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전개하고 있다. 백화점측은 지난해 연말 ‘경영지원실’을 ‘기획조정본부(사실상의 구조조정본부)’로 명칭을 바꾸는 등 그룹 체제개편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측은 또 올해 신규 투자 및 신규사업 진출 등에도 역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백화점측은 ‘회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경쟁력이 취약한 점포를 매각하고, 인적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에 대해 노조 등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백화점측은 우선 ‘군살빼기’의 일환으로 인적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근 4년간 간부급(과장급 이상)사원 30%를 구조조정했으며, 지난해에도 명퇴 등을 통해 80여명의 인원을 감원했다.이에 대해 노조측은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중간간부들이 명퇴를 당하고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은 대폭 승진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며 “경영악화는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 직원들만 명퇴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노조 관계자는 “더 이상의 인적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노력중이다”며 “사측이 구조조정을 하고 난 뒤 인원을 다시 충원하지 않아,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일부 직원들은 구조조정과 맞물려,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임원 인사’에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백화점 한 직원은 “일부 간부급 직원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회사를 떠나는 상황임에도 불구, 특정 부서 출신들은 거의 다 승진이 이뤄졌다”며 “경영진이 특정부서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특정 부서 출신이 타 부서에 비해 승진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인적구조조정과 함께 ‘점포 정리’와 관련해서도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백화점측은 계열사인 현대백화점H&S의 안양공장에 대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백화점측은 안양공장에 근무중인 직원 30여명에 대해서 전환 배치시킴으로써 노사간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또 영업력이 부진한 반포점에 대해서도 이달 30일까지 매각을 추진중이다. 반포점 매장직원들에 대해서도 다른 계열사로 전환 배치시켜, 구조조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문제는 백화점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 현대백화점 반포점은 그간 패션 아웃렛 매장으로서 식품전문매장과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의 공존으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지역 밀착형 백화점이었다.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그간 반포점은 의류매장과 식료품 매장이 있어 지역의 편의 시설이 되었고, 스포츠센터 시설 등을 통해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은밀히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반포점이 개인사업자에게 팔려, 예식장 용도로 변경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역 주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주민 A씨는 “가뜩이나 교통사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예식장이 들어서면 교통량 증가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반포점 관계자는 “반포점이‘예식장’으로 변경될 것이란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반포점이 쇼핑센터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이처럼 구조조정과 관련한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측은 “이번 구조조정은 후계구도와는 무관한 그룹체제 개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회사가 IMF이후 45개의 백화점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해왔다”며 “하지만 경기불황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쟁력이 없는 점포들을 매각하게 된 것이다. 또 회사는 계속해서 상시 구조조정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명품잡지’ 경쟁

현대·롯데백화점 등 잇따라 발간 눈길“VIP 고객을 잡아라”.시중 유명백화점들이 우수고객들을 위해 명품잡지를 경쟁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월부터 VIP고객을 위한 명품잡지 ‘스타일 H’를 창간한다. 이번에 발간되는‘스타일 H’는 Human, Heart, Happiness를 주제로 한 매거진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또 백화점 각 층별 배치와 유사하게 9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패션, 뷰티, 리빙, 푸드, 여행 등 맞춤정보를 제공한다.갤러리아백화점도 ‘더 갤러리아’라는 제호로 창간호를 낸다. ‘더 갤러리아’는 패션 뷰티 등 쇼핑 정보,여행,요리,건강,문화예술 등의 테마로 꾸며진다. 롯데백화점은 명품관 개점에 맞춰 명품잡지 ‘에비뉴엘’을 창간한다. 에비뉴엘은 매월 25일 5만5천부씩 발행하며 신상품소개, 패션 트렌드 등 읽을거리를 담는다. 이 책자는 최우수 고객과 롯데아멕스카드 우수회원에게 보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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