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내부’에 있었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홍익대학교 회화수업 도중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홍익대 측은 해당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을 소집해 자백을 유도했으나 유출자가 나타나지 않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진이 유출된 인터넷 커뮤니티 기록과 사건이 발생된 강의실 현장, 강의실 내부에 있었던 사람 등을 조사하며 사진 유출자를 찾는 데 주력했다. 언론을 통해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홍익대학교(이하 홍익대) 측과 수업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청원까지 잇따랐다. 그러나 지난 10일 여론을 경악케 한 소식이 알려졌다. 사진 최초 유출자가 수업에 참석했던 홍익대 학생이 아닌 피해자의 동료 모델이라는 내용이다. 사건의 판도가 뒤바뀌면서 또 다른 충격을 안기고 있다.

피해자 상태 심각, 2차 피해도 받아···워마드서 조롱 댓글 단 2명 고소
피해자-피의자 감정 다툼 있었다?···피해자 “말도 안 돼” 일축


서울 마포경찰서는 홍익대가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지난 4일 내사에 착수한 뒤 다음 날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사진이 유출된 인터넷 커뮤니티 기록과 사건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의실 현장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사진 유출자를 찾는 데 주력했다.

경찰은 교수와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또 이들의 휴대폰도 임의 제출받으며 용의자를 특정하고 나섰다.

경찰은 현장 조사에서 확보한 교내 CCTV(폐쇄회로텔레비전)도 분석했다. 그러나 해당 강의실 내부에는 CCTV가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1일 여성우월주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에는 홍대 회화과 누드모델 실기수업에서 무단 촬영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모델의 누드 사진 게시물이 올라왔다.

홍익대 성인권위원회와 미술대학 학생회 등에 따르면 홍대 회화과는 사건 발생 다음 날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교수와 학생대표 등이 참여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학교 측은 이를 통해 향후 누드 수업 진행 시 휴대폰 회수, 누드모델 휴게공간 마련, 누드수업 진행 사전 교육 강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워마드에 게시됐던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의 상태는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를 거르고 잠도 못 잘 정도라고 한다.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은 지난 10일 오전 일요서울에 “(피해자가)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누드모델 일을 할 때 사진을 찍히는 경우가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 유포된 적도 당연히 없다. 있다 하더라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 올려서 조롱하거나 희롱하거나 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를 비롯해 누드) 모델들도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는 워마드 회원들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피해자 A씨가 모욕 혐의로 워마드 회원 2명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고소장에 워마드 회원 2명이 유포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두고 성적 비하 댓글을 달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피해자는 댓글로 인해 2차 피해를 받은 것이다.

하 회장은 “지금(지난 10일)까지도 (피해자) 얼굴이 노출된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더라”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변호사를 선임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고소‧고발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오후 이번 사건에 대한 새로운 소식에 이목이 집중됐다.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최초 유출한 ‘몰카 유포범’이 붙잡힌 것. 그러나 피의자는 강의실에 있던 학생이 아닌 피해자의 동료 모델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또 그동안 피의자가 학생일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탓에 이 같은 소식이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수업에 참여한 누드모델 4명 중 여성 모델 1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파악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해당 여성 모델 B씨는 지난 8일 첫 참고인 조사에서 “휴대전화 2개 중 1개를 분실했다”고 경찰에 설명하며 1개만 제출했다. 이를 의심한 경찰은 B씨를 지난 9~10일 연속으로 불러 조사를 벌인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같은 동료인 B씨가 유포한 까닭은 무엇일까. 경찰 조사에서 B씨는 피해자와 감정적으로 다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쉬는 시간에 피해 모델이 다른 모델들과 같이 쉬어야 할 탁자에 누워서 쉬었다”면서 “이에 ‘자리가 좁으니 나와라’고 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피해자 A씨는 B씨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A씨는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사건 초기부터 가해자가 학생이면 학생 자격을 상실할까 봐 걱정했는데 미대 학생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편으로는 동료 모델이 그랬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모델들끼리 말다툼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직무 특성상 모델들끼리 서로 상당히 조심스럽게 예의를 갖추는 편”이라며 “가해자가 제 자세가 조신하지 못함을 지적했고 그 말을 듣고 곧장 자세를 다잡았다”고 덧붙였다.

피의자 B씨는 11일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저지른 날 피해자와 처음 본 사이였으며 당일 다투고 화가 난 나머지 사진을 찍어 올렸다고 추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B씨는 과거 워마드에서 활동했으나 현재는 활동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B씨는 워마드에 사진을 올린 뒤 논란이 되자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워마드를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B씨가 제출한 휴대폰에서 워마드에 ‘본인의 활동 내역을 지워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이메일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B씨를 나체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지난 10일 오후 긴급체포하고 오늘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B씨가 당초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피해자의 사진을 찍었던 휴대폰을 버렸다고 진술을 바꿨다.

경찰은 앞서 당시 강의실에 있던 것으로 파악되는 학생과 누드모델 등 20여 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며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아 분석해왔다.

사건의 새로운 국면을 맞아 여론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홍익대와 학생들이 오히려 ‘마녀사냥’을 당했다며 위로하는 모양새다.

한편 11일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학생회 SNS 페이지에는 피해자 A씨와 피의자 B씨가 소속된 에이전시 측의 사죄문이 올라왔다.

에이전시 대표는 입장문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몇 차례 모델에게 물었으나 범인이 아님을 자신 있게 주장해 의심을 접었던 차에 기사로 가해자임을 알게 됐다”며 “아직도 이게 사실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적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 교수님, 관계자들께서 말 못할 고생을 했던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더욱 무겁다”며 “(저는) 약 15년간 인체모델을 했으며 홍대에서도 많은 모델링을 했다. 일과 관계된 갑을 관계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대표로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함과 사죄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모델들 또한 이 일이 같은 모델이 행한 일이라는 데 속상해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는데 많은 부분을 놓쳤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 일로 인해 학교와 모델 양쪽에 큰 피해를 입힘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다만 한 모델과 그 모델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제 잘못이 클 뿐, 학교 측과 그 모델에 대해 잘 몰랐던 여타 동료 모델들은 잘못이 없으며 화살이 또 다른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썼다.

홍대 미대 회화과 학생회는 에이전시 측의 입장문을 공유하며 “회화과에서는 앞으로 안전하고 원활한 누드모델 수업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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