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1% 고객을 잡기 위한 백화점들의 치열한 싸움이 연초부터 뜨겁다. 백화점들은 기존 VIP 고객의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일반 서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구매력을 가진 슈퍼VIP(SVIP) 고객을 잡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최상위 고객들을 위한 명품전쟁에 뛰어든 것은 소위 ‘돈’이 되기 때문. 업계에서는 지난해 백화점업계가 내수불황의 덫에 빠지며 직격탄을 맞았지만 구매력 왕성한 ‘귀족’ 고객들 덕택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인식을 뚜렷이 갖게 됐다고 말한다.국내 명품 백화점의 원조격인 갤러리아백화점의 SVIP고객(연간 3,500만원 이상 구매고객)이 내수불황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전년대비 11%나 늘어났다는 점이 단적인 사례다.신세계백화점도 전체 고객중 구매금액 기준으로 상위 1%를 차지하는 SVIP가 작년에 전년보다 8% 이상 늘어나 ‘귀족’ 고객들이 백화점을 먹여 살린다는 설을 입증했다.경기상황이 어떻든간에 ‘돈을 쓸 사람들’은 반드시 쓴다는 법칙을 백화점들이 간파한 것이다.

▲백화점은 지금 ‘공사중’= 최상위 귀족 고객 유치를 위해 각 백화점들은 지금 호화로움을 강조한 명품관 꾸미기에 한창이다.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단연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에비뉴얼(AVENUEL)’.에비뉴얼은 매장면적만 5,200평 규모로 단장되고 있다. 롯데측은 루이뷔통, 샤넬, 불가리 등 100여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을 5,200평 규모의 명품관에 가득 채워 돈있는 고객들을 유혹한다는 계획이다.롯데의 ‘라이벌’인 신세계백화점도 현재 본점으로 사용하는 건물을 명품브랜드 전용관인 ‘클래식관’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는 현대백화점은 서울 압구정 본점의 500평 규모의 지하 가정용품 매장 전체를 ‘아르드메종’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집’으로 새롭게 바꾸고 있다. 기존 매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해 거실,주방,침실 등 테마별 모델 하우스 공간에 실제 집안과 비슷하게 각 브랜드 상품을 진열, 배치할 예정이다.명품의 자존심인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패션관을 리뉴얼한데 이어 이달초 매장 개편도 추진중이다.갤러리아백화점은 기존의 핵심 브랜드는 물론 새로운 개념의 럭셔리 브랜드 보강을 통해 명품관의 자존심을 지켜나간다는 계획이다.

▲귀족 고객은 누구= 백화점의 VIP 고객은 아무나 될 수 없다.백화점들이 밝히고 있는 ‘귀족’ 고객의 선정기준은 단연 ‘돈’. VIP 고객들이 백화점 전체 고객중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그러나 이들이 백화점에 찾아와 쏟아 붓는 돈의 규모는 무시할 수 없다.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연간 1~2% 정도의 VIP 고객이 쓰는 돈은 백화점 전체 매출의 20~30% 정도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물론 백화점마다 VIP 고객을 선정하는 ‘구매력’의 기준은 다르지만 까다롭기는 매 한가지다.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연간 2,700만원 정도는 써야 VIP 고객 대접을 받을 수 있고 롯데나 현대백화점도 3,000만원 정도의 구매력을 가진 고객에게만 VIP 대접을 해주고 있다.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연간 5,000만원 정도는 써야 귀한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업계에 따르면 최상위 ‘귀족’ 고객들이 백화점을 방문해 한번에 쓰는 명품 구매력은 대략 800~1,000만원선에 이를 정도.물론 ‘귀족’ 고객 사이에서도 구매력의 차이는 확연하다. 작년에 A백화점 본점에서 뽑은 최상위 VIP 고객이 이 백화점을 찾아 사들인 물건값만도 무려 8억9,000만원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잘 방증하고 있다.

▲최고의 서비스만이 귀족을 끌어올 수 있다= 백화점들은 명품전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최상위 서비스를 들고 있다.안락함과 편안함은 물론 호화로운 분위기를 통해 귀족 고객들에 어필한다는 전략이 각 백화점들에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각 백화점들이 최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서비스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컨시어즈(concierge) 서비스.컨시어즈란 ‘문지기’라는 뜻으로 원래는 호텔에서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다. 백화점들이 호텔에서나 활용됐던 컨시어즈 서비스를 도입한데는 고객이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고객의 모든 편의를 한꺼번에 처리해줌으로써 ‘고객감동’을 불러일으켜 완전한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지난달 16일부터 컨시어즈서비스를 시작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VIP 고객 주차장이 있는 2층에 컨시어즈데스크를 설치해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수행하며 서비스를 책임진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1일 이 서비스를 도입해 VIP 고객을 대상으로 1대1 밀착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최우량 VIP 고객들만을 위한 별도의 룸(PS룸)과 전용 엘리베이터를 마련해 외부의 노출없이 고객들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심지어 공연표 예매나 등본발급 등의 각종 민원까지 해결해 줄 정도. 조만간 명품관을 개관하는 롯데백화점도 500여명 정도로 한정된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멤버십카드를 발급해 밀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특히 100여명의 최상위 고객들이 개인모임을 열 수 있는 전용클럽도 운용할 예정이다.한편 백화점들은 VIP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개념의 명품잡지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롯데백화점이 명품관 에비뉴얼 개관을 앞두고 지난 1월 ‘에비뉴얼’이라는 잡지를 내놓았고 갤러리아백화점은 ‘더 갤러리아’, 현대백화점은 ‘스타일 H’라는 잡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01년부터 ‘퍼스트레이디’라는 잡지를 발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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