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학교 현장에 방사능이?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2011년 일명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급성 호흡부전을 호소하는 임산부 환자들이 늘었고, 종래에는 사상자가 발생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있는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PHMG), 염화 에톡시에틸 구아디닌(PGH) 등의 원료였다. 해당 살균물질들에 장기간 반복 노출될 경우 장기가 손상될 위험이 있으며 특히 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습기 살균제의 공포가 가시기도 전 새로운 위험 물질이 등장했다. ‘라돈(Rn)’이라는 방사성 원소다.

세계보건기구 1급 발암 물질로 지정, 국내선 주목 받지 못해
침대 파동 이후 관심 급증…교육현장 등 곳곳서 실태 조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요 논점 중 하나는 우리 생활과 직접 연관돼 있었다는 점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대형마트 등을 방문해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또 실제로 많은 이들이 사용해 왔다. ‘생활밀착형’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피해자가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민들이 더욱 불안에 떨었다.

대한민국을 들끓게 한 라돈 논란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해당 물질이 발견된 장소가 다름 아닌 ‘침대’이기 때문이다.

먼저 라돈이란 색, 냄새, 맛이 없는 기체로 모든 동위원소들이 강한 방사선을 내고 반감기(半減期)가 짧은 방사성 원소다. 또한 라돈 자체 혹은 이의 방사성 붕괴 생성물들이 내는 강한 방사선으로 인해 인체에 매우 해로운 원소로 알려졌다.

이 원소는 흙, 암반, 건축재료 등에 들어있는 라듐의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방출돼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건물의 실내, 특히 지하실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조승연 연세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는 “침대는 집에 들어온 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그런 곳에서 방사성 원소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것이) 더욱 공포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방사능은 소멸될 수 있다. 그러나 실내 환경으로 인해 재생산이 반복되면 결국 내부에 방사능이 계속 존재하게 되는 상황이 빚어진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위원장 역시 해당 사태에 관해 “생활에서 접촉할 수 있는 각종 생활재에 (이와 관련된) 특별한 기준이나 규제가 없는 것이 제일 문제”라고 꼬집었다.

해당 침대의 제조사로 알려진 A업체는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게재해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소비자로부터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연락을 받고 자체적으로 사실여부 확인 및 검사 등을 진행하는 한편 칠보석 음이온소재를 전량폐기하고 현재는 안전하게 생산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업체는 “언론의 취재 과정에 협조하던 중 매트리스 소재로 쓰인 것이 칠보석이 아닌 희토류이며 여기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A업체는 지난 8일 오전 9시부터 이와 관련된 고객 상담 접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제된 매트리스에 대해 신속히 리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당 사건 조사에 착수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지난 10일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에 의하면 ‘방사능 농도 분석 및 외부피폭선량’ 조사에서 매트리스 속커버를 신체에 밀착시킨 상태로 매일 10시간 동안 생활할 경우 연간 피폭방사선량은 0.06mSv(밀리시버트)이고, 최대 24시간을 침대에서 생활할 경우 최대 연간 외부피폭선량은 0.15mSv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제15조에 따른 가공제품 안전기준인 ‘연간 1mSv 초과 금지’ 범위 이내다.

또한 ‘라돈 측정 및 내부피폭선량’을 조사한 결과 “매트리스 상단 50cm 지점에서는 라돈과 토론(thoron·라돈의 방사성 동위원소로서 토륨계열의 붕괴로 생기는 것)의 영향이 미미하여 실내 공기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원안위 측은 “침대와 같이 ‘호흡 밀착형’ 제품의 경우에는 모나자이트 사용에 따른 토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향후 신체 밀착하여 사용하는 일상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 사용을 제한하거나 천연방사성물질 성분 함유 표시를 의무화하는 등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조하여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돈 논란은 교육 현장으로까지 일파만파 퍼졌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은 지난 4일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2017년 전국 국공립단설·병설유치원별 라돈 측정 결과’ 관련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4700여 개 유치원 중 권고 기준치인 148Bq(베크렐)/㎥을 초과한 유치원은 총 225개로 확인됐다. 라돈 권고 기준치를 초과한 유치원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원도로, 조사 대상 261곳 중 99곳의 유치원이 해당됐다.

강원도에 해당 유치원이 많다는 물음에 강원도 교육청 측은 “화강암반 지역 같은 경우 (수치가) 높게 나온다. 지역 토양 자체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측정 결과에 따라 저감시설이 필요한 학교에 따라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있고, 매년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올해는 학기 초 무렵 학교에 공문을 보내 3월 말까지 (라돈) 측정기를 설치하고 4월부터 6월 동안 검사를 진행해 연평균 농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해 조 교수는 “수없이 많은 암석 종류가 있는데 화강암에 우라늄이 특히 많이 들어있다”고 전하면서 “우리나라가 화강암이 많아 세계적으로도 (라돈 수치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 현장에 만연한 라돈 가스에 대한 대책으로 교육부나 환경부가 나서서 강제 환기를 지시하는 등 일상적으로 라돈 가스가 배출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을 잇는 두 번째 폐암 원인 물질로 라돈을 꼽았다. 우리나라 역시 라돈을 폐암 유발 물질로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나 그간 미세먼지 등 대기질을 흐리는 다른 요소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라돈 침대’ 파동 이후 인터넷에는 라돈 측정기를 구입해 직접 수치를 재보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라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변화했을까.

라돈 측정기를 판매하는 ‘에프티랩’이라는 업체에 이후 구매량이 증가했는지 문의해봤다. 업체 관계자는 “얼마나 올랐는지 집계는 안 되나 평상시보다 수요가 증가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라돈에 대해 우리나라가 문외한이었다.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이에 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중 30개 주가 집을 사고팔 때 라돈에 관한 수치가 공인된 측정서를 받지 않으면 집을 사고팔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유럽권 국가에서도 법제화가 진행 중이라 한다.

에프티랩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새로 준공되는 아파트 등 주택에서 라돈이나 유해가스 등을 측정한 뒤 공시하는 것이 법제화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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