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화물차 추돌사고 치사율 주간 대비 2배…대형사고 위험성 높아

- 선진국, 오래 전부터 반사띠 사용해 야간시인성 확보…사고 감소 정책 적극 추진
- 대형차량 시인성 향상 목적…“차량 형상 최대한 인지할 수 있도록 부착해야”
 
화물차 반사띠 설치 사례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정부가 야간 추돌사고 방지를 위해 국제기준을 적용했다. 국토교통부는 차량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26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차량총중량 7.5톤 초과 화물·특수자동차는 반드시 반사띠를 설치하도록 했다. 화물·특수자동차의 뒷면과 옆면에 자동차 윤곽을 표시하는 반사띠를 의무적으로 붙임으로써 밤에 화물차를 보다 쉽게 식별해 야간 추돌사고를 막자는 취지다.
 
 
밤길을 내달리던 차량이 화물차를 들이받는다. 운전자는 추돌 직전에야 앞에 화물차가 있다는 걸 알았다. 브레이크등을 켠 화물차도, 도로변에 주차된 화물차도 야간 운전 땐 잘 안 보이긴 마찬가지. 7.5톤 이상 화물차는 브레이크등 아래에 반사판을 부착해야 하지만, 규정을 따르는 화물차는 거의 없다. 주차된 화물차를 보더라도 대부분 반사판 면적이 작고 먼지가 많이 묻어 있어 밤길에는 별 효과가 없다.
 
야간에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한 운전자는 “밤길 운전 때는 낮보다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후방에 별다른 표시가 없는 화물차는 마치 달리는 흉기 같다”며 “간단히 반사판과 반사띠를 붙이면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화물차 야간 추돌사고 치사율 승용차의 21.6배

 
야간에 화물차 추돌사고가 나면 사고 현장과 차량을 시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치사율이 주간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소장 임채훈)는 지난해 11월 ‘화물자동차 야간 추돌사고 위험성과 대책’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야간에 화물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연간 1506건 발생하고 사망자는 107명에 달했다.

조사는 2014~2016년까지 최근 3년간 경찰에 접수된 교통사고 데이터 중 피해차량 기준 ‘차대차 사고’ 총 38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이다.

국내 화물자동차 등록대수는 2014년말 기준 335.4만대로 전체 자동차등록대수의 약 17%에 불과하지만 사고 발생 시 피해심도가 높기 때문에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차대차 교통사고’ 중 화물차의 법규위반으로 인한 사고가 15%, 사망자는 36%에 달하는 등 화물차는 여전히 ‘고위험군 차종’으로 분류된다.
 
또한 화물차가 피해차량인 경우에도 교통사고 발생건수의 11%, 사망자의 38.1%를 차지하는 등 위험성이 높은 수준이다.
 
최근 3년간의 피해 화물자동차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유형 중 추돌사고에 의한 사망자 비율이 42.4%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정면충돌(16.3%), 측면직각(22.2%) 사고의 2배 수준에 이르는 수치다.
 
주간과 야간 추돌사고로 구분해 보면 야간 사고 사망자가 322명으로 주간 사고 사망자 271명보다 51명이 많았다.
 
전체 야간 추돌사고를 차종별로 따져보면 화물차 추돌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61.8%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승용차(30.5%), 승합차(7.7%) 순이었다.
 
화물자동차의 야간 추돌사고 치사율은 7.12%로 승용차의 21.6배, 승합차의 4.5배 수준이다. 이는 화물자동차를 추돌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주간 치사율인 3.4%와 비교해도 2.1배나 특히 높게 나타난 것은 야간의 추돌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얘기다.
 
연구소 측은 화물차의 야간운행 및 추돌사고 연관성이 높은 요인으로 ‘차량 후면의 시인성(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전방 차량의 인식시점이 너무 늦어 충분한 감속을 하지 않은 상태로 충돌해 사고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운전자 30명을 대상으로 하향등을 작동해 전방차량을 인지한 거리를 실측한 결과, 일반차량은 후방 91m에서 차량을 인지했으나 반사띠를 부착한 차량은 후방 261m에서도 인지가 가능했다.
 
