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로 출범 1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는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는 선방했다 할 수 있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 회담과 미북회담을 끌어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반면 경제분야는 낙제점 수준이다. 지난해 3.1% 성장률이 올해는 2%대 후반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은 ‘일자리 대란’으로 번지고 있다. 실업자 수도 126만명을 넘어섰다. 제조업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0% 초반으로 하락한 것도 심상치 않다.

문 대통령은 경제분야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인 규명과 바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일자리를 감축시키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되었다. 노동시간 감축과 정규직 고용 증대는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기업 수익의 증대가 전제돼야 한다. 고용안정도 중요하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개혁,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난을 타개해 나갈 수 없다. 세계 좌파 정부 대부분이 세금으로 ‘퍼주기 복지’를 펴다가 파국을 맞았다. 최근 아르헨티나가 IMF에 손 벌리고 뒤늦게 ‘친(親)시장’ 러브콜 하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남북)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자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슬그머니 발을 뺀 적이 있다.
야권(野圈)은 심심하면 터지는 문 특보의 돌출발언은 청와대와 교감 하에 대통령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계산된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 평화회담이 오히려 전쟁의 전주곡이 된 평화회담 ‘잔혹사’를 망각해선 안 된다.

베트남전쟁은 ‘파리평화협정(1973년 1월)’로 종결됐다. 미군이 종전(終戰) 2개월 만에 베트남에서 모두 철수하자, 2년 뒤 월맹은 기습적인 남침을 감행했다. 월맹이 ‘파리평화협정’을 파기하면 월맹을 쓸어버리겠다던 ‘미-베트남 방위조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쟁 50일 만에 베트남은 패망했다.

영국 체임벌린 총리, 독일 히틀러 총통, 프랑스 달라디에 총리, 이탈리아 무솔리니 총리는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영토 수데텐란트 점령을 다른 3국이 용인하는 대신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뮌헨협정(1938년 9월)’에 서명했다. 그러나 1년 뒤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해 2차 대전을 일으켰다.

‘4.27 판문점 선언’의 내용 중 ‘남북 간 적대행위 중지’, ‘불가침 합의’, ‘연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은 새로운 합의가 아니다. 추상적인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을 담보할 조치는 눈에 띄지 않는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10·4 공동선언’에도 ‘군사 적대관계 종식’‘한반도 전쟁 반대와 불가침의 확고한 준수’‘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 추진’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북은 남북정상회담을 헌신짝처럼 짓밟고 핵무기를 완성했고, 거듭된 무력도발로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켜왔다.

‘종전선언, 평화협정’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바라는 것이지만, 힘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선 조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분명한 목표로 규정한 북한의 ‘유일영도 10대원칙’과 ‘조선노동당 규약’ 등을 폐지하고 ‘영구적 핵 폐기’를 해야 한다. 그 다음 미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면 정권교체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보증에 기댈 수 없어 쉽게 핵을 포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핵무기나 핵물질은 너무 작다. 북한이 제시한 자료에 따른 검증만 가능할 뿐이지 완벽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북한의 핵 과학자가 남아있는 한 해체된 것들은 다시 지어질 수 있다. 영구적 북핵 폐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주한미군은 영구적 북핵 폐기 후는 물론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에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으며, 일본도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는 조약이나 회담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스스로 전쟁을 막을 힘을 갖지 못하면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섣부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은 국가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5월 22일에 예정되어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주한미군은 영구적 북핵 폐기나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주둔한다”는 양국 대통령의 명확한 발표가 있어야 한다. 또한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납북자 송환 등 핵과 함께 폐기할 대상으로 북의 약점을 찔러 김정은이 ‘단계적 북핵 폐기’ 협상전략을 구사할 여지를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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