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구 한빛은행)이 ‘우리’라는 상호를 사용하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5월부터다.지난 99년 8월 31일 ‘우리은행’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 지난 2001년 3월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상호로 하는 금융지주사 설립을 인가받았다.이후 ‘한빛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하는 정관을 인가받아 ‘우리’라는 상호를 사용하게 됐다.당시 ‘우리’라는 보통명사 사용에 대해 일부에서 이의 제기를 했지만 법적인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이 그동안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우리은행의 상호를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특히 그동안 이의 제기 수준에 그치던 상호변경 요구가 지난해 말 시중은행 준법감시팀 관계자들이 모임을 갖고 ‘상호등록무효’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면서 본격화됐다.

시중은행들이 우리은행에 대해 상호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고객이나 은행직원들이 일반적으로 ‘우리’라는 보통명사를 사용해 ‘우리’ 은행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우리’를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구분하기 어려워 불편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준법감시실 관계자들은 최근 수차례 모임을 갖고 우리은행에 상호를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이것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신한은행 준법감시팀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자기네 은행을 말할 때 ‘우리’라는 말을 붙이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은행’과 혼선이 생기는 등 불편함을 겪어 왔다”며 “우선 특허청을 대상으로 혼선을 야기시키는 명칭 사용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따지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7개와 우리금융 자회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을 뺀 4개 지방은행 등 총 11개 은행들 모두 우리은행의 상호변경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들이 모두 뭉쳐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은행직원들과 고객들이 실제로 ‘우리’라는 상호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러한 시중은행들의 우리은행 상호변경 요구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은행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라는 명칭 때문에 불편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중은행들이 뭉쳐 상호변경을 요구한 것은 은행업계 사상 최초로 최대 수익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은행에 대한 견제심리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시중은행들의 상호변경 요구에 대해 ‘상호 변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법적 소송 등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지난 2002년 ‘한빛’에서 ‘우리’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간판교체비용만 약 1,000억원이 소요됐는데 상호를 변경한지 3년 만에 시중은행들이 상호변경을 요구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우리은행 관계자는 “관련법령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사용하게 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그룹을 상징하는 ‘우리’란 브랜드에 대해 경쟁은행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모든 은행이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우리 은행’이 아니라 ‘저희 은행’이라고 하는 것이 고객을 섬기는 올바른 태도”라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은행이 내부적인 불편을 이유로 1,300만명이 넘는 고객이 거래하는 우리은행의 상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동기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발생과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 할 수도 있다”며 “우리은행 명칭과 관련해 법률적인 제반절차를 모두 정상적으로 마쳤으므로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부 당국의 결정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업계 사상 최대 실적

올 단기순이익 1조9,000억 규모 예상지난 2002년에도 최고의 순익을 기록한 우리은행이 카드사업의 순익 증가 등 실적 상승에 따라 올해 국내 은행권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올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약 1조9,000억원 규모로 이것은 은행업계 사상 최대의 순익이다.지금까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지난 2001년 1조4,800억원을 기록했다.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며 최고 순익 달성을 예고했다.지난해 상반기에도 5,900억원으로 은행업계에서 가장 많은 순익을 냈고, 지난해 3분기까지 8,500억원을 기록했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