먼트(36.73%)이고, 이 부회장이 CJ엔터테인먼트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어 극장 사업 역시 그의 소관이다. 이 점은 메가박스도 마찬가지. 메가박스의 대주주는 미디어플렉스(50%)이지만, 이 사장이 미디어플렉스의 사장을 맡고 있어 극장 사업 역시 그의 지휘 아래 움직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국내의 최신식 극장 사업은 재벌가의 두 여인이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

최신식 극장, 재벌가 두 여인이 장악

두 사람은 라이벌이면서도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벌가의 여인들이라는 점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맏손녀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다. 이화경 사장은 동양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차녀다.둘째 이들은 ‘40대 여성 경영인’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 부회장은 1958년 생으로 만으로 마흔 일곱이고, 이 사장은 1956년 생으로 마흔 아홉이다. 연륜이 쌓인 만큼, 노련한 재벌가의 여성 경영인이다.

‘재벌가 40대 여성 경영인’ 공통점

멀티플렉스 극장사업에 뛰어든 두 사람의 전력, 누가 앞설까. 우선 사업 연도와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이미경 부회장이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CJ CGV는 원래 CJ그룹(당시 제일제당)안에 멀티미디어 사업본부 극장사업팀이었다. 처음에 그룹의 부서 내 하나의 팀에 불과했던 이 곳은 지난 96년 회사로부터 정식으로 독립했다. CJ CGV는 지난 98년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오픈했다. 강변역에 생긴 ‘CGV강변11’이 그 것. 이후 CJ CGV는 명동, 구로, 목동 등 서울 시내의 주요 지역과 지방으로 극장을 확대해갔고, 지난해 12월 마침내 스크린 숫자가 200여개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2,168억원, 순익 343억원을 기록했다. 이미경 부회장으로서는 산뜻한 출발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지만, 사실 국내에서는 거의 활동한 적이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 81년 서울대학교 가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곧장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중국 후단대학에서 역사교육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그는 제일제당에 입사했지만, 줄곧 미주 지역에 머물며 해외 사업 부분에만 관여했다. 그랬던 그가 올 초 CJ엔터테인먼트의 부회장 직함을 얻고 본격적으로 국내 경영 일선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

이미경 부회장 올초 본격적 진출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CGV의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인데다, 해외 업무 경험이 풍부한 이 부회장이 경영을 맡아 사업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극장 시장에 CJ보다 조금 늦게 뛰어든 오리온그룹은 최근 모든 전력을 이곳에 집중할 정도로 사업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매출 956억원, 순익 114억원을 기록해 라이벌인 CJ와 다소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99년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로이스씨네플렉스사(LOEWS)와 손을 잡고 메가박스씨네플렉스(주)를 설립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회사를 설립한 지 6개월만인 지난 2000년 6월, 오리온은 삼성동 코엑스센터에 메가박스 코엑스점을 오픈하며 CJ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오리온은 후발업체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벌였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영화들을 ‘영화제’ 형식을 빌려 상영하기도 했고, 멤버십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이화경 사장 30여년간 노하우 발휘

여기에는 국내 여성 경영인으로서는 드물게 30여년간 현장에서 근무한 이화경 사장의 노하우가 숨어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와 국제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지난 75년 동양제과에 입사해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후 지난 94년 동양제과 마케팅 상무를 거쳐, 지난 2000년 동양제과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01년에는 미디어플렉스 사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미디어부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조금 늦게 시장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6월에는 1일 극장 관객수가 3만3,000명을 넘어서 ‘1일 최대 관객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을 정도”라며 “보다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라며 야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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