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 기준 환율 100원 내린 950원까지 하향조정 가능성 언급현대차-수출 다변화 통한 환관리, 현대중공업-달러 매각 대응“수출대금을 받는 즉시 시장에 내다 팔면 환율 하락 더욱 부채질”국내 외환시장이 ‘환율쇼크’에 휘말렸다.환율쇼크의 배경은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를 위해 만든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이 보고서의 내용 중 ‘외환보유액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 대상을 다변화 하겠다’고 적시한 대목이 화근이었다. 이 보고서를 확대 해석한 외신은 ‘한국의 중앙은행이 달러화를 매각하고, 호주 및 뉴질랜드 달러 등으로 보유통화의 구성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23일자(한국시간)에 보도했던 것.

이에 전세계 외환시장은 한국(외환보유액 규모 세계 4위)이 미국 달러를 기존의 ‘보유’에서 ‘매각’으로 변경했다고 단정 짓기에 이른다. 결국 전세계 금융 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급격히 추락됐고, 그 후폭풍은 다음날 우리 서울환시에 드러났다. 지난 23일 서울환시에서 달러-원은 장중 한때지만 과거 IMF(97년)이후 처음으로 900원대까지 진입한 것.한은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뒷수습에 나섰으나, 때는 늦었다. 결국 외환보유액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겠다는 내용이 ‘달러 매각설’로 둔갑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귀결된 것이다.하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단정하기에는 손실이 막대했다. 국부 손실 및 국가 대외 이미지 훼손은 물론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 그러나 이른바 ‘빅 3’기업의 대응은 달랐다.

삼성전자, ‘일사불란형’

국내 최대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이번 환율 쇼크로 1,800~9,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 문제가 터지자 일사 불란하게 움직였다. 환율 방어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단의 대책이란 바로 ‘기준환율 조정’. 기업 입장에서 기준 환율을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준환율이 하향 조정될 경우 영업 손실 확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 달러-원의 하락 속도가 가속화되자 삼성전자는 올해 기준 환율을 무려 100원이나 떨어뜨려 950원까지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아울러 환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달러예금 축소 및 달러 AR(기준환율) 조기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환율쇼크가 국내 초대형 기업인 삼성전자의 연초 경영계획마저 흔들어 놓은 것이다.

현대차, ‘패닉형’

현대차는 사실상 지난 22∼23일 달러·원 하락시 환관리 시스템을 가동조차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차의 재무 담당자들이 모여 대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결론 없이 자리를 일어났다고 한다.“달러·원이 추가 하락하기 전에 빨리 환전하는 것밖에 없다”는 전투에 가까운 목소리만 들렸다는게 현대차 관계자의 전언.대체 얼마의 손실을 입었을까.외환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수출 중 39%가 북미에 집중돼 있어, 올해 여기에서 50억 달러를 벌어 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계산해보면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영업이익은 5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현대차는 족히 1천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그러나 현대차는 오는 3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환리스크 관리에 있어 약간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현대차 관계자는 “선물환을 통한 헤지와 유로화 결제 비율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며 무엇보다 수출다변화를 통한 환관리가 가장 기본적인 환리스크 정책”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포커페이스형’

현대중공업은 이번 환율 쇼크로 600억원의 영업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원화 1% 절상시 순익이 약 12% 줄어 환위험에 가장 취약한 기업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이번 환율쇼크는 현대중공업에는 충격 그 자체.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환관리 담당자들은 환율쇼크가 발생한 지난 22∼23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달러·원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선물환을 통해 환위험에 노출되는 금액의 50% 이상을 이미 헤지해둔 상태”라며 “내년까지 헤지를 통해 환노출분을 최소화해 놓은터여서 아직 큰 문제가 없다”며 애써 여유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이번 환율쇼크 시 금액 면에서 여타 기업에 비해 손실금액이 적었을지 모르나 순이익 감소폭은 가장 민감도가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원화강세 분위기가 가속화되자 수출대금(달러)을 받는 즉시 시장에다 팔아 치우고 있는 형편이다.이를 두고 기업 측면에서는 환리스크관리 시스템의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외환시장에는 공급 우위 현상을 가져다 줘 환율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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