박스형 화물차 후면부에 반사띠를 부착한 차량과 일반차량을 비교 촬영해 시인성 강도를 평가한 결과, 반사띠 부착 시 150m 거리에서 15.2배, 100m 거리에서 4.4배 시인성이 증가했다.
 
또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통해 후방차량의 주행특성을 측정한 결과, 반사띠를 부착한 경우 안전거리를 21m 더 확보하고 추월 시 핸들 조작을 6.2% 완만하게 했다. 돌발상황에서도 급제동을 5.8m 전방에서 시작하는 등 주행안전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사띠 통해 차량의 위치·움직임 쉽게 파악

 
당시 연구를 통해 야간에 화물자동차를 후방 추돌하는 교통사고 위험성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확인했고 각 처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반사띠 부착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오래 전부터 반사띠 등 대형차량 시인성 개선을 통한 사고감소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미국의 경우 1992년 FMVSS 108 제정으로 대형차량에 대한 형상을 인지할 수 있는 반사띠 부착을 의무화했다. 유럽도 1995년 ECE 104 개정으로 반사띠 장착형태 및 성능 기준을 명시했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동차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전방 시인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화물차에 반사띠 부착을 하면 전방 차량의 저속 주행이나 주·정차 시 후속 차량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 추돌사고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반사띠 제조업체인 한국쓰리엠(3M)과 도로교통공단은 반사띠 의무화를 주장해왔고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화물차의 뒷면과 옆면에 반사띠를 꼭 부착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드는 반사띠 부착 하나만으로도 추돌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작은 것에서부터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에 국토부가 자동차 안전기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함으로써 반사띠 설치 의무화가 실현돼 화물차 등의 야간 추돌사고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만큼 고무적인 분위기다.
 
반사띠는 야간에 빛을 비추면 이를 반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자동차의 뒷면이나 옆면 등에 설치하면 차량의 위치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화물차 가변축 설치기준 및 탑승자 안전 강화
 
이외에도 자동차 안전기준 개정안은 화물차 과적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변축 설치기준을 바꿨다.
 
현재 대형화물차는 자동·수동 조작이 가능한 가변축을 달고 있지만, 앞으로는 허용 무게를 초과하는 화물을 적재할 경우, 하중이 분산될 수 있도록 자동으로 가변축이 하강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자동차 충돌기준을 국제기준에 맞추기로 했다. 자동차 교역에 따른 통상문제를 해소하고 실제 교통사고에서 많이 발생하는 충돌유형을 도입해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륜자동차에 대한 안전기준을 보다 더 강화했다.
 
배기량이 125cc를 초과하거나 최고출력이 11kW를 넘는 이륜자동차에는 바퀴잠김방지식 제동장치(ABS) 설치를 의무화해 제동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ABS는 바퀴의 회전량을 감지·분석해 바퀴의 제동력을 조절해 준다. 즉, 제동 시 바퀴의 미끄러짐 정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장치인 셈이다.
 
자동차의 디자인·성능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최저 지상고 기준은 국내 도로의 과속방지턱 기준에 맞춰 12cm에서 10cm로 완화했다. 아울러 배기관 열림 방향은 좌·우 45도까지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물품 적재장치 및 창유리의 재질 다양화와 함께 적재물품 고정을 위한 자동차의 제원(길이·너비·높이) 측정제외 항목을 유럽과 같이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김채규 국토부 자동차관리관은 “반사띠 설치 의무화와 가변축 설치기준 개선을 통해 화물차 등의 야간 추돌사고는 물론, 과적으로 인한 교통사고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동차 충돌기준과 이륜자동차 제동기준을 국제기준과 일치시켜 탑승자 안전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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