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스턴트 메신저’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이 프로그램은 지난 96년 미국의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매년 사용자(유저:User)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국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확히 집계된 바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대략 1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현재 이 시장에서 1위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MSN 메신저’를 제공하고 있다. 2위는 SK그룹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서비스하는 ‘네이트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였다.

하지만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 메신저 시장에 대해 ‘올인’을 선언하고 나서 올해 순위가 뒤바뀔 수 있을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SK커뮤니케이션즈 모두 오는 3월부터 업그레이드형 메신저 버전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어서 ‘춘풍’을 타고 이들의 라이벌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라이벌전의 선봉장에 선 사람은 이구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와 권승환 SK커뮤니케이션즈 이사. 40대의 ‘노련함’을 앞세운 이구환 이사와 30대의 ‘젊음’을 무기로 내세운 권승환 이사의 불꽃튀는 승부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인터넷 메신저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지켜온 이구환 이사는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MSN 메신저’를 업계 1위로 키워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운 주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를 마친 후, 지난 88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다. 그가 처음으로 발령받은 부서는 개발부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그의 직장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93년. 당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의 개발도 개발이지만, 본격적으로 마케팅 부서를 확대하고 있었다.

이 이사는 ‘제품의 성능을 정확히 알면서,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 마케팅부에서 수완을 발휘하게 된다. 이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 99년 MSN 사업부로 부서를 이동했고, 이후 5년 동안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은 ‘위협’을 받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맹공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대표이사는 유현오 사장이지만, 실질적으로 메신저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사람은 권승환 이사다. 권 이사는 SK그룹 계열사에서 비교적 나이가 젊은 임원이다. 1967년생인 그는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 아홉이 됐다. 그는 현재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인터넷 미니홈피 ‘싸이월드’와 메신저 ‘네이트온’을 모두 총괄하고 있다.

권 이사는 ‘젊은 임원’답게 사내에서 직장 상사보다는 ‘동료’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 그는 지난 92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SK텔레콤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인터넷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98년이었다. 당시 SK그룹은 통신, 정유 등 주력 계열사 이외에 사업 다각화를 준비 중이었고,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때마침 권 이사는 넷츠고 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오늘날 ‘네이트온’ 메신저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메신저 사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경쟁자’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권 이사는 “‘MSN 메신저’와 ‘네이트온’ 의 격차가 오랫동안 지속됐지만, 올해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가 올해 경쟁사를 이기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그가 사용하는 메신저 대화명(메신저 상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닉네임)까지 바꿨을 정도다. “얼마 전 대화명을 ‘싸부낫바네아’라고 바꿨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이집트 이름이죠.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올해에는 메신저 시장에서 반드시 1위를 해보자는 각오라 할 수 있죠.”‘절대강자’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정식 도전장을 내민 SK커뮤니케이션즈가 과연 시장을 뒤엎을 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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