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무노조는 고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다.”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회장이 경영하는 신세계그룹의 한 고위관계자가 노조를 설립했던 노조간부를 설득하며 했던 말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이어지는 동안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고 노조 얘기만 들어도 과민반응을 보일 정도다.하지만 최근 삼성SDI 휴대폰 위치추적, 하청업체 애니스 노조 탄압 논란 등 삼성의 무노조 파문이 확산되고 노동계는 물론 정계에서도 삼성의 노동 탄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은 실정이다.

이처럼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삼성 계열사 해직자들이 ‘삼성 해고자 후원의 밤’을 개최, 2005년을 ‘삼성 무노조 경영을 깨는 해’로 잡고 삼성의 노동 탄압을 세계 노동관계자들에게 알리겠다고 결의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삼성 계열사 해직자들은 지난해 12월 18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한차례 모임을 갖고 앞으로 삼성 무노조 경영 실태 등 관련 자료 수집과 노동 탄압 사실을 정리해 대대적인 삼성 무노조 경영에 대한 실태 고발에 나서기로 했다.삼성 계열사의 해직자들이 모여 삼성 무노조에 대해 집단 반발을 준비하고 있는데다 최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삼성 무노조에 대한 고발이 잇따르면서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무노조 고수 전략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해직자 출신인 최석철씨는 “대부분 삼성의 노동 탄압에 대해 개별적인 움직임이 많았지만 최근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지난 울산 모임에 참석한 20여명의 해직자들이 집단 반발을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최근 울산 모임에서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ILO총회 때 삼성의 노동 탄압 실태를 세계 노동관계자들에게 알리는 대대적인 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애니스 노조 오세현 위원장은 “그동안 국내 언론은 삼성 무노조 경영에 따른 노동 탄압 실태에 대해 삼성과의 전략적인 관계 등을 고려, 거의 보도를 하지 않았다”며 “최근 삼성SDI 휴대폰 추적 논란 등에 대해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 무노조 경영의 실체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고 막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ILO총회를 계기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실체를 전세계 노동관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 해직자 모임은 ILO총회에서 삼성 무노조 경영에 대한 발표를 추진하는 한편 삼성의 노동 탄압 관련 자료를 개별적으로 취합해 조만간 비밀리에 모임을 개최할 예정이다.또한 모임은 ‘88년 노사관리지침 제4호’, ‘89년 비상노사관리지침’, ‘345수호전략’ 등 삼성의 무노조 전략에 대한 내부 문건 등을 ILO총회에 참석하는 세계 노동관계자들에게 공개하는 등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삼성 해직자 모임 관계자들은 삼성의 노조 관련 활동에 대한 방해를 우려,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에 대해서는 답변은 피했다.삼성측에서 계획을 미리 알게 되면 계획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지난 울산 언양모임도 삼성SDI측이 미리 알고 ‘노조 설립 사전 모임’으로 간주해 모임 자체를 저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또한 삼성SDI는 이날 모임에 참석한 직원들에 대해 징계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