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태’ 물타기? 민주당 “그런 의도 아니야”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달 여의도 정가 중심에는 ‘드루킹’이 있었다.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속 직업 중 하나인 드루이드와 왕을 뜻하는 영단어 킹(King)을 합성한 인터넷 필명이다. 해당 필명 소유자는 댓글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했단 의혹을 사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법전에 등장하는 유명한 말이다. 올해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이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를 사용한 의심 정황을 수집,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해 수사 의뢰했다.


작년 박사모 카페에 매크로 프로그램 첨부 글 게시
박사모 측 “게시자가 진짜 ‘박사모’인지 알 수 없어”




지난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이하 대책단)이 제시한 의심 정황은 ▲새벽 시간대 매크로 사용으로 의심되는 기계적인 ‘좋아요’ 및 ‘나빠요’가 발생하는 상황 ▲몇몇 특정 기사에만 과도하게 댓글이 몰려 있는 점 ▲온라인상에서 네티즌이 제보한 의심 정황 등이다. 대책단은 이를 종합해 매크로 사용 여지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해당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맡았다.

조사 과정 중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박사모 카페에 검색했다. 그 결과 ‘입법예고 대책방’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작년 2월 2일 박사모 카페에 인터넷 필명 ‘대한민국 솔로’가 올린 “자동으로 입법 반대 등록하는 방법(매크로프로그램 사용방법)”이라는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이어 2월 7일 동일 카테고리 내 인터넷 필명 ‘대한국건설’이라는 사용자 역시 “PC로 법안 자동으로 반대 프로그램 설정 만들었습니다”라는 유사한 글을 올렸다.

두 글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추정되는 압축 파일과 함께 프로그램 사용법이 상세하게 안내돼 있다.

화제에 오른 ‘매크로 프로그램’이란 대체 무엇인가. 컴퓨터공학 관련 전문가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에 관해 물었다.

그는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작성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면서 “워드프로세서나 엑셀 등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에도 매크로 기능은 있다”고 답변했다.

매크로 기능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련의 행동들을 별도 처리 없이도 반복 가능하게 하는 특징을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박사모 측
“주 연령대 50~70代”
 

박사모 매크로 논란에 대해 박사모 관계자는 “(카페 이용자 주 연령대가) 50대 후반부터 70대까지다. 나이가 있어 PC로 (다음 박사모) 카페 들어가기도 어렵다”고 말하면서 “프로그램을 잘 사용할 줄 모른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게시글의 댓글을 살펴보면 사용해 보니 좋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사용법이 복잡해 따라 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문가 역시 “일반인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는 없다”면서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특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네이버의 시스템 운용 정책과 기술, 네트워크 관련 프로토콜 등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숙련된 프로그래머가 그 일에 전념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 본다”고 덧붙였다.
 
난처한 더불어민주당
매크로 관련 법안 우후죽순

 
현재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인해 가장 곤혹을 겪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이다. 이른바 ‘드루킹 사태’로 불리는 매크로 이용 여론조작 건에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관련 인물로 떠올랐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박사모 매크로 의혹은 자칫 물타기로 여겨질 수 있다.

이에 관해 더불어민주당 미래소통국 관계자는 “(고발에)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일축하면서 “피해자를 특정하지도, (특정)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박사모 카페에 게재된 글은 누구나 찾을 수 있었고 네이버를 포함한 여러 매크로 이용 사례 중 하나로 드러난 것이지 당 차원에서 박사모를 특정지어 고소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박사모 매크로 관련은 경찰 수사 중에 드러난 사실임을 분명히 했다.

박사모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해당 논란에 대해 박사모 관계자는 “예전에는 (카페 가입 당시) 실명과 전화번호를 받았다. 요즘엔 (그렇게 하지 않아) 임의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해당 게시글을 올린 이가) 진짜 (박사모 회원)인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매크로 의혹이 수사 중에 드러났기 때문에 해당 게시글을 올린 이를 찾은 뒤 참고인 조사를 통해 진짜 ‘박사모’인지부터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는 이유를 질문하자 “이미 논란이 됐는데 삭제할 수는 없다. 우리(박사모)가 잘못해서 ‘속 보인다’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사 진행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연락을 취했다. 해당 업무 담당자의 번호를 안내 받아 몇 차례의 연결을 시도했으나 매번 “회의 중입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만 돌아왔다.

현재 드루킹 여파로 매크로 관련 의안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관련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다.

신 의원은 이번 해 1월 31일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 등을 악용하여 조직적·악의적 댓글을 생산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조직적·악의적 여론 조작을 위해 정상적인 인터넷 이용 행위에 장애를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등의 불법적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4일 바른미래당 오세정 의원과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ID 도용·매크로 금지법’과 ‘드루킹 포털책임법’이라 명명한 법률개정안을 각각 발표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