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주요정당의 광역단체장 후보가 결정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도 시작되었으며,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의 당내경선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지방선거 공천의 마지막 퍼즐인 지방의원의 비례대표 공천은 당내 힘겨루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과거의 지방선거와 비교해서 항상 논란이 되었던 이슈가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 이슈는 다름 아닌 ‘지방선거 정당공천배제론’이다.
 
4년 전 혈혈단신 대한민국 정치지형을 바꿔보겠다고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을 창당하기 직전까지 간 안철수 의원은, 2014년 3월 2일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자치단체 무공천을 고리로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전격 발표함으로써 ‘지방선거 정당공천배제론’이라는 빅 이슈를 터뜨렸다.

‘지방선거 정당공천배제론’이라는 이슈는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이슈였다.
 
당시 ‘지방선거 정당공천배제론’은 정당의 통합명분으로는 약한 것이 아니냐는 주된 의견이 있었고, 기성 정치권, 특히 당장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당시 전세가 앞서가고 있던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러한 이슈에 귀를 막고 있었으며, 평소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를 주장하고 있던 민주당 현역기초단체장들도 여야당이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정치민주연합만이 정당 공천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연코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안철수 대표는 전당원 여론조사라는 궁여지책을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라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고 말았다. 안철수가 정치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한 최초의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돌이켜보면, 안철수는 2013년 11월 신당 창당을 목표로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라는 이름의 정치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진위의 지향점은 ‘창당’이며 2014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었다.

그랬던 그가 민주당과의 통합의 명분을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에 두었으니,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고, 자기중심적 사고도 한계가 있어야 했는데, 그는 그러하지 못했다. 결국 안철수 정치는 그렇게 첫 단추를 잘못 낀 채로 시작되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지방선거 정당공천배제론’은 어떠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가? 애초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지역주의에 기대어 몇몇 지역이라도 확보할 심산으로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당이 적극적으로 논의를 하자면 할 태세이지만, ‘스님이 자신의 머리를 깎을 수는 없지 않은가’가 본심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정부 권력을 송두리째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으로 약속이나 한 듯 지방선거 정당공천배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 많던 지방선거 정당공천배제론자들은 다들 자취를 감추었다.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보다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를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4년 전 ‘지방선거 정당공천배제’라는 이슈를 던졌던 안철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역시 4년 전에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라는 합당의 명분은 정치초년생이 정치노병에게 일방적으로 속아서 행하여진 국민기망행위였던지, ‘지방선거 정당공천 배제론’은 끝난 정치 이슈인지 안철수는 서울시장 선거운동보다 이에 대한 답변을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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