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재료 치킨’ ‘국내산 식재료 도시락’…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높여야

불신·불안·불황 소비시장 뚫는 트렌드 따라야…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넘어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의미하는 ‘가심비’가 높은 업종이 뜨고 있다. 가심비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 언급한 용어로 가성비에 주관적 심리적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다. 김 교수는 불신·불안·불황에 시달리는 소비자가 심리적 안정을 주는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심비 트렌드를 짚어본다.

무항생제닭과 천연재료로 소비자 건강 챙긴 치킨

웰빙치킨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한동안 기름에 튀기지 않는 구운 치킨이 웰빙 붐을 타고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의 추세는 단순히 조리 방식에 국한하지 않고 재료 자체가  건강에 좋은 무항생제 닭, 저염, 저당, 쌀로 튀긴 치킨 등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내 아이에게만은 건강한 치킨을 먹이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을 안심시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자담치킨’과 ‘안심치킨’이다. 선두주자인 자담치킨은 무항생제닭과 무기질 함량이 높고 소화가 잘 되는 쌀로 만든 파우더로 튀긴 치킨임을 내세워 성장하고 있다. 치킨무도 천연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작년 말 현재 가맹점이 200개를 넘어섰다. 안심치킨 역시 무항생제 닭과 쌀가루로 튀긴 치킨이다. 천연함초죽염으로 염지를 하고, 천연당과 발효식초로 만든 수제피클을 제공한다. 튀김기름도 100% 식물성 카놀라유를 사용하면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맹점이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최근 창업시장의 큰 주목을 받으면서 가맹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간장치킨의 선두주자인 교촌치킨도 지난해 쌀로 튀긴 후라이드 메뉴를 선보이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등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간식용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치킨에 가심비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산 식재료 내세운 외식업도 성장

지난해 가성비를 내세운 무한리필 소고기 전문점이 많이 생겼다. 또한 한우 1등급 등심과 국내산 신선한 야채를 제공하는 무한리필 소고기 전문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한리필 소고기를 수입산이 아닌 한우 1등급 등심을 무한리필로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좋은 방법이 된다. ‘소도둑’이 대표적인 브랜드로 본사의 물류 마진을 최소한으로 하고, 가맹점과 공생하겠다는 정책에서 나왔다. 주문 즉시 썰어주는 고기바 점포 컨셉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소도둑의 가심비 마케팅 전략이 주효하자 한우를 무한리필로 제공하는 점포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1위 브랜드인 한솥도시락도 가심비 메뉴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우선 품질 좋은 무세미 신동진 단일미를 사용해 즉석에서 밥을 지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철저한 품질관리 및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수분, 단백질, 아미노산 함량을 우수한 수준으로 유지한 최상급 단일미로 갓 지은, 건강에 좋고 가심비 높은 따끈한 솥밥을 내놓는다.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인 김치 역시 100% 국내산 김치를 사용한다. 땅 좋고 물 좋은 평창, 태백에서 재배한 배추에 국내산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 등 우리 농산물만 오롯이 사용하여 한솥도시락 김치를 만들었다. 이 밖에 모든 식재료도 까다롭게 엄선된 것만 사용하고, 조금이라도 검증되지 않은 것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한솥 이영덕 회장은 “한솥도시락은 밥과 김치를 비롯한 모든 식재료를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재배된 식재료 중에서 고객들이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엄격한 기준 아래 선별된 것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동구매 피하고 절약할 수 있는 점포 인기

비싼 제품을 충동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상품을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점포가 인기다. ‘다이소’는 총 3만2000여개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이중 1000원 이하가 50%, 2000원 이하가 80%, 5000원 이하가 100%다. 다이소가 5000원 이상 제품을 소싱 할 수 없어서가 아닐 것이다. 고객을 안심시켜 절약하면서도 마음껏 소비하게 하는 가심비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다이소는 대형화와 인테리어 분위기를 쾌적하고 고급화하고 상품 디스플레이를 최적화함으로써 특히 젊은 층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서 생필품 종합 쇼핑센터로 발전하고 있다. 다이소는 매년 20% 내외 성장하고 있고, 현재 전국적으로 1200여 개 점포가 있다. 이 밖에 인형뽑기방과 게임방, VR방 등도 자기만족형 소비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젊은 층 소비자들을 공략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이 가심비 업종은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난도 교수의 지적대로 이제 소비가 더 이상 결핍의 충족이라는 평면적 기능을 넘어 소비주체의 감성을 어루만져야 하는 고차원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 전문가들은 어설픈 가심비는 오히려 가성비보다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불황기에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가격민감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고객에게 위안과 안심을 확실히 심어줄 수 있는 업종인가를 철저하게 따져본 후 업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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