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벌그룹계열 금융그룹에 대해서 금융계열사뿐만 아니라 비금융계열사를 포함한 그룹전체를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 남재현 박사는 최근 주간 보고서를 통해 에버랜드와 삼성생명 등을 예로 들며 기업집단계열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그룹 전체로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금융지주회사법의 제·개정으로 지주회사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은 어느 정도 정비됐지만 기업집단계열 금융그룹과 일반 금융그룹의 경우 그룹전체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벌기업의 금융계열사는 지주회사법에 적용되지 않고 금융관련법에 의해서만 감독을 받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와 비교하면 규제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구조상 재벌기업의 모회사를 지주회사로 간주하기는 쉽지 않다. 에버랜드가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일은행에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신탁한 것이 하나의 예다. 따라서 외국의 추세와 맞게 국내에서도 기업집단계열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기존 지주회사법을 이용해 감독하려고 하기 보다는 독립적인 감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남재현 박사는 재벌그룹이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 지주회사법에 의한 감독을 받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그룹 전체에 대해 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여러 금융회사들이 결합된 금융그룹은 일반 금융회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고유의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재벌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동일한 자본으로 상호출자를 통해 자본의 중복이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모회사가 부채로서 자회사에 출자함으로써 자본대비 부채규모가 높아져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규제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모럴해저드, 대마불사 현상 등 거대한 재벌그룹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리스크가 큰 사업도 서슴없이 추진할 수 있고, 금융그룹이 거대해지고 복잡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이러한 금융그룹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제들에 대해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지주회사법을 통해 감독을 받지만 재벌그룹 금융계열사들은 아직 개별법에 의해 해당 회사만 감독을 받기 때문에 고유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감독을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는 게 남 박사의 주장이다.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험업법에 의해서만 감독을 받고 관련계열사나 그룹전체에 대한 ‘연결감독’을 받지 않아 지주회사에서는 불가능한 모회사나 형제회사와의 계열사간 대출 등 신용공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 에버랜드가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고 계열사간의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삼성그룹의 입장에서 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된다는 것은 그룹 계열사들의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는 그룹의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삼성은 필사적으로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지난해 한국금융연구원 재직 당시 발표한 보고서에도 ‘재벌그룹의 금융회사집단에 대해 연결감독 즉 그룹 계열사간의 상호 영향을 고려해 집단 및 개별 회사의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등을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최 사장의 주장은 재벌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모회사나 형제회사(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신용공여 등이 가능하고 모럴해저드, 기업집단의 대마불사(대마는 죽지 않는다) 현상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그룹 전체에 대한 감독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남 박사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남 박사는 “삼성그룹의 입장에서는 지주회사법을 이용해 감독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삼성생명을 비롯해 그룹 전체에 대한 감독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로 간주될 경우 LG와 같이 그룹이 분리·해체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또 “기업집단계열 금융그룹의 경우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개별기준 감독만 존재할 뿐 그룹전체에 대한 감독은 부재한 실정이기 때문에 그룹전체의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공정 금융거래 등을 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남 박사의 주장처럼 금융계열사에 대한 감독을 그룹전체로 확대할 경우 순환출자로 연결돼 있는 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간접적인 견제도 가능해진다.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전체에 대한 감독을 실시해 계열사간의 거래 등을 투명하게 만들고 순환출자로 이어진 계열사간의 거래에 대해 간접적인 규제가 가능해지기 때문.

남 박사는 “선진국의 경우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은 개별회사에 대한 개별기준 감독, 동일업종 회사에 대한 업종별 연결감독, 복합금융그룹 전체에 대한 감독 등 3단계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모회사를 중심으로 동일업종의 자기자본 합산액을 기준으로 적기 시정조치를 발동하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그룹전체 감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에버랜드에 대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자동적으로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지기보다 기업집단계열 금융그룹 전체에 대한 감독 정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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