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판매‧유통 시 5년 징역 또는 5000만 원 벌금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계임계 최대의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핵’이다. 핵이라고 하면 북한이 떠오를 수 있겠지만 이는 게임에서 쓰이는 치팅(Cheating‧부정 행위)을 뜻한다. 핵은 해킹(Hacking)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이용자들이 게임 프로그램을 일부 해킹해 속임수를 쓰기 때문에 제재돼야 하는 부정행위다. 게임계에서도 이런 핵을 막기 위해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업데이트(Update) 등 여러 대응을 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형국이다.

서든어택 핵 개발‧판매한 일당 덜미···배틀그라운드 ‘핵’ 피해 심각
게임 산업계 ‘울상’···이용자 처벌은 게임사가 직접 소송해야


지난해 10대 청소년이 개발한 핵을 게임 이용자들에게 판매해 수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5월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A(24)씨를 구속하고, B(18)군과 C(15)군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넥슨이 운영하는 온라인 슈팅게임 ‘서든어택’의 자동조준 기능 핵을 개발해 지난 2016년 6월 9일부터 2017년 초까지 약 1년 동안 해당 게임 이용자 1200여 명에게 1주일에 5만 원, 1개월 10만 원의 이용료를 받고 핵을 판매해 총 4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개발·판매한 게임 핵은 게임 운영사의 보안프로그램 탐지를 우회하면서 게임실행 데이터값을 변조하는 방식으로, 게임 이용자의 마우스 조작 없이도 게임 내 상대방의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하는 기능이 가능하도록 한 불법 프로그램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게임 이용자들이 핵을 설치할 경우 ‘불량이용자(이용료 지불 없이 사용하기 위해 핵 소스를 임의로 변경하는 이용자)’ 제재를 목적으로 이용자 몰래 숙주형 악성코드가 함께 설치되며, A씨 등은 이를 악용해 불량이용자의 PC를 다운시키는 보복 공격을 가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상 이용자에게도 키로깅(Keylogging‧사용자가 키보드로 PC에 입력하는 내용을 몰래 가로채 기록하는 행위) 및 원격조종 기능의 악성프로그램이 함께 설치되도록 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훔치거나 이용자들의 PC를 디도스(DDos‧서버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를 한꺼번에 보내 과부하로 서버를 다운시키는 공격 방식) 공격에 동원되는 좀비PC로 활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핵 판매사이트 관리, B군은 회원관리 프로그램 제작, C군은 핵 프로그램 개발자로 각각 역할을 분담했고, 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온라인 메신저 등을 통해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B·C군은 경찰에서 이 범행에 빠져 고교 진학도 포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핵 판매 대가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나 문화상품권을 챙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 게임 운영사는 핵으로 인해 게임 내 균형이 파괴되고 게임의 공정성을 해쳐 게임의 흥미를 잃은 기존 이용자들이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해 매출 저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게임 종류가 FPS(First Person Shooting‧1인칭 슈팅게임), 레이싱(Racing), RPG(Role Playing Game‧역할 분담 게임) 등 다양하듯이 게임 핵도 여러 종류가 있다.

배틀그라운드‧오버워치 등 1인칭 슈팅게임에서 가장 흔한 핵으로는 ‘에임(Aim‧조준점) 핵’이 있다. 이는 상대방을 볼 수 없어도 정확한 위치추적을 자동으로 작동해 보다 정확한 조준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월(Wall‧벽) 핵’은 보이지 않는 곳의 적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벽 너머의 적도 보여주는 기능이다. 숨어있는 적군을 다른 색상으로 표시하거나, 적이 응시 중인 조준방향 표시, 상대 무기 파악 등으로 상대방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맵(Map) 핵’은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등과 같은 RTS(Real-time strategy‧실시간전략게임) 게임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는 모든 지도의 시야를 공개해 숨어있는 적을 보여준다. 따라서 상대방의 전략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게임 운영사들은 자체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보안 회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 같은 핵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과도한 경쟁 심리로 핵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근절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핵으로 인한 게임 산업계와 이용자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핵의 확산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크게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 국산 게임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4000만 장 이상 판매된 ‘배틀그라운드’는 최근 핵 피해로 인해 해외 게임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수가 게임에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 특성상 단 한 명의 핵 이용자로 인해 매 게임 수많은 피해가 양산되고 있어 이용자 피해는 더 심각한 상황. 공정한 경쟁이라는 게임의 긍정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e스포츠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핵을 쉽게 구할 수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게임 핵 및 사설 서버 처벌법’ 등이 시행돼 게임 운영사가 허가하지 않은 불법 프로그램 판매 및 유통사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처벌되고 있다. 하지만 핵 이용자에 대한 처벌은 게임사에 맡기고 있어 일일이 소송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 게임 운영사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계에 희소식이 들린다. 핵 처벌법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핵 이용자들이 감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

지난 11일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은 핵과 사설 서버, 환전 행위에 대한 광고 선전을 차단하고 핵 등의 불법 프로그램을 배포 또는 제작하는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4조(광고‧선전의 제한)와 제44조(벌칙) 조항에 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에는 게임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불법 프로그램, 불법 사설서버, 환전행위에 대한 광고‧선전을 차단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약소했던 제작‧배포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 의원은 “불법 프로그램의 판매망 차단과 제작·배포자에 대한 처벌 강화로 불법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근절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 법률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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