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실체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실체는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8-05-11 16:48
  • 승인 2018.05.11 16:48
  • 호수 1254
  •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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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이어 한국 정부까지 전방위적 ‘공격’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영 현안을 두고 적극 개입하는 것도 모자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엘리엇이 지난달 13일 보낸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중재의향서를 검토 중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도대체 ‘헤지펀드와 엘리엇의 정체는 무엇이냐’는 물음부터 ‘엘리엇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식 매수→주주 등재→경영 개입→주가 차익 반복
경영 제도적 약점 보이는 기업 타깃…정부는 진퇴양난


한국에서 엘리엇이라는 이름이 대대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추진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약 7000억 원에 매입한 뒤 합병을 반대해 보유 지분가치를 높여 팔고 나갔다.

다음 해인 2016년에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설이 나오자 지분 0.67%를 인수한 후 30조 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하고 최소 3명의 독립적인 이사 선임과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는 1조 원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지배구조 개선 추가조치와 이익 주주환원 등을 요구한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는 등 지배구조 개편안에 훈수 두기 압박을 하는 것이다.

또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3일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시 정부의 부당 개입으로 주요주주였던 국민연금 등이 합병에 찬성했고 이로 인해 본인들은 피해자가 됐다는 것이다.

중재에 정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엘리엇은 세계은행(IBRD) 산하의 민간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이른바 투자자 국가 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중재의향서는 정부를 상대로 제소를 하기 전에 중재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의미다.

벌써 세 번째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의 공격을 피하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는 부당 개입이 있었다’면서 적폐로 규정했던 입장을 번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엘리엇의 주장이 더 힘을 얻는다.

실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로 몰렸던 사안이다. 국민연금이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했는데, 당시 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을 넘어 대기업 정부처럼 쥐락펴락하려 하는 모습으로 엘리엇에 대한 의문과 의심은 증폭되는 상황이다. 그들의 출생부터 알아보면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인 폴 엘리엇 싱어(74)가 197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사명으로 설립했다.

엘리엇 본사는 미국 뉴욕이며 운용 자산은 350억달러(37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진다. 엘리엇은 기업에 경영전략 변경,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한마디로 주식을 매수해 주주로 등재된 뒤 경영에 적극 개입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다만 대주주 및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 개선을 요구하며 주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터라 일부 소액주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한다.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와 관련해서는 ‘벌처 (썩은 고기를 먹는 대머리독수리) 펀드’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엘리엇의 동향은 해외에서 2004년 미국 P&G의 독일 웰라 인수 당시 “소액주주 지분의 매입 단가가 대주주보다 낮다”며 소송전을 벌여 매입가를 12% 끌어올렸다. 2013년에는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BMC의 지분 9%를 매집한 뒤 경영진을 압박해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겼다.
2001년 재정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대량 매입한 뒤 원리금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여 결국 아르헨티나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뜨린 것은 부정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엘리엇 투자의 대표적 사례다.

속내는 무엇?

결국 엘리엇의 속내를 분석하는 데 있어 결국 대량의 주식 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가 된 뒤 경영에 적극 관여해 기업과 보유주식의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전략이며 단순 ‘투자 효과의 극대화’라는 의견이 높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추가 요구와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첫 단계’란 점을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어떤 요구를 하든지 주가 등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 엘리엇 사례를 기점으로 또 다른 외국계 자금들이 우리 기업을 공격할 수 있다는 부분은 향후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등의 의무화도 이들의 활동력을 높여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상장사가 이사 선임을 할 때 선임 이사수 만큼이 투표권을 주주들에게 주고 한 사람에게 몰표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다만 주요 기업들이 엘리엇 사례를 통해 주주친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사회 등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향후 엘리엇이 자신들으 수익만 제고해서 떠날지, 우리 대기업과 소액주주들의 가치도 제고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