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모금 눈살 ‘대기업에 못 걷자…’ 푸념도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6·13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일부 기업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후보들 선거 캠프로부터 ‘도움’ 요청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또한 정당 후원회는 불법 정치자금 논란으로 2006년 3월 폐지됐다가 지난해 6월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11년 만에 부활한 만큼 이번 선거에서 치열한 모금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이 후원금 모금 목적이라며 본연의 취지가 퇴색되는 건 아쉽다”고 밝혔다.

규모 큰 행사 억대 ‘수입’도, 업체 울며 겨자먹기 식 후원금 내
일부 지자체 “”회사 이익 관련 불법 선거운동·정치자금 금지”


선거를 준비하는 캠프에서는 정책자문단을 구성한다. 몇몇 후보 캠프에서는 벌써 자문단 구성이 한창이다. 

소위 ‘경제분과위’ 등 자문단 구성에 참여해 달라는 지원요청을 받고 기업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문단 참여 요청 등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색을 떠나 기업 입장에서는 당락을 점칠 수 없는 상황에 이름을 드러내놓고 참여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괜히 자문단에 잘못 들어갔다가, 지원했던 후보가 떨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 몫이 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출마예정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과 관련해서도 일부 기업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의 경우는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 도내에서만 40여 차례 정도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으로 파악됐다. 한 주에 2~3건의 출판기념회가 있다라 열릴 때도 있어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하는 일부 기업 재무담당자들은 ‘책값’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출판기념회의 경우 봉투 속에 든 정확한 금액은 낸 사람과 후보 측만 알수 있어 단속도 쉽지 않다. 이에 관급사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건설업체 등이 ‘보험’성격으로 책값보다 많은 돈을 넣은 봉투를 주고 간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출판기념회는 선관위에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선관위도 도지사, 시장/군수, 광역의원, 기초의원별 출판기념회를 정확하게 알기 힘들다. 이에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편법으로 출판기념회 또는 북콘서트가 유행처럼 번졌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중앙당 후원회 부활 후 첫 선거

이런 고민은 자치단체 입찰로 먹고 사는 인쇄·제조업, 건설업 등에서 더 심각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기업운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중도 성향 기업들은 ‘얼굴 없는 후원’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이름은 올리지 않고 뒤에서 보이지 않게 정해진 법정 후원금 범위 내에서 지원하고 빠지는 방법이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보수·진보 후보 어느 한쪽에만 후원금을 내고 속을 끓이는 것보다는 양쪽으로 공평하게 하는 것이 속 편하다”며 고충을 토로 했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주요 기술로 지목되면서 각 정당 후보들은 블록체인에 특화된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인 ‘S코인’발행을 염두해 두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인 ‘S코인’ 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무원 복지 포인트, 청년수당 등에도 S코인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박상돈 자유한국당 천안시장 후보도 복지 수당, 복지 포인트 등을 지급할 목적으로 ‘천안사랑코인(가칭)’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을 위한 제3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산업 클러스터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한 펀드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치계만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선거에 적용한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이렇다 보니 관련 기업들도 자연스레 정치권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IT업종은 정부의 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관료가 누가 되느냐는 민감하게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에게 보험 성격의 후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여야는 6.13지방선거 관련 중앙당 후원회 홍보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광고 동영상은 후원회 홍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더치페이’(더불어민주당 치어업 페이)라는 이름으로 후원회를 브랜드화하고, 여러 의원이 출연하는 동영상을 배포해 흥행에 성공했다.
정의당은 지난 4일 심상정 의원이 주로 등장하는 1분 10여 초 길이의 광고 동영상을 공개했다. 기성 광고들을 코믹하게 패러디한 내용으로 입소문을 탔다. 2탄, 3탄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7일 정당 후원회를 설립한 민주평화당도 모금에 나설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선거대책위원회 발족과 공천자 대회를 전후해 후원회 등을 매개로 당원과 지지자들을 한데 묶는다는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에는 아직 중앙당 후원회가 없다.
자칫 후원회에 지원하지 않았다가 눈 밖에 날까 우려하는 기업들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기업, “지방선거 관여 행위 엄단”

지역별로 이런 우려를 감지한 듯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태천)는 제주도 내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기업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6·13 지방선거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시선관위는 지난 3월 9일 오후 3시 제주시 노형동 제주드림타워 건축 현장사무소에서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방선거 관련 정치 관계법 교육을 통해 외국인의 지방선거 관여 행위 예방활동을 전개했다.

이날 교육은 선거권이 있는 외국인의 선거운동 금지와 공사 하도급 등 거래상의 특수 관계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 금지, 불법 정치자금의 후원과 제공 강요 금지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는 도내에서 각종 개발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기업(시행사·시공사)과 임직원이 회사 이익과 관련해 직접 또는 하도급 업체를 통해 선거에 관여하거나 불법 정치자금 제공 행위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외의 지역들도 관련 교육을 철저히 하고 혹시 모를 부정행위 단속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