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그룹이 새롭게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CEO’코너를 마련, 현정은 회장의 경영활동, 성장과정 등을 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구본무·최태원·박용성 등 재벌 총수들도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총수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관을 비롯, 취미, 성장과정, 가족사 등을 소개해 인간적인 면모를 모여주고 있기도 하다.“정몽헌 회장님이 살아 생전에 현대그룹을 경영하면서 혼자 감당해 내셔야 했던 책임감과 외로움을 이젠 잘 알 수 있습니다”.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새로 개설된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말이다. 이 말속에는‘기업 경영의 어려움’과 함께 고인이 된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재벌총수들이 개인홈페이지를 통해, 가족사 등 인간적인 면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개인홈페이지를 개설한 재벌 총수로는 현 회장을 비롯,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등이 있다.우선 현 회장은 그룹 홈페이지 ‘CEO(최고경영자) 코너’를 통해 유년시절, 학창시절, 그리고 정몽헌 회장과의 만남과 결혼 등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현 회장은 정몽헌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부친께서 현대상선 회장으로 계실 때 선박 명명식을 위해 울산 현대중공업에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주영 명예회장님을 만났다”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명예회장께서 저를 먼저 선 보신거라고 하더라. 저와 정몽헌 회장의 중매자가 바로 정주영 명예회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76년에 결혼하면서 현대가의 며느리가 됐다. 정몽헌 회장과의 슬하에 2녀1남을 두고 있었다. 보수적인 현대가였지만 안살림만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걸스카웃연맹 중앙본부 이사,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 특별 자문위원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또 “고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것만이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며 현대그룹 재건과 남북경협 사업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이와 함께 현 회장 홈페이지에서 유년시절과 이화 여대 재학시절, 정 회장과의 연애시절, 결혼식 폐백장면, 미국 유학시절 정몽헌 회장과 함께 학위를 받으며 찍은 졸업사진 등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도 올려놓았다.

현대그룹측은 “현정은 회장 취임 이후 그룹위상을 재정비하여 현대그룹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는 한편 네티즌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방안으로 홈페이지를 신설하게 됐다”고 밝혔다.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자신의 경영관과 새관찰 등 개인적 취미 등을 소개한 홈페이지를 개설한 바 있다.구 회장의 홈페이지는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수사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는 등 방치돼 왔다.하지만 최근 ‘구회장의 신년사’및 ‘구 회장의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의 미국 방문’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구회장의 홈페이지가 활기를 띠고 있다. 구 회장은 홈페이지에서 “여의도 LG쌍둥이타워 동관 집무실 창가에 망원경을 갖다놓고 중대한 결정을 앞두거나 잠시나마 휴식이 필요할 때, 망원경 렌즈를 통해 한강의 철새를 바라보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중학 시절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곤 집에 데려와 정성껏 치료를 하여 돌려보내준 적이 있다”며 “이후 새에 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새의 몸짓과 날갯짓, 울음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인지 자연스럽게 구분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구 회장은 지난 2002년 LG트윈타워 꼭대기 난간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부부의 산란을 돕기 위해 사옥 전체에 ‘특별보호령’을 내린 뒤 창문 차양막을 설치하고 직원의 접근을 금지시킨 일화도 소개했다. 구 회장은 또 “즐겨 부르는 노래는 ‘울고 넘는 박달재’이고,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특히 김치찌개와 생선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최태원 SK㈜ 회장도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취미 및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컴퓨터 카드놀이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또 해우소라는 말이 있듯 화장실에서 일을 정리하거나 구상할 때도 많다”며 “성격은 내성적이고, 스파게티 요리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또 부인 노소영씨와 1남 2녀 자녀들의 사진까지 공개, 눈길을 끈다. 최 회장은 “시카고 대학 유학 시절 인연으로 부인과 결혼했다. 미술관 일 때문에 나보다 더 바쁜 사람”이라고 부인 노씨와의 인연 등을 공개했다.자녀들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맏딸은 두 동생들과 싸우기도 하지만 맏이답게 잘 이끌어 주는 의젓한 모습이 더 많다. 둘째딸은 토라졌다가도 금세 활짝 웃는 모습이 귀엽다. 막내아들은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개구쟁이”라고 소개했다.그

러나 최 회장의 홈페이지 역시 지난 불법 대선자금수사이후, 최 회장의 일정 등이 소개되지 않고 있다.이외에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 98년부터 개인홈페이지(www.yspark.com)를 운영해오며 자신의 에세이와 언론 인터뷰 등을 공개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이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디지털 경영에 나서고 있다”며 “과거 총수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프로필과 취미 등을 소개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최근들어 직원과 고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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