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당의 부속품 되면 안 돼”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여야의 정쟁이 민생을 뒷전으로 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경제정책의 틀이 과거 보수 정권과 비교해 확 달라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변곡점에 이르렀다. 북한의 태도 변화의 수준과 속도는 파격적이다. 이럴 때 정치계 원로의 따끔한 조언이 필요하다. 일요서울은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계 원로 박찬종 변호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자유한국당, TK 빼고 전멸할 것”
- “김문수·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간 여야는 치열한 정쟁만 벌이고 있다.

정치는 물론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우리는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기자가 팔순이 넘은 원로를 찾은 것도 극한 대치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박찬종 변호사는 5선 국회의원으로 제14대 대선과 지난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바 있으며 정치 9단 ‘3김(金)’으로 불리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에 맞섰던 정치인이자 정치평론가다.

박 변호사는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에 저항한 학생들을 가장 많이 변호한 인권변호사로 잘 알려졌다.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부산 서구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낙선한 바 있으며 정치권을 떠난 후 그는 변호사로 돌아와 BBK 사건의 김경준, 석궁 테러사건의 수학자 김명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 탓에 김영삼·김대중에게 시련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엔 그의 예리함이 정치평론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 변호사는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야인(野人)’으로 20년간 살아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에게 정국 전망과 차기 대권 주자 평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최근 어떻게 지냈나.

▲ 현실정치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후배들과 함께 꾸린 법률사무소에서 무료 변론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와 시사 정치 프로그램에서 정치 평론을 하기도 한다.
 
- 소셜네트워크상에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국민의 사랑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야인으로서 정치·경제·사회 등의 분야에서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쓴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고, 권고 정도다.
 
- 최근 드루킹 특검에 대해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 경찰이 초동수사에서 국한된 평창올림픽 기간에 두 건의 댓글을 한정해 김경수 의원 관련 부분은 없다고 얘기했다.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김 의원이 관련된 사건이니 경찰이 흐지부지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한 게 분명하다. 이는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흔적이다. 

특검에 갈 수밖에 없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를 보면 민주당은 특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다.
 
- 국회 무용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대한민국 국회는 근본적으로 정당의 패싸움처럼 돼 있는 구조가 문제다. 국회의원을 부속품으로 만든 정당끼리의 ‘편싸움장’으로 만든 이 구도를 깨지 않으면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는다. 국회는 국민대표자회의의 준말이다. 어떻게 국민대표자회의 의원으로 뽑힌 사람이 부속품이 되느냐. 그러니 ‘국회 무용론’이란 말이 나오는 거다. 무용론이 아니라 국회가 정상화 된다는 게 희망이 없다.

각 정당의 실세들은 지역 패권 구도에 입각해 국회의원에게 공천을 준다. 이렇게 생산된 국회의원이 당선되면 정당의 부속품이 된다. 정당의 당론에 따라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 문재인 정부가 1년을 맞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 전쟁의 위험이 얼마 전까지 우리를 짓눌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국면의 물꼬를 텄다. 잘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출발점이다.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치에 있어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1일 취임했을 당시 탕평인사를 하고 국민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탕평이 없는 코드 인사를 했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일자리 위원회도 만들었지만 현재 일자리 위원회의 흔적이 있느냐. 그만큼 실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국가가 최근 중소기업에 연봉 2000만 원 미만의 사원에 대해 1000만 원을 보조해주겠다고 밝혔다. 국가 예산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점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실적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적폐청산을 하겠다며 모든 행정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있지만 지나친 것도 많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까.

▲ 만약 내일이 선거라고 한다면 자유한국당은 경북 지사와 대구시장을 빼고는 전멸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남은 30여 일이 관건이다. 북미 회담이나 북핵 문제, 드루킹 특검 등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서울시장 선거를 예상한다면.

▲ 안철수와 박원순 간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안 후보 경우 야권 단일 후보로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협의가 잘 됐다고 하자. 야권단일후보가 돼서 1대1이 되면 안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김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는 정당들이 후보를 내고 싸워야 하는 걸로 인식되고 있다. 지방선거는 일본의 경우 자기 당에서 마땅한 후보가 없거나 지지율이 현저히 낮다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 만약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으로 나온 사람 중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지지하는데 이걸 일본말로 아이노리 공천이라고 그런다. 우리나라도 합승 공천이 필요하다.
 
- 보수가 설 자리가 없다. 제대로 된 보수 정치인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보수가 나아갈 방향은.

▲ 책임자는 물론 박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구속되고 재판받는 일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노태우와 전두환 대통령도 수갑은 풀고 재판을 받았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에 맞춰 춤을 추며 사태를 악화시킨 30여 명의 친박계 의원이다. 공천 파동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따라 비주류를 쫓아내서 절반을 넘을 수 있는 의석을 못 넘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탄핵돼 구속 재판받는 데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져야 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친박계 사람들을 쫒아내야 한다. 방조 책임이 있는 종범들이다.
 
- 세대 간 갈등, 진보‧보수 이념 간 갈등이 치열한 가운데 청년들은 취업, 장년층은 노후, 신혼부부들은 출산‧주택 문제가 심각하다.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다. 원로로써 조언한다면.

▲ 뾰쪽한 수가 없다. 국가의 한정된 예산과 자원 등을 합리적으로 사용해 합의점을 도출해내야 한다. 즉 연령, 세대, 계층 등을 통합할 수 있는 복지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것은 최고 책임자의 역할이다. 옛 속담에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은 그런 각도에서 모든 문제를 보고 해결해야 한다. 물론 모든 국민을 다 잘 먹고 잘살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단히 억울한 사람은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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