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출직 후보 단체장, 교육감, 기초위원·교육위원 2만여 명
- 3000원 곱하기 전국 유권자 2100만 가구 민주주의 비용?


6.13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유권자들은 적잖은 수고를 해야 한다. 왜냐면 일단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와는 달리 출마하는 인원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일단 선출직을 보면 광역단체장 17명, 교육감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기초의원 2519명, 여기에 비례대표 교육위원과 기초의원을 포함할 경우 4000여 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한 정당이 후보를 전국적으로 다 낼 경우에 한한다. 우리나라 정당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5당 체제로 후보자를 전국에 다 낼 경우 2만여 명의 후보자가 난립한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머리가 어질어질할 만하다. 통상 지상파 방송이나 중앙 언론사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 위주로 보도한다. 그것도 화제의 지역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자기 지역의 모든 출마자의 정보를 유권자가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럼, 선거 당일 유권자가 날인할 투표 용지는 몇 장이나 될까. 기본적으로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시도의원, 구·시·군의회 의원, 광역의원 비례, 기초의원 비례,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까지 총 8장에 투표를 해야 한다. 여기에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의 경우 총 9장의 투표용지를 받아야 한다. 개헌 국민투표까지 성사됐으면 최소 9장에서 최대 10장 투표용지를 받아야 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한 지역내 후보자 최대 인원은 얼마나 될까. 2006년 지방선거에서 충남 서천군에 거주하는 유권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후보자가 출마했다. 무려 도지사와 군수, 도의원 후보에다 도·군의원 비례 대표까지 합해 모두 40명에 달했다. 한마디로 한 유권자가 지방선거 투표장에서 총 8번 투표를 하는데 사전에 알아야 할 후보자가 40여 명에 이른다는 의미다.

이에 중앙선관위에서는 한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정보를 제공하기위해 국민 혈세를 들여 선거 공보물을 유권자에게 발송한다. 책자형 선거 공보물은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는 12면이내, 기초의원 후보자는 8면 이내로 작성해 자신의 지역구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에게 배포한다. 후보자 득표율이 15% 이상일 경우 국민 세금으로 전액 보전되고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 절반, 10% 미만일 경우 보전 받지 못한다.

선거 공보물을 만드는 것은 후보자들의 몫이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다만, 책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도 ‘후보자 정보 공개 자료'를 별도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제출하지 않으면 후보자 등록이 무효가 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교육감 선거 포함) 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 표시를 하는 것으로 갈음 가능)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제출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 한 부당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선거구별 출마 후보자 수, 공보물의 분량, 운송거리, 무게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공보물 한 부당 제작·운송비용은 약 3000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3486개 읍·면·동 선관위는 투표안내문 2000만 장과 후보자 선거공보 4억여 장을 봉투에 담아 유권자 가구별로 발송을 완료한 것으로 보고했다.

비용으로 따지면 3000원 곱하기 전국 유권자 2100만가구 곱하기 후보자 수를 할 경우 600억여 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 공보물이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국민혈세가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40여 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지역의 경우 한 가구가 봐야 할 분량은 무려 300쪽이 넘는다. 무게만도 1kg에 육박한다. 읽는 데만 40분이 걸린다. 규격도 제각각이다. 50대 이상이 휴대폰 동영상을 보고 듣는 시대에 책자 공보물은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오죽하면 지난해 치러진 5.9대선에 출마한 이재오 후보는 한 후보자당 100억 원, 3명이면 300억 원의 공보물 비용이 소요된다고 마이너 후보로서 설움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사이즈를 확 줄이고 다른 후보의 절만 크기로 분량도 한 장으로 발송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내는 돈”이라며 “차라리 공보물 비용 300억 원이면 취직 못하는 청년 6000명에게 200만 원씩 봉급을 줄 수 있는 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부 학자들은 ‘공보물 훑어보기’를 권하면서 공보물에 후보의 공약과, 전과 이력, 철학 등 기본적인 정보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유권자의 30% 정도는 선거 공보물을 통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만큼 ‘민주주의 비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선거공보물이 각 가정에서 스팸우편물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는 동영상, 인터넷, 오디오 형태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정보를 ‘유권자 주문형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게다가 SNS 활성화로 해당 지역구 후보들의 정보를 보다 손쉽게 얻을 수 있어, ‘공보물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즉 SNS 선거운동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SNS 홍보는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특히 젊은 층 공략에 제격이다. 실제로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저희 같은 경우에는 후보가 직접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카카오톡, 밴드 등을 통해 정책이나 공약 같은 것들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페이스북 이용자는 2016년 기준 1천600만 명, 카카오톡 이용자는 무려 5천만 명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후보자 정보를 온라인으로 쉽게 열람하고, ‘공보 수신거부'도 신청을 받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원 집회’라는 오명으로 합동연설회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젠 버려지는 책자형 공보물로 인해 막대한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것에 대책이 시급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